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가 가져온 변화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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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9

'거리 두기'가 가져온 변화들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의 기준, 그리고 한국 기반의 스타트업에서 예측되는 변화들.


기업에서 선호하던 러닝 이벤트도 언택트로 방식이 바뀌었다. 현대자동차의 환경 기부 이벤트 ‘2020 롱기스트 런’은 팬데믹을 감안해 언택트 레이스(untact race)를 연말까지 운영한다. 참가자가 전용 앱에 각자 목표한 거리까지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으로 도달하면 모바일 증명서를 주고, 기업은 고객이 달린 만큼 나무를 심는다.

만나지 않아 얻는 심리적 안전거리
만나지 않는 만남을 추구하는 시대. 지난달 실제 경험한 일이다. 이사 갈 집을 둘러보려고 부동산 직원과 시간 약속을 했는데 하필 그날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다는 속보가 떴고, 집주인은 우리의 방문을 거부했다. 집을 바로 보고 싶다면, 언젠가 외국에서 동생의 하숙집을 구할 때처럼 화상 통화나 녹화한 영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때가 때인 만큼 이해되기도 하지만, ‘언택트(untact)’가 따갑게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원하는, 아니 그래야 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으니까. 요즘 사람들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단연 언택트(비대면)다. 가능한 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준이 나름대로 자리 잡은 듯하다. 글로벌 기업의 임원은 화상회의를 확장하며 출장이나 미팅을 최대한 줄이고, 일단 만나서 해결하던 인테리어나 생활 도우미 면접 방식도 바뀌었다. 또 과도할 정도로 청결에 신경 쓰는 것은 물론 지하철이나 대형 쇼핑몰, 식당 등 가급적 다중 이용 시설은 피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처음부터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 스타트업은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실시간 호텔 연회 공간 예약 플랫폼 ‘루북’. 방문하지 않고도 견적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런칭 6개월 만에 거래액 2억 원을 달성할 정도.

지금 홈 케어 서비스 앱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미소(miso)’는 빅터 칭 대표가 해외에서 일하며 경험한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서 착안한 서비스다. 하와이에서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개발자 출신으로 해외 각국에서 일할 때마다 호텔처럼 집을 비운 사이 알아서 깨끗이 청소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만나 물어보는 대신 모바일 클릭으로 해결하길 원했다. 그가 한국에서 2015년 설립한 미소는 작년 11월 기준으로 홈클리닝 재이용률은 85%, 올해 1월 말 누적 주문 건수는 200만 건을 달성했다. 지난해부터 입주 청소를 비롯해 마루 수리, 반려견 산책 등 살면서 맡기고 싶은 생활 서비스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최근에는 공간 소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걱정과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방역 전문가 관리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 배달원과 약속을 잡는 번거로움 없이 앱으로 전날 세탁물을 예약하고 문 밖에 두면 다음 날 갖다주는 ‘런드리 고’ 서비스는 대학가 자취생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와이파이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둘러싸인 지금, 우리는 굳이 낯선 사람을 여러 번 만날 필요 없다. 전문가 매칭 플랫폼 ‘숨고’는 이름 그대로 숨은 고수를 찾는 서비스다. 2015년 출시 당시 소상공인과 프리랜서의 동반자를 자처하며 시작됐다. 숨고에는 콘텐츠 제작 아웃소싱, 레슨과 상담 등 일상생활과 사업에 필요한 700여 개 분야, 약 36만 명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고 활동 중이다. 인테리어와 웨딩처럼 직접 일일이 사무실을 돌며 오래도록 대화하거나, 소위 ‘견적 대결’이 필요한 분야도 포함돼 있다. 가입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검색하면 해당 전문가(혹은 기술자)의 후기를 체크할 수 있고, 전문가 역시 고객의 요구 사항을 따져보며 스타일에 맞는 사람을 고를 수 있어 서로 만족도가 높다. 숨고는 지난해 누적 견적 수 1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앱 누적 이용자 수는 260만 명에 달한다. 참고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1월 말을 기점으로 심리 상담 요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월 말 대비 5월 중순에 약 317%나 늘어난 것이다. 숨고 측은 이용자들이 대면 상담보다는 화상 전화나 채팅도 선호한다고 밝혔다.




