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퍼니 페레이아가 이끄는 뉴 잉크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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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2

스테퍼니 페레이아가 이끄는 뉴 잉크

뉴 뮤지엄 뉴 잉크 총디렉터 스테퍼니 페레이라를 통해 미술관의 다학제적이며 탈경계적, 다원적인 면모를 살펴본다.

스테퍼니 페레이라는 지난 2018년부터 뉴 잉크를 이끄는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Courtesy of New Museum

스테퍼니 페레이라
2018년 뉴 잉크의 두 번째 디렉터로 취임한 스테퍼니 페레이라는 이전에 아이빔(Eyebeam)을 비롯한 여러 비영리 문화 예술 기관에서 6년간 일했다. 이후 공익 법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다시 6년간 예술가의 창의적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치고 2011년 첫선을 보인 ‘Art Program’의 첫 감독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개발과 크리에이터 로열티 및 사용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뉴 잉크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한 에바 다비도바(Eva Davidova)의 작품.





뉴욕에서 활동하는 쯔양 우 역시 뉴 잉크에서 열리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먼저 바쁜 가운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많은 한국인에게 뉴 뮤지엄은 익숙하지만, 뉴 잉크는 생소한 기관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언제, 무슨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인가요? 뉴 잉크는 뉴 뮤지엄 관장 리사 필립스(Lisa Phillips)와 부관장 캐런 웡(Karen Wong)이 2013년 설립한 기관입니다. 뉴욕은 미국의 어느 도시보다 많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배출하고 있지만, 그들이 창의적으로 일하고, 배우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전문가 모임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아티스트와 기술 혁신가 사이에서 ‘협업’이 떠오르는 ‘장르’가 되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죠. 오랜 기간에 걸쳐 창의적 기술을 미술관에서 소개해온 경험에 비춰볼 때, 그들이 뉴욕에서 강력한 신진 세력을 형성하고 발전해나갈 것을 알았어요. 당시 뉴욕에는 음식, 패션, 기술, 영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인큐베이터가 존재했지만 예술과 디자인은 예외였죠. 그 두 장르에 제대로 된 맥락만 만들어주면 예술계에 넘치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도시를 비롯한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거라고 믿은 거죠.

요즘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뉴 잉크의 어떤 점이 일반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다를까요? 뉴 잉크는 예술, 디자인과 기술 분야에 몸담은 ‘하이브리드 활동가(hybrid practitioner)’를 위한 인큐베이터이자 멤버십 프로그램입니다. 예술 활동을 위해 어떤 장소나 맥락에 몰입하는 기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달리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독려하고, 문화를 증진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창의적 사업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양한 동료와 관계를 맺고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멘토들과 만나면서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핵심이죠. 멘토 중에는 뉴욕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업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임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회원들의 작업을 고려해 비즈니스 측면에 초점을 맞춘 워크숍과 강의도 진행하고 있어요.

백그라운드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네요. 그렇다면 뉴 잉크는 그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뉴 잉크를 찾는 이들은 대학 졸업 후 강력한 공동체, 특히 뉴 뮤지엄과 같은 공인된 기관과 연계된 공동체에 속하길 원해요. 많은 연구자가 소규모 사업자나 창업자의 장기적 성공에는 네트워크가 핵심 요소라고 말합니다. 뉴 잉크는 의도적으로 반학제적 공동체를 육성하고자 하므로 회원은 다양한 미디어에 종사하는 잠재적 협업 파트너는 물론, 자신의 작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죠. 또 어떤 사람은 뉴 잉크가 다양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하기도 해요. 뉴 잉크에 속한 이들 중 다수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뉴 잉크에서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어떻게 혹은 왜 지금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설명할 필요 없이 오롯이 미래의 비전을 다듬는 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비디오, 사진, 공연을 주요 매체로 작업하는 재닛 빅스의 작품.





웹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기술자이자 예술가 바빅 싱 (Bhavik Singh).





조노 브랜들(Jono Brandel)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2019년 ‘What You don’t Know’라는 멀티 레이어의 VR 작품을 선보였다.





앤드루 치(Andrew Chee)의 작품. 환경과 작품을 한데 엮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선보이는 작가다.

