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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7

아시아 아트 시장의 새로운 활력

인도네시아의 세계적 컬렉터 톰 탄디오가 아시아 아트 시장에 불어넣고 있는 새로운 활력.

톰 탄디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컬렉터다. 특히 자국 작가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 이는 작가와 가까이에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 그의 수집은 이제 취미를 뛰어넘어 인생까지 바꾸었다. 인도네시아 미술을 후원하는 예술 재단 운영을 시작으로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아트 자카르타 디렉터를 맡아 아시아 아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를 만났다.



 

1 2019년 아트 자카르타 전시장에 설치한 에코 누그로호의 작품.
2 톰 탄디오는 지난해에 아트 자카르타 디렉터를 맡으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네시아 미술 부흥에 힘쓰고 있다.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업에만 몰두하다 2007년 친척의 권유로 컬렉션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당신의 삶에서 바뀐 부분이 있나요?
- 작품을 수집하기 전 저는 무엇이든 깊이 생각하지 않는 단순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컬렉션을 시작하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죠.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제 생각에 인생은 시공간의 아래위를 항해하며 숨 쉬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든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죠.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합니다. 최근 저는 회사를 떠나 아트 자카르타의 디렉터 일에 매진하고 있어요. 미술계에 기여하고 싶고, 제가 그런 것처럼 예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삶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소년기를 보낸 동남아시아의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인도네시아와 주변 아시아 지역의 미술은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 주로 동남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컬렉팅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부족한 동남아시아 미술계를 돕고 싶기 때문이죠. 한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이외의 국가에서도 작품을 모으고 있지만, 그 수량이나 비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현대미술을 국가별로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요. 21세기엔 경계가 없어야 합니다. 세계는 이미 하나가 되었고, 현대미술이라는 용어도 ‘현대에 만든 예술’이라는 의미인 만큼 작품을 작가의 출신 지역으로 구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과 맥락이 좋다면 어느 나라 것이든 좋은 작품입니다. 유일한 차이점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작가의 배경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겠죠.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의 작품을 보고 미술과 처음 사랑에 빠졌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의 작품을 좋아하나요?
- 컬렉션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에코 누그로호를 좋아합니다. 작가 자체도 흥미로울뿐더러 작품이 항상 사회적 이슈와 관련이 깊어서죠. 그는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답게 현재의 이슈를 작품에 담습니다. 작업실 주변 사람들과 협업해 작품을 만들고, 그들을 지원하기도 하죠.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고, 그들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합니다.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예요.




3 톰 탄디오는 최근 인도네시아 작가 엔탕 위하르소(Entang Wiharso)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4 Albert Yonathan Setyawan, Cosmic Labyrinth the Bells, Terracotta Ceramic, Metronome Installation, 2012



한 작가의 초기부터 후기 작품까지 심층적으로 수집하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 제 컬렉션 과정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그 때문에 제게는 작품의 내용이나 맥락이 중요합니다. 작가의 창작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작가의 창작 의도는 순수하고 진실해야 하고 가식적이어선 안 됩니다. 저는 작품을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서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실행 결과를 컬렉팅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를 신뢰하고, 그의 의도를 반영한 예술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작품을 모으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심층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작가와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작품의 창작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욕야카르타에 개인 전시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공간인가요?
-예전에 ‘구당(Gudang)’이라는 전시장을 운영했어요. 구당은 인도네시아어로 ‘창고’라는 뜻이죠. 모든 소장품을 전시할 만한 공간이었고, 많은 사람이 방문했습니다. 대중에게 공개하진 않았고, 그저 친구들에게 제 수집품을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4년간 운영했는데, 새로 맡은 아트 페어에 집중하고 싶어 문을 닫았습니다. 언젠가는 미술관을 개관하고 싶어요.

2016년엔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단독 컬렉션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감회가 어떠셨나요?
- 그때 개인 소장품을 전시했는데, 저만의 컬렉션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송은아트스페이스는 국제적으로 평판이 좋고 기획 전시도 훌륭한 곳이죠.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들릅니다. 그 전시 이후에도 저는 계속 작품을 수집하고 있고, 여전히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예술 작품에 관심이 있습니다.




5 Duto Hardono, CC Records, Video and Record Vinyl Machines, Variable Dimensions, 2013
6 Aditya Novali, Devotion #123, Wax and Video Installation, Acrylic Object, Variable Dimensions, 2011
7 Wimo Ambala Bayang, High Hopes(Julia wants to be successful), Pigment Prints on Hahnemuelhe Monet Canvas, 100×100cm, 2008



