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래 작가의 감정일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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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0

신모래 작가의 감정일기

작품 앞에서 관람객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신모래 작가의 힘.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린 신모래 작가 개인전 전경.

‘분홍색 간결함.’ 신모래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다. 더불어 지난 7월 3일부터 8월 14일까지 열린 개인전 에서 마주한 전시명은 그간 작가가 펼쳐온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듯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전시를 직접 보기 전까지 14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작가의 SNS 계정에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소개한 미디어도 들춰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친근했다. 작가의 드로잉 속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본 걸까.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기준을 떠올려본다. 작품이란 오랜 사유의 시간에 작가 스스로 훈련해온 표현의 방식이 켜켜이 쌓여야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때로 관람객의 호응이 작가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낸 다음이다. 때로는 그에 대한 고민 없이도 직관적으로 보이는 그림이 있다. 이를테면 신모래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그의 작품에는 분명 구체적 묘사가 있지만, 관람객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상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네온 핑크에 가까운 캔버스의 색감은 누군가에게는 행복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픔일 수 있다. ‘완벽한 사랑’이란 꽃말이 와 닿아 작가가 즐겨 그린다는 튤립의 모습도 그렇다. 언젠가 외로웠던 우리의 거울 속 모습을 잡아낸 듯하고, 불안한 미래를 예견한 연인의 알 수 없는 떨림을 전시장 천장에 드리운 많은 검은색 콩테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자연스러운 선으로 표현한 사람들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다양한 감정을 일으킨다. 잊히지 않는 어린 시절 친구거나 남보다 먼 가족일지 모른다. 작가는 전시명에서 이미 이러한 관계를 정의했다.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적(your only lover, friend, enemy.).’ 자신과 주변을 둘러싼 존재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사람이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손바닥 위 스마트폰 세상에서 지금의 관람객은 오프라인에서 처음 마주한 나의 시선처럼 그 무엇을 알아챘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 나머지 그의 이름을 본뜬 팬 페이지도 있다.

그림만큼 신중하게 글을 쓴다는 신모래 작가는 지난 인터뷰에서 모든 작품이 소중한 일기와도 같지만, 한번 그리면(SNS에 업로드하면)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것이기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작품의 주된 색 ‘핑크’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같은 색 소지품도 없어 외려 작품에 더 쓰는 것 같다는 소소한 반전까지. 작품과 그녀의 온라인 계정을 번갈아 살피다 보면 ‘젊음의 매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SNS와 해시태그를 나침반 삼아 자신만의 작가를 찾고, 스타를 만들어가는 오늘의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은 전시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캔버스를 붓질로 채워온 작가의 첫 개인전이자 기억의 기록이니까. 분명 작가도 일러스트 태블릿과 되돌리기(ctrl+z) 단축키에 익숙한 자신을 벗어나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했을 것이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사진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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