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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3

노인을 위한 기술은 있다

인구 고령화에 맞춰 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 라이프.

노인을 위한 간단한 인터페이스의 앱을 활용해 주거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잘 먹고 잘사는 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화두가 된 것은 바로 ‘어떻게 하면 슬기로운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같이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접할 법한 기술의 구현으로 그간 상상만 하던 ‘편안하고 편리한 삶’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65세 이상을 ‘노년층’이자 ‘노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60여 년간 산업화와 기술화 부문의 최전선에서 사회와 경제 전반을 이끌어온 이들은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삶의 질 변화를 바닥부터 체감한 장본인이지만, 정작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과 기계 사용이 낯설 수밖에 없기에 편리한 삶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세대다. 또 40~50대가 노년층으로 접어드는 가까운 미래에 각 국가가 그들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생활 방식을 모색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30여 년 전부터 ‘노인을 위한 삶’을 연구해왔다. 1990년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확산한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 이하 제론테크)’가 그것. 흔히 ‘에이징 테크’라 불리는 이것은 노인학과 기술을 접목해 기술적 측면에서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그간 제론테크 연구자들은 생산 활동에서 물러난 노년층의 삶을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며 비활동적으로 바라보던 시각을 바꿔 이들이 주체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생활 환경을 만들고자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다.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를 키워드로 ‘소통’, ‘건강’, ‘주거’, ‘이동성’, ‘여가’ 등으로 나눠 분야별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과 기술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왼쪽 사물인터넷과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주거 환경을 개인 맞춤형으로 조절 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이러한 음성인식 서비스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오른쪽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앱들을 통해 노년층은 혈압, 맥박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고,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가장 두드러지게 성과가 나타난 부분은 바로 소통과 건강, 주거다. 특히 주거 부문에서는 ‘초연결 사회’의 이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연결 사회는 인터넷 같은 통신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데이터, 사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사회를 일컫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 바로 이를 가능케 한 일등 공신. 공간에 내가 실재하지 않아도 불을 켜고, 온도를 조절하는 등 편의가 초연결 사회의 기본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는 노년층을 위한 주거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유럽은 연합국가 차원에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말 그대로 똑똑한 주거 환경에 대한 유럽 다중 대규모 파일럿 프로그램 ‘Activage’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핀란드 및 영국의 9개 지점(site)을 선정하고 이곳에 사물인터넷 기반 주거 시스템을 적용하며 사례를 만들고 모니터링과 수정을 거쳐 데이터를 구축, 새로운 유럽식 ‘에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단순히 주거 환경을 재정의하기보다, 유럽은 궁극적으로 도시 전반을 하나의 시스템화해 발전시킴으로써 ‘스마트 시티’ 도입을 지향한다. 도시 전체가 개인의 생활 방식과 패턴을 습득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의 궁극적 목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규모 11.770km²(약 356만 평)의 스마트 시티 국가 시범 도시 조성 사업 ‘에코델타시티’가 대표적. 에코델타시티는 서낙동강과 부산신항만같이 수변에 위치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물관리 신산업에 초점을 맞추지만, 급격히 고령화된 사회에 발맞춰 첨단 의료 로봇 재활센터 및 입주민 대상 실시간 건강관리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 가스 등 네트워크 기기 9개 이상 제어와 앱 연계 및 가전제품과의 확장성이 보장되면 부여하는 AAA 등급 홈 네트워크를 설치한 스마트 홈도 선보인다. 덧붙여 배움-일-놀이를 융합한 ‘LWP센터’를 통해 입주한 노년층이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런칭한 앱 ‘Papa’.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들이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기술과 플랫폼 사용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유튜브 채널 ‘Papa’를 통해 앱 사용 방법과 참여자의 활동을 공개한다.

한국건설학회에서 공개한 논문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실버시티 제안> 공동 연구자(김경원, 진유진, 윤형주, 임규민, 찐탄조이, 민경석)는 스마트 실버시티에 적용할 주거 부문 제4차 산업 기술 분야로 스마트 홈, 음성인식 기술, 챗봇 등을 꼽는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지능형 바닥재, 능동형 센서,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해 발생하는 위험을 감지하고,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등 사용자에 맞춰 대응하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 홈과 음성인식 기술, 챗봇을 사용해 응급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언제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노인층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이제 건강 부문으로 가보자. 치매나 암처럼 의지와 상관없는 건강 문제에서 기술은 ‘스마트’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의 ‘삼성 기어’ 및 ‘리모 헬스 스마트워치’ 같은 팔찌형 웨어러블을 통해 맥박, 혈압 등 이상 징후를 체크하고 보호자나 의사에게 전달하는 의료 기구는 물론 당뇨병 처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를 위해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Pillboxie’ 앱 등 발명은 노인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올해 초에는 위치 추적 장치 및 GPS를 탑재한 스마트 슈즈까지 등장해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돌봄 로봇의 개발과 보급도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의 ‘RoBear’와 프랑스의 ‘NAO’ 같은 돌봄 로봇은 식사 보조는 물론 이동하기 어려운 환자를 집중 케어하는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한다. 독립적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노인층이 생기면서 국내 ‘파이보’ 같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반려 로봇이 노인들이 마주한 고독감과 우울감을 해소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제시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노인을 위해 특화된 새로운 사회 시스템 도입과 이에 따른 기술 확립,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대상이 노인인 만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을 연결해 직접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앱 서비스 ‘파파’를 런칭했다. 이렇듯 ‘노인 중심’의 스마트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 기술 개발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노인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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