그간 글로벌 아트 페어에서 당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즐겨 찾는 미술 행사가 있나요? 최근 방문한 미술 행사에서 느낀 점도 궁금합니다.
-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엔 꼭 갑니다. 광주비엔날레와 상하이 비엔날레, 방콕 아트 비엔날레 그리고 싱가포르 비엔날레도 방문하죠. 특정 도시의 아트 신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중요한 행사라고 봅니다. 비엔날레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컬렉터에게 예술이 수집 대상인 ‘물건’ 그 이상의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행사예요. 그 외에도 아시아의 거의 모든 주요 아트 페어에 참석합니다. 아트 페어도 아트 신의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비엔날레만큼이나 중요한 행사거든요. 아트 페어는 그 도시의 미술 시장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특히 그곳에서 추천하는 아티스트는 주최자가 신중하게 선정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합니다. 최근 각국의 아트 페어를 방문하면서 아시아에서 점점 더 많은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는 걸 실감하지만 동시에 페어의 발전이 둔화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점점 더 많은 서양 갤러리가 아시아로 진출하고 있고, 아시아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 만큼 예술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저는 자국 예술가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싶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미술계는 컬렉티브 루앙루파(RuangRupa)의 컨셉 ‘룸붕(lumbung, 쌀 항아리)’과 같이 ‘서로 나누는 것’에 익숙해 보입니다. 에코 누그로호처럼 지역 주민과 협업하는 작가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서로 나누는 것’은 인도네시아 아트 신을 설명하는 아주 정확한 표현입니다. 우리 미술계는 크게 3개 도시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어요. 첫 번째 도시는 컬렉터와 갤러리가 모여 있는 자카르타입니다. 다른 두 도시는 많은 예술가가 거주하는 욕야카르타와 반둥이죠. 루앙루파는 자카르타에 기반을 둔 컬렉티브인데, 그들은 미술가가 주로 거주하는 욕야카르타와 반둥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루앙루파는 작가뿐 아니라 주민과 돈, 시간, 공간, 장비, 아이디어,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컨셉으로 합니다. 제 컬렉션의 주제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니 이러한 인도네시아 작가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운영하는 아트 자카르타의 협업 정신과는 일맥상통합니다. 인도네시아에 독창적 아트 페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해 아트 자카르타에 뛰어들었고, 페어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6명을 영입했습니다. 큐레이터 에닌 수프리얀토(Enin Supriyanto), 그래픽 디자이너 헨드리쿠스(Hendricus), 사진작가 인드라 레오나르디(Indra Leonardi), 페어 컨설턴트 길 슈나이더(Gil Schnaider), IndoArtNow의 총괄 매니저 하피드 이르판다(Hafidh Irfanda)로 강력한 팀을 만들었지요. 이들 덕에 젊은 예술인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페어를 지원하고자 하는 젊은 컬렉터나 후원자 그룹으로 연결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놀라운 협업 정신입니다.




8 톰 탄디오는 에코 누그로호의 작품을 보고 미술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Eko Nugroho, Couple Series 3, Acrylic on Canvas, 200×150cm, 2008
9 Wimo Ambala Bayang, Sleeping Elephant in Axis of Yogyakarta, C-print on Aluminum, 165×110cm, 2011
10 Jompet Kuswidananto, The Third Realm(Venice Series), Multimedia Installation, 2010



지난해에 아트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에 집중했습니다. 그 점이 관람객에게 신선해 보였어요.
- 아트 자카르타 2019는 열한 번째 행사이자 제가 새롭게 디렉터를 맡아 진행한 첫 번째 아트 페어였어요. 강력한 팀을 새롭게 구성했고 기존 브랜드를 바꾸고 다른 페어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재정비했습니다. 개최 장소도 유서 깊은 자카르타의 컨벤션 센터 세나얀으로 옮기면서 아시아 중심 박람회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아트 페어를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에서 서구의 유명 갤러리들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시아에 집중하는 페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트 자카르타는 아시아 아트 시장에서 고유한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이 아이디어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미술 컬렉션을 감상, 투자, 상속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 일부 컬렉터가 그런 관점으로 작품을 대하는 건 백분 이해합니다. 처음 컬렉션을 시작할 때 저도 주요 목적이 투자였으니까요. 지금도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를 무시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그들이 컬렉션을 시작한 후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고, 컬렉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겁니다. 그리고 예술계에 기여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저는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개인적 목적에서 컬렉션을 시작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면 더 나은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은 항상 멋지게 차려입는 베스트 드레서로 손꼽힙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면 가구, 건축, 디자인, 패션 감각도 생긴다는 의견에 동의하는지요?
-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건축, 디자인, 패션을 포함해 다른 아름다운 것도 좋아할 겁니다.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모든 것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할 테지요.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먼저 온라인 아카이브 플랫폼 IndoArtNow(indoartnow.com)의 개편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IndoArtNow는 인도네시아 미술 온라인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재단입니다. 인도네시아 미술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에 설립했어요. 아티스트, 전시, 큐레이터 등의 아카이브를 통해 자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더 많은 미술가가 비엔날레와 레지던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IndoArtNow는 창립 10주년인 2021년 1월에 다시 새롭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아트 자카르타도 멋지게 진행해야 합니다. 모두를 놀라게 할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내년에 열릴 자카르타 비엔날레(Jakarta Biennale)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비엔날레는 루앙루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루앙루파는 2022년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총감독을 맡을 예정이라 많은 이들이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주세요.

 

에디터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제공 톰 탄디오, 송은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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