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숭고의 미학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0-09-17

느림과 숭고의 미학

작가 샌정은 말한다. "오래된 것에는 그만의 새로움이 있다"

Untitled, Oil on Canvas, 130×162cm, 2020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의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시기 전에 먼저 전시 제목 ‘touching stardust’만 알려주셨어요.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어떻게 구성될지, 제 생각이 앞서서 여러 갈래로 뻗어갔는데요. “별 무리를 만진다”는 표현을 통해 무엇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별의 흔들림은 생각으로 만져지고, ‘stardust’는 하나의 불멸의 설렘입니다. ‘touching stardust’는 먼 거리 속에서 천체에 흩어져 있는 별 무리에 대한 관조적 입장에서 출발한 타이틀이며, 이는 제 작품 세계에 서려 있는 공간과 그 어떤 형태들과 의미들의 부유에 대한 알레고리적 선택입니다. ‘stardust’가 가지는 의미에서의 ‘감성의 질 또는 느낌’에 대한 전제 조건 역시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런 센스에서 이 제목을 취했으며, 심도 깊은 미학적 접근을 고려해 이번 전시 작품들은 여기서 단색조의 공기감에서 보이는 색들은 하나의 현상으로서 그렇게 화면 위에 자리하며, 그것들은 지나가는 중이거나 늘 그렇게 한자리에 머무는 어떤 행성들을 닮았습니다.
전시에 선보이는 모든 작품을 신작으로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올봄 OCI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지셨기 때문에 특히 두 전시를 비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의미에서 전시는 매번 특별합니다. 올해 초반의 독일 하겐 미술관과 서울 OCI미술관의 전시 준비로, 미처 생각을 캔버스에 전개하지 못한 세계들을 그리고 그간 미완에 있던 작품들을 그다음 시간에서 마무리한 것이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 내용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비유하고픈 작품 제작의 흐름은, 다름없이 이전의 세계를 직면한 같은 농도의 포커스 속에서 진행되지만, 다른 두 전시 공간에 놓인 작품들의 차이점은 각각의 캔버스가 가지는 ‘미묘함’에서 보일 것으로 여깁니다.






Untitled, Oil on Canvas, 162×130cm, 2020

여러 인터뷰에서 “화가는 사색하기에 철학자이기도 하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작가님은 스스로 어떤 화가라고 여기시나요? 작업 과정 전반을 고대 신화에 비하면 이카로스(Ikaros)와 시시포스(Sisyphus)와 비유됩니다. 무모함이 그려지지만 조건 없이 숭고에 다가서보려 하고, 일정의 성장을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같은 걸음 안에서도 실존에 답하는 어려운 도구로서 붓을 드는 것을 떠올려봅니다. 화면에 붓을 긋는 것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것처럼 늘 같은 궤도에서의 물리적인 시간이지만, 내적인 정신적 한계에서 부딪히는 여러 관조적 태도는 어느 철학자의 노트에 적히는 크고 작은 사상처럼, 그렇게 어느 화가의 생각은 일종의 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색의 접점에서 던져진 일종의 ‘그려진 사상’이라는 견해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명확한 것,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에 더 열광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회화 작품을 볼 때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에서 제가 생각하는 ‘직관’은 절대적인 회화의 기초 인식의 통로이며 작품의 완성은 우선적으로 수많은 직관의 산을 넘은 뒤에야 이루어지며, 회화는 어느 매체보다도 직관이 그 중심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 작품이 보이는 무드와 전반 내용은 제가 이해하는 인식, 존재, 가치의 수준과 비례하며, 어느 작품보다도 직관에 의지하며 작가가 바라보는 지향점 또한 명료하길 원합니다. 한편 음악 세계로 비유한 제 작품은 클래식, 그중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나 라흐마니노프나 말러의 어느 교향곡과 한 울타리에서 감히 공존한다는 입장입니다. 느린 흐름 뒤에야 보이고 읽히고, 그리고, 느껴지는 그 특별한 무엇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Untitled, Oil on Canvas, 162×130cm, 2020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미술을 향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일정의 지속성 안에서 자리하는 감정이입이라고 보입니다. 인문학의 테두리에서 문학, 음악 그리고 미술은 존재의 의미를 넓혀주는 우아함을 내재하고 있다고 사료되며, 이런 분야에의 관심과 사고 수준의 깊이는 자연스럽게 나머지 바깥 세계를 진정 주관의 가치관과 개성 안에서 경험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특이성이기도 하듯이, 동일한 미술 작품 역시 문학과 음악처럼 접하는 분위기와 시점마다 다른 의미와 미묘함으로 와닿으며 이런 특별한 감성의 자극은 이 세상 어느 큰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 안에 들게 한다는 의견입니다.






Untitled, Oil on Canvas, 130×162cm, 2020

지난 5월 작가님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요. 그때 예술을 ‘오라(aura)’ 그 자체, 단단한 위상을 지닌 정신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여러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말씀을 곱씹게 됩니다. 하지만 <노블레스> 독자 가운데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이들을 위해 작가님이 생각하는 예술 혹은 그림에 대해 다시 한번 말씀 부탁드립니다. 실존적 의미에서 예술은 유한과 무한 세계의 중간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행성이며, 두 세계를 이어주는 장엄한 구조물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예술은 상당한 부분의 틀을 신비로움 안에서 의미론적으로 흐릿하게 가져간다는 견해를 가집니다. 오라는 그 자체가 ‘각별한 공기감 안에서의 센세이션’이며 자신의 속성상 그 경계가 불분명하고 또한 일정 거리 안에서 감지되는 것이라 이해합니다. 동시에 이는 임의의 한 사람이 예술을 접함으로써 스스로가 이 표현 애매한 희미함 속에서 마치 ‘Being Universe’라는 영역에 놓이게 만드는 속성을 가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술은 생 안에서 의미 있는 디테일을 신화처럼 선사하고 이 세상을 진하고 강한 감성 안에서 머물다 가게 한다고 봅니다.






샌정 작가 샌정은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 1987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넘어가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2001년 마이스터슐레를 취득, 2006년 런던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 & 디자인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독일, 벨기에,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한 바 있다.



전시 일정 : 9월 4일~10월 16일, 일·월요일·공휴일 휴관 문의 : 02-540-5588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샌정  
사진 김잔듸(인물), 이시우(작품)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