1 미소의 실내 소독 서비스는 웹이나 앱을 통해 원하는 일자와 면적만 입력하면 신청할 수 있다. 2 킥보드 서비스는 사실상 지난해부터 확대된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본다. 3 올해 아이파킹 무인 주차장의 1분기 이용 차량 대수는 총 6129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했다. 주차권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배 성장했다.

언택트로 아끼는 기회비용도, 동료 간 신뢰도 자산
사실 언택트에 대한 수요는 10여 년 전부터 산업의 큰 흐름이었다. 팬데믹이 일종의 ‘부스터’ 역할을 하고 보다 세분화된 서비스를 찾게 했다. 2030세대가 모바일 메신저 같은 비대면 대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지 않았던가.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실천이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난 분야는 이동 수단이다. ‘자가용이 곧 마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용차 이용이 증가하면서 AI 무인 주차장 운영 시스템 ‘아이파킹’ 이용자 수도 대폭 늘었다. 앱을 통해 주차권을 구매하거나 모바일과 연동해 자동 정산하는 서비스로, 지금은 음성 명령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을 드나들 때 관리자와 차창을 열고 대화하거나 티켓을 주고받을 일도 없고, 요금 정산기에 손대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하루 평균 전국에서 73만 대, 1초에 8대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한편, 국내 1위 킥보드업체 ‘씽씽’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고 한다. 버스나 지하철 등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붐비는 구간은 피하고, 환승 횟수도 최소화하려 애쓴다. 특히 서울 수도권 아파트촌과 강남 일대에서 출퇴근 시간, 사람들이 파도처럼 움직이는 주요 거점 구간 중심으로 킥보드 이용 수요가 늘어 무려 8000대를 운영하고 있다.




화상회의가 일상화된 공유 오피스 내 회의실 풍경. 주요 대중교통 거점에 위치하고, 상시 방역을 통해 선호도를 높인다.

‘신뢰가 곧 자산’이라는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말처럼, 조직에서 원격근무를 시작할 수 있는 것 역시 자산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실제로 원격·재택근무는 장기적으로 보면 동료 간 신뢰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사무실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이면서 원거리에 살고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것은 탄력 근무제와 그간 디지털 노매드를 실행해본 회사들이 공개한 장점. 여기에 좋은 직업과 직장의 기준은 어떤 환경이라도 일을 지장 없이 할 수 있는지, 질병으로부터 안전한지를 필요로 한다. ‘스파크플러스’는 국내 최대 창업 지원 기관인 스파크랩과 힘을 합친 공유 오피스로, 처음부터 맞춤형 오피스를 컨셉으로 리모델링 서비스나 창업 교육을 겸해 차별화를 꾀했다. 경쟁사와 달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입주 문의가 늘어 현재 유사한 업체 중 최저 공실률 3%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네이버, 베스핀글로벌 같은 대기업도 주요 거래처란 사실. 대기업은 대형 사옥 안에 적게는 몇백 명, 많게는 1만 명 규모까지도 일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가능한 한 면적당 이용자 수를 줄이고 감염 가능성이 있을 때 폐쇄할 곳을 최소화하는 것은 기업의 명성이나 직원의 안전 면에서도 여러모로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위한 TF팀이나 디자인 파트처럼 외부 인력을 자주 쓰는 경우에도 공유 오피스를 이용한다. 오랜 시간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하고 연구해온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비대면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많지만 일시적으로 주목받아 고객과 매출이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살펴본 예만 봐도 일리가 있다. 우리가 스타트업의 변화를 통해 보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거친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기준, ‘뉴 노멀’이 빠르게 닥친 현실의 고민일 것이다. 변화의 흐름에 몸을 싣고 적응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언택트 라이프, 당신은 어디쯤 와 있는가?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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