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뉴 아티스트를 발굴해온 부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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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2

40년간 뉴 아티스트를 발굴해온 부부

새로운 작가를 찾고 발굴하는데 부를 나눠온 영국인 사업가 데이비드와 세레넬라 시클리티 부부

시클리티라 부부의 이탈리아 스폴레토 저택. 입구에 지용호 작가의 2010년 작품 ‘Bull Man 4 (hybrid human)’가 서 있다.





2019년 서울을 방문한 데비이드와 세레넬라 시클리티라.

영국인 사업가 데이비드와 세레넬라 시클리티라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6월 20일. <코리안 아이 2020(Korean Eye 2020): 한국 동시대 미술>전 간담회에서 주최자로 참여한 그들을 만났다. 그날, 우연하게도 우리는 서울 자하문로의 한 갤러리에서 다시 마주쳤다. 런던 사치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필리파 애덤스와 함께 작품을 둘러보는 그들을 찾아가 컬렉션에 대한 인터뷰를 청했고, 그들은 기꺼이 응해주었다. 이후 올여름까지 이어진 질문에도 예술에 심취한 그들은 한결같이 빠른 답을 보내주었고, 여전히 세계를 돌며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만나고 있다.

데이비드 시클리티라는 30년 이상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킹스 칼리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한때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줄곧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전략가로 활동했다. 유럽 최초의 위성TV SKY(SATV)의 초기 대주주였던 그는 이후 스포츠 전문 채널(CNBC Sports International Limited) 대표를 거쳐 1987년 하이네켄과 레고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스폰서십 연결과 체험형 전시를 기획하는 PMG를 설립, 현재는 라이브 컴퍼니 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세레넬라 시클리티라는 이탈리아 움브리아 출신으로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NBC 방송 디렉터로 일했다. 지금은 미술 전문 비영리단체 PCA(Parallel Contemporary Art) 재단을 운영한다. 그녀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명예 펠로이기도 하다.

언뜻 완벽한 슈퍼컬렉터이자 투자자로 보이는 두 사람에 대한 이해는 저택 마당까지 가득 들어찬 방대한 컬렉션으로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아트 컬렉팅에 빠진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것은 작품을 통해 배우는 사람과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다.





1. 시클리티라 런던 저택의 장식장 앞. 박효진 작가의 작품 ‘Paradise Lost’(2017)도 보인다.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2. Frances Goodman, Mwaa, Hand-stitched Sequins, Canvas, Foam, MDF 106×75×10cm, 2019.
Courtesy of PCA
3. 양혜규, Feathered Earthy Quiver, clothing rack, casters, light bulbs, cable, cord, knitting yarn, rope, zip ties, metal rings, Styrofoam head, styrofoam hands, paper mache, water colour, varnish, artificial plants, feathers, whistles, sequins, buoys, 197×90×90cm, 2012.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1. 백남준, Fernseher, 1994.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2. 이수경, Translated Vase 2014 TVG 6, ceramic shards, epoxy, 24K gold leaf, 44×44×44cm, 2016.
Photo by Dovydas Kaltanas
3. 이용백, Pieta, 2012.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Cyrus Kabiru, Antenna, Steel and Found Objects, 41.5×32×18cm, 2020.
Courtesy of PCA

두 분이 처음 함께 산 작품을 기억하시나요?
세레넬라: 올해로 결혼한 지 40년째인데, 우리 결혼 생활이 곧 컬렉션의 역사라고 봐도 좋습니다. 처음 같이 산 작품은 1982년 어느 휴일에 집 근처를 산책하다 발견한 앤티크 유리 오브제예요. 작은 꽃병 같은 것인데, 그때 구입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은 한화로 1억 원이 넘습니다. 그 후 좋은 작품을 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매주 일요일 집 근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찾아요. 첫 컬렉션은 지금도 우리 집 장식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뭔가 사서 다시 팔아본 적이 없어요.

40년간 작품을 오로지 모으기만 했다니 놀랍습니다.
데이비드: 앞으로도 절대 내놓지 않을 거란 말은 조심해야겠지만(웃음), 지금으로선 ‘Never’예요. 우리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예술과 함께하기 위해 작품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수집한 작품 하나하나가 우리 삶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예술이 없는 우리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런던과 이탈리아 스폴레토에 각각 집이 있는데, 책도 수천 권에 달해 늘 작품을 둘 공간이 없고 집이 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배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용호 작가의 ‘Bull Man 4’는 집 입구에 자리해 손님들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 (그들의 집을 방문해본 한 스태프는 국립공원처럼 넓고 쾌적한 저택이라고 거들었다.) 새 작품을 들이면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즐기곤 해요.

