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예리와 미술관 산책하기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0-11-19

레드벨벳 예리와 미술관 산책하기

미술 작품을 보며 예리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블랙 레더 미니드레스 Lang & Lu, 주얼 장식 헤어밴드 Miu Miu.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2022년 7월 31일까지 열리는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

미술관에서 촬영한다고 하니 기분이 어땠나? 워낙 화보 찍는 걸 좋아하고 긴장도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촬영이 잡히고 나서는 내내 긴장이 됐다. 이번에는 뭔가 다른 걸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고민하면서 시안도 많이 찾아봤다(촬영 전에 예리가 아이디어를 수시로 보내왔다며 사진가는 후기를 전했다). 보내주신 시안을 보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에디터를 보며 찡긋 웃는다)

중간중간 찍은 컷들을 본 감상은? 막상 찍고 나니 잘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 (웃음)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미학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나? 바삐 촬영하느라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눈에 들어와 영상을 찍었다(휴대폰을 꺼내 동그란 원 안에 비디오 화면이 재생되는 작품을 에디터에게 보여준다. <시대를 보는 눈 : 한국근현대미술>전 중 박현기의 ‘우울한 저녁식탁’이라는 작품이다).

왜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움직여서 보았는데 이 안에 재생되는 영상이 마냥 아름다운 광경이 아닌 거다.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을 붙드는 뭔가가 있었다.

평소 어떤 것에 시선이나 마음을 빼앗기는 편인가? 음악, 책,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는데 각 카테고리 안에서는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한다. 장르를 따지지 않고 다양하게 읽고 보다 보면 내 안의 폭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림도 작가도 잘 모르지만, 감상하는 건 좋아한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작품도 좋지만, 그 안에 뭔가 이야기가 담긴 듯 오라를 풍기는 작품이 재미있다. 정답이 없이 자유 해석에 맡기는 작품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누가 보면 대단한 그림 그리는 줄 알까 봐 걱정이다.(웃음)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못했던 것을 해보자, 다짐했는데 그중 하나가 그림이었다.

그림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갑자기 일이 줄면서 시간이 더디 가니까 불안, 초조 같은 게 찾아왔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시간은 빨리 가는데 그 뒤엔 항상 남는 것이 있었다. 완성한 그림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고. 그림으로 오늘 하루를 만들었다는 느낌, 성취감이 든다.





블랙 체크 튜브 톱 드레스와 진주 네크리스, 진주 골드 이어링 모두 Dior, 블랙 페도라 Shinjeo.
제니 홀저,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 2019, 석조 난간 조각,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의 커미션으로 제작.





레드 체크 민소매 드레스와 화이트 시스루 스커트 모두 Burberry.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2020년 11월 8일까지 열리는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전.

최근엔 무엇을 그렸나? 패션쇼장에서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은 여자. 원래는 영화 [블랙 스완]의 여주인공을 그리고 싶었는데, 아직 그 정도 실력은 안 되니까 번외 정도로?(웃음)

그 밖에 또 그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추상화를 그리고 싶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생각하는 것을 휘갈기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런 게 은근히 스트레스도 풀리더라.(웃음) 좀 특이하긴 한데, 나만 알 수 있는 해석을 넣고 자유 해석에 맡기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웃음) 그림에 처음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사실 추상화 때문이었다.

추상화의 어떤 면에 끌렸나? 이제까지는 생각하는 것을 보통 가사나 글로 적었는데, 그 생각을 그림으로 옮기려니 그게 추상화인 것 같았다.

안무도 창작하고, 작사・작곡도 빨리 시작한 편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걸 즐기는 편인가? 그렇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고, 그 점이 이 직업의 감사한 부분이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 나 자신이 못 견딘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무엇으로 나를 더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구상하는 것이 많아 나 스스로에게 점점 기대감이 생긴다.

예리의 앨범 재킷을 직접 디렉팅한다면 어떻게 만들 것 같나? 많은 돈을 들여 거대한 팀을 꾸리고 거창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스마트폰 하나로만 찍어도 뮤직비디오가 되는 세상이니까, 미니멀하고 소소하게 나만의 감성을 담은 사진을 찍고 싶다.

MBTI는 과학이다”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MBTI(성격 유형 검사) 신봉자다. 예리의 유형 INFP에 가장 많은 직업이 작가, 미술가, 사진가, 디자이너라고 한다. 혹시 그중 부캐로 직업을 선택한다면? 막상 직업이 되면 힘들지 않을까? 책임감을 가져야 하니까. 그래도 꼭 하나 정해야 한다면, 작사가나 작가가 될 것 같다. 언젠가 책도 쓰고 싶다.

최근에는 어떤 곡을 썼나? 요즘 내 심정을 담은 곡 ‘흘러가는 것에 대하여’. 갑자기 찾아온 공백에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던 솔직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고비를 넘은 뒤 ‘어차피 흘러갈 시간, 흘러가는 대로 두자’는 마음으로 썼다. 아직 1절밖에 못 썼지만.(웃음)





블루 시스루 니트 톱 Wooyoungmi, 블랙 패딩 스커트 YCH, 블랙 헤어피스 Dior.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2022년 7월 31일까지 열리는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





아이보리 골드 펄 원피스와 페도라 모두 Lee y. Lee y, 골드 펄 보디 체인 Rosantica by Net-A-Porter.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2020년 11월 8일까지 열리는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전.

곡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나? 무력감을 느낄 때, 심심할 때, 차를 타고 갈 때,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주로 쓴다. 메모장에 꾸겨 넣은 말이 가사가 되기도 하고. 사실 곡을 쓰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오늘은 꼭 곡을 쓸 테야! 하면 오히려 더 안 써진다.

그림을 좀 더 본격적으로 그리고 싶은 생각도 있나? 지금은 그림 카페에 가서 그리는데, 그림 도구를 구입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장비를 들이는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망설임과 두려움 때문에. 언젠가는 사게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나는 그렇다.(웃음)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인가? 모 아니면 도다. 생각이 확고하면 빠르게 결정하고 고민이 필요할 땐 길게 끌고 간다. 중간은 없다. 이유 없이 망설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확신이 들 때까지 시간 차 아닌가? 그렇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것 같다. 맞다.(웃음) 나 자신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타인의 어떤 부분을 부러워할 수는 있겠지만, 나의 주체가 다른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점만은 항상 중요시한다. 나 자신을 잃지 말자.

예리가 생각하는 예리가 궁금하다.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많다.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에게 항상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았다가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완벽하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이제는 지금의 나를 데리고 이끌어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언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행복이라는 말이 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스로 심오한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지금의 내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행복은 어떤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 같다.” 당시에는 돈, 명예, 건강 같은 조건에 빗대 행복의 형태를 찾으려니 미궁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굉장히 소소하다. 기분 좋게 바람이 부는 날,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시간 같은 작은 일상으로부터 문득 온다고 생각한다. 얕은 행복, 깊은 행복을 따지지 않으려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지더라. 시점은 확실치 않지만 내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틀림없다.

행복은 형태를 갖추지 않은 캔버스일까? 그런 것 같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고, 그걸 알아가면서 삶의 질이 바뀌고 있다.

지금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스물두 살 맞나? 하하하! 나 자신을 놓치면 일도 사랑도 안 되고 삶이 피폐해진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나’니까.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혜수
헤어 김건우
메이크업 이나겸
스타일링 남주희
어시스턴트 최고은
장소 협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