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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5

뉴 노멀 프로젝트

문화 예술계는 뉴 노멀 시대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미국 단거리 육상 선수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앨리슨 펠릭스.

스포츠와 온라인 플랫폼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 ‘하계올림픽대회’. 원래 올해 7월 24일, 8월 25일 각각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내년 7월과 8월로 미뤄지면서, 그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가량을 갈고닦은 많은 운동선수는 부적응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패럴림픽위원회와 손잡고 온라인 체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7월 24일부터 총 5일간 온라인 화상 서비스 ‘줌(Zoom)’을 통해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의 육상 선수 앨리슨 펠릭스, 난민 대표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 영국의 육상 선수 콜린 잭슨 등이 호스트로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했으며, 현재 호스트 선수들이 머물고 있는 현지 시각으로 편성해 한국에서는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 3~4시경 참여해야 했다.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에디터가 참여한 것은 7월 25일에 진행한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육상 200m 은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꾸준히 금·은메달을 수집한 미국의 단거리 육상 선수 앨리슨 펠릭스가 호스트. 그녀가 선택한 주제는 ‘모성(motherhood)’이었는데 여자로서, 엄마로서, 또 육상 선수로서 2018년 출산 전후로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출산한 여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 운동선수로서 수명이 다했다는 편견을 어떻게 멋지게 극복하고 다시 한번 메달리스트로서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었는지 그녀의 생생한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극복하지 못한 남녀에 대한 다른 시선에 대해 재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직은 모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혼 여성을 비롯해 남성 참여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그들이 마주하게 될 고민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펠릭스는 분명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었다. 중간중간 토론 및 질의 시간을 마련해 사람들이 여성 운동선수의 출산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펠릭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면서 건강한 생각을 주고받는 훈훈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7월 26일 영국의 단거리 육상 선수 콜린 잭슨은 쿠킹 클래스를 열었다.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또 하나 흥미로운 체험은 7월 26일에 열린 쿠킹 클래스였다. 88 서울 올림픽에서 110m 허들 은메달을 목에 걸며 운동선수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국의 육상 선수 콜린 잭슨이 호스트를 맡은 체험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우리는 운동선수의 진취적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에디터가 직접 참여하진 못했지만, 에어비앤비와 올림픽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풀 영상을 통해 잭슨과 참여자들이 마치 친한 친구처럼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은 언택트 시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현재 우리는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실천하되, 동시에 소통의 끈은 놓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기도 하다. 몸으로 부딪치고 땀 흘리며 ‘함께’를 강조하던 스포츠계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뉴 노멀에 천천히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전 세계에서 서로 모르는 이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모여 마치 한 장소에 있는 듯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은 분명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8월 8일에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 콘서트.

평창대관령음악제, 또 한번 우리의 자부심이 되다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8일까지 강원도 일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는 2018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제3대 예술감독에 취임하면서 새바람을 일으켰다. 기량이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 짜임새 있는 구성의 프로그램을 갖춰 한국 음악 역사의 미래를 펼쳐 보인 것. 지휘자 정치용과 악장 박지윤이 이끈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이하 PFO) 또한 최고 호흡과 세련된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올해 축제의 최우선은 안전과 방역이었다. 온라인으로 개최한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해 ‘찾아가는 음악회’는 춘천 엘리시안 강촌, 삼척 비치조각공원 외에 접촉이 적은 강릉 자동차 극장 등에서 2~3일 간격을 두고 열렸다. 알펜시아 뮤직텐트, 콘서트홀에서 열린 메인 공연은 연쇄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말에만 열었다. 공연 티켓은 좌석의 3분의 1만 오픈하고, 무대 위 연주자들도 거리 두기와 발열 체크를 실시하는 등 운영진은 상시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여름 폭우로 인한 또 다른 복병이 있었지만, 다행히 무탈하게 축제를 치를 수 있었다. 덕분에 7월 25일 아드리앵 페뤼숑의 지휘로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할 때 들리던 빗소리는 ‘메아리’라는 그날의 주제와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
‘도약’을 주제로 열린 7월 31일 공연에서는 아직은 ‘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재발견이 큰 수확이었다.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이올리니스트 손지원, 이지혜 등 뜨겁게 주목받는 이들은 ‘왜 초청했는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고, 2주 격리도 마다하지 않고 평창을 찾은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8월 1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멋진 무대를 완성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스베틀린 루세브(8월 7일)의 베토벤 교향곡 7번 연주는 축제가 끝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은 PFO의 마지막 무대. ‘지금 아니면 다시는’이라는 주제로 열린 8월 8일 공연은 ‘역시 평창대관령음악제!’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소프라노 이명주가 노래한 베토벤 가곡 ‘아, 못 믿을이여’는 뮤직텐트의 과한 울림 탓에 가사와 미묘한 감정 표현 전달이 원활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정치용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근사했다. 에너제틱하고 생명력 넘치는 PFO는 빠르게 몰아치는 지휘자의 음악을 거뜬하게 소화해냈다.
올해 축제의 백미는 예술감독 손열음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무대였다. 손 감독은 취임한 2018년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2020년을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듯, 2018년과 2019년에도 베토벤의 작품을 소개했다, 올해 특별한 메아리를 남기는 베토벤 기념 음악제를 꿈꾸며 설레는 기분을 만끽했다고 한다. 비록 예상치 못한 변수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엉킨 실타래를 푸는 동안 베토벤의 음악과 인생을 가슴으로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고난은 그녀의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원천이 됐을 터. 손열음의 연주는 축제의 무게와 깊이를 비로소 완성했다.
축제의 명성은 한 해 한 해 쌓여간다. 이것은 연주자와 운영진,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화는 누군가에게는 생계이고, 자존심이며, 뜨거운 위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지켜낸 지난여름은 두고두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편집장,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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