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영원을 꿈꾸는 예술가 박민준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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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6

작품을 통해 영원을 꿈꾸는 예술가 박민준

박민준은 '인간은 영원할 수 없지만, 영원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왼쪽 Untitled,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70×40cm(Frame 90×60cm), 2020
오른쪽 Untitled,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70×40cm(Frame 90×60cm), 2020

전시명을 통해 어떤 전시인지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개의 깃발]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균형이나 평형처럼 어떤 힘이 조화롭게 유지되는 것이 좋아요. 이전에 선보인 작품 ‘줄 타는 사람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제게 중요한 작업이죠. 평형 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하나 이상의 대상이 필요해요. 이번 전시에서 저는 숫자 2와 3을 중심에 두고 작업하고 글을 썼어요. 제게 ‘2’는 인간을 나타내는 숫자예요. 우리를 살펴보면 삶과 죽음, 남과 여, 음과 양 등 대칭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3’은 인간의 범위를 초월한 숫자로 봅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 삶의 어떠한 부분, 즉 인간적 이야기를 깃발에 담았어요.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인 [라포르 서커스]전이 인상 깊어서인지 이번 작품은 조금 힘을 뺀 듯 보입니다. 어떻게 시작한 작업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하나의 유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장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진행하고, 그중 맘에 드는 그림을 선정해 하나의 완성된 드로잉 작품을 만들어요. 이를 바탕으로 유화 작업에 들어가죠. 유화는 어떻게 보면 제게 아주 익숙한 매체예요. 동시에 고된 재료이기도 하죠. 드로잉은 익숙지 않은 매체지만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기에 심적으로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어요. 유화만큼 수정하기 쉽지 않아 드로잉 작업이 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요. 이런 면이 제 작품 세계를 환기하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신념의 탑,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201×136cm, 2020

스토리텔링이 작가님 작업의 핵심인 듯합니다. 벌써 전시 일환으로 두 권의 책을 발간하셨어요. 어떻게 글을 쓰시게 됐나요? 사실 그동안 작업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영상 작품을 제작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당연히 흐름, 즉 이야기가 필요했는데, 이게 바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예요. 이런저런 이유로 영상 작품은 제작하지 않았지만, 글은 계속 썼죠. 그렇게 첫 작품 <라포르 서커스>를 출간했어요. 사실 전체적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일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림 그릴 때 이미 머릿속에 구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다만 이를 ‘독자’들이 볼 수 있는 글로 다듬는 작업이 정말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글 쓰는 직업이 아니기에 문법적인 부분이 특히 저를 괴롭혔죠. 한 가지 더 고백하면, 원래는 짧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저처럼 글쓰기가 처음인 사람은 오히려 그런 글이 더 어렵더군요. 그래서 긴 소설이 되었어요.
작업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이러한 영감이 또 소설의 주제도 되겠죠? 특별할 건 없어요. 살면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작품 소재가 되죠. 요즘 화제가 되는 사회적 이슈나 개인적으로 겪은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것을 화면으로 끌어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 과정이 많이 걸리기는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는 색을 기다리며 오래 인내해야 하죠.





왼쪽부터 Untitled,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56×38cm, 2018 / Untitled,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56×38cm, 2018 / Untitled,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56×38cm, 2018

색을 기다린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제가 그리는 어떤 한 부분에 사용할 색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때를 기다리는 거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원래 그 부분이 바로 그 색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비로소 채색에 들어가죠. 그런데 이런 확신이 바로바로 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 부분을 계속 들여다봐요. 그 색이 제게 와닿을 수 있도록 집중하면서 기다리고, 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다 보면 저절로 가장 적합한 것을 찾게 돼요.
작가님은 화면에 명확한 장면을 담으시는데, 어떤 면에선 서양의 중세 시대 회화 작품을 보는 듯합니다. 이러한 화면을 선보이는 이유가 있나요? 작업 초기에는 뭔가 나만의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강했어요. 그러던 중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게 됐고, 그 화면이 주는 느낌에 충격을 받았죠. 그동안 늘 고전 미술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저는 회화에서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림으로 스토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스토리를 그림으로 ‘재현’하는 것, 저는 그것이 회화의 핵심이라고 보는 거죠. 카라바조의 작업이 제게 그 코어의 힘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네요. 제 목표가 저만의 미술 사조를 만드는 것에서 ‘단 한 점의 그림’을 남기는 것이 된 순간요. 현재 그게 저를 움직이는 ‘무적의 치트키’예요.





영원의 탑, Ink, Watercolor, Acrylic on Paper, 201×136cm, 2020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분명 작가로서 화폭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지만, 굳이 제 관점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을 꼭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전시를 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믿어요. ‘그림이 좋다’, ‘잘 그렸다’ 같은 단순한 느낌을 비롯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대로 어떤 것이라도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작가의 눈이 아닌 각자의 눈으로 작품을 봐주면 좋겠어요.





박민준 1971년생으로 200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 갤러리 썬앤문을 시작으로 가나아트 뉴욕, 갤러리현대, 갤러리엠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두산갤러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말 그대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이현정(인물), 이시우(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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