컬렉터로서 두 분만의 작품 선택 기준 그리고 컬렉팅 방법이 궁금합니다.
세레넬라: 그저 마음으로(Just heart)! 처음 봤을 때 바로 좋다고 느껴야 합니다. 한국 작가 데비 한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죠. 영국 전통예술학교 장학금 후원 외에 왕립예술학교 박사과정에서도 조각과 회화 작가 한 명씩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교수 추천을 받지만 결정은 개인적으로 하고 그들의 작품도 구매합니다. 컬렉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투자 목적입니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겠죠. 두 번째는 스스로를 위한 컬렉팅입니다. 돈과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야 해요. 나의 취향과 선호하는 유형,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면 그에 대해 점점 깊이 파고들게 되잖아요. 작가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히스토리를 알아가면 더 좋아하게 되죠.





1. 영국왕립예술학교 학생들의 다양한 작품이 모여 있는 스폴레토 저택 회의실.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2. 런던 저택의 응접실 전경.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1. 몽고 출신 작가, 노민 볼드의 최근 작품.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2. 스폴레토 저택 정원에 놓인 제주 돌하르방.
Courtesy of PCA Photo by Dovydas Kaltanas

두 분은 2009년부터 ‘글로벌 아이 프로그램(Global Eye Programme)’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을 돌며 직접 젊은 작가를 찾아내고, 그들을 세계에 소개하는 전시 프로젝트지요. 2008년 당시 사치 갤러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코리안 아이’를 처음 런칭해 지금껏 진행해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세레넬라: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이후로 많은 기회가 생겼지요. 어딜 가든 시간이 나면 괜찮은 갤러리를 찾아 방문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물어봅니다. ‘코리안 아이 2020’ 프로젝트도 10여 년 전 그렇게 시작했죠. 한국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건 2008년 발렌타인 골프 대회 건으로 남편을 따라 방문한 제주도에서였어요. 갤러리 몇 곳을 둘러봤는데 당시엔 영문 안내 책자가 없었죠.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한국 작가의 영문 도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피카소의 첫 전집을 출판한 것으로 유명한 스키라(Skira)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영문 도록 를 만들었죠. 그사이 10년이 흘렀고, 올해 한국의 신진 작가 75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 (2020)가 나왔습니다.

오랜 시간 아트 컬렉팅을 이어온 후원자의 힘이 느껴지네요.
세레넬라: 물론 서로 작품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컬렉터가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일 뿐이죠.
데이비드: 우리는 보기보다 돈이 많지 않답니다.(웃음)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의 하나로 열정을 갖고 움직일 뿐입니다. 우린 구세대지요. 젊은 예술가들과 대화하는 건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을 넘어 다른 세상을 접하는 일이고, 무척 신나고 가슴 뛰는 경험이에요.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철학과 미래를 보는 관점에 귀 기울이는 것이죠. 서로 인간적으로 교류하는 것뿐 아니라 작가들 고유의 배경과 역사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해요. 우린 작품 구매를 늘 직접 하거든요. 사치 갤러리가 열어준 컬렉터 모임에서 이슬람 작가에게 직접 작품 구매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어요. 작품이 정말 좋다니까 그냥 가지라더군요. 이슬람 문화에선 그럴 때 돈을 주거나 호의를 거절해선 안 된다기에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것이 아트 컬렉팅의 매력 아닐까요?(웃음) 작품을 떠나 사람들끼리 서로의 배경을 이해하고 돈독해지는 것 말입니다. 그런 즐거움이 큽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 관심을 두게 될까요?
데이비드: 우리는 타고난 수집가 같아요. 만족하는 법이 없죠. 내게는 1964년 애스턴 마틴 DB5와 V600, 1955 라곤다 드롭헤드 같은 클래식 카도 너무나 중요한 컬렉션인데 직접 복원 작업을 해서 공개하려 합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어요. 프랜시스 굿맨(Frances Goodman)과 콘래드 보츠(Conrad Botes)의 작품을 샀습니다. 우리의 다음 글로벌 아이 프로그램이 도착할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앞서 6월까지 러시아 에르미타시 박물관에서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을 열어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간 아내와 저도 팬데믹으로 일상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집 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예술은 디지털화에 더딘 편이지만, 모두와 나누려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2년 전 한국 파트너들과 시작한 아트 플랫폼 ‘스타넷(STARTnet)’ 작업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올 연말에 런칭할 계획인데, 7개국 언어로 제공해 언제든 작가와 작품에 대해 알아보고 거래도 할 수 있는 온라인 갤러리예요. 지금처럼 힘든 때일수록 작가와 갤러리, 예술계 관계자들이 모두 뭉쳐야 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사진 김제원(인물)
사진 제공 PCA
장소 협 포시즌스호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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