예술과 디자인, 기술이 한데 뒤섞이며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세 장르가 뒤섞일 때 새로운 사고와 창조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다양한 도구를 여러 방식으로 적용해 서로 다른 형식으로 그 결과를 표현할 수 있겠죠. 또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상가를 논의에 초대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뉴 잉크 출신자가 모인 ‘스캐터(Scatter)’는 에미상을 수상한 가상현실 프로덕션 스튜디오로, 그 분야의 기술뿐 아니라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예술 스토리텔러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스캐터가 성장하면서 ‘뎁스킷(Depthkit)’이라는 볼류메트릭 필름 캡처(volumetric film capture) 기술을 개발했는데, 맞춤형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이 하드웨어 키트는 고해상도 3D 객체를 생성해 가상현실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를 영화 제작자를 비롯해 다양한 인재들의 손에 쥐여줘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는 예술, 디자인, 기술을 동일한 선상에서 다루는 공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독특한 사례죠.

이번 특집을 통해 ‘다원예술’을 조명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 매체를 기반으로 한 이들이 모이는 만큼 뉴 잉크는 다원예술을 만들어가는 장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뉴 잉크 커뮤니티의 규모는 상당해요. 매년 100명 정도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든요. 이를 통해 잠재된 창의력의 범주를 넓히고, 그걸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다양하게 변주해보곤 하죠. 뉴 잉크의 성공 요인은 모든 이의 작업이 유동적 성격을 띤다는 점이에요. 어떤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갔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되,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능력이야말로 거기서 파생하는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죠. 저는 종종 우리 작업 공간을 빛으로 이루어진 유기적 장(場)으로 상상하곤 합니다. 어떤 빛이 커지면 다른 빛이 그것을 향해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그룹 안에서 또 일부가 커져 자기 그룹을 형성합니다. 여기서 빛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비유한 것이고, 빛의 움직임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좇는 개인과 소그룹의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뉴 잉크의 다원적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들이 유동적으로 생각하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비 부(Vi Vu)는 조경학과 디자인 그리고 신경과학을 전공하면서 말 그대로 다원적 작업을 선보였다.





에바 다비도바는 2020년 뉴 잉크의 서포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멤버로 뉴미디어와 정보, 정치사회학적 관점으로 작품을 풀어낸다.





위거 저우(Yuge Zhou)는 시카고에 기반을 둔 중국 출신 예술가로, 그가 선보이는 비디오 작품과 설치 작품은 도시와 자연환경의 연결, 고립, 그리움을 다룬다.

그렇다면 다원예술의 범주 안에서 작가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또 ‘다원’이라는 단어를 붙여 장르를 굳이 나누는 일이 과연 중요할까요? 아티스트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작업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 작업 고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과 자금 조달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저는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의 미디어 아트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그 연구의 최종 결론 중 하나는 미디어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이들은 그들을 묶을 적절한 카테고리가 없기 때문에 자금 지원, 작품 의뢰, 전시, 자기 계발 기회에서 소외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뉴 잉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리 자신을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한 다원적 사상가들에게 ‘집’을 제공했다는 점이에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다원적 작업은 하나의 장르로서 분명히 존재하고, 오롯이 그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이 네트워크를 키워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앞으로 다원적·다학제적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나갈까요? 다원적 방식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데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쑤쥔 청(Sougwen Chung), 리사 박(Lisa Park)을 비롯해 현재 뉴 잉크 멤버인 재닛 빅스(Janet Biggs), 로라 스플랜(Laura Splan), 룰라 메브라투(Lula Mebrahtu), 쯔양 우(Ziyang Wu), 마크 라모스(Mark Ramos), 라준 맥밀런(LaJuné McMillian) 등 창의적인 인재가 많아요. 이들에게 적절한 기업의 후원이 따른다면, 향후 해당 기업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거꾸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우리 사회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과학 분야는 비판적 질문을 제기하는 예술가의 사고방식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의 시각으로 이들의 창조적 작업을 지켜보고, 그에 대해 우리 멘토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부분을 강조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뉴 잉크는 어떤 기관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또 어떻게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을 서포트할 계획인지 공유 부탁드립니다. 뉴 잉크의 비전은 두 가지에 지속해서 집중하는 건데, 그중 하나는 뉴 잉크 커뮤니티입니다. 지난해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온라인 작업이 늘면서 창의적인 이들이 장기적·지속적 성공에 필요한 기술과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는 보다 포용적이고 활기찬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강화했어요. 만약 올해 다시 공유 작업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많은 뉴 잉크 출신 작가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려 합니다. 두 번째는 전문성 강화예요. 예술가와 디자이너에겐 지속적인 전문 교육 기회가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이 출범한 이래 끊임없이 파트너와의 협력, 이벤트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실험을 해왔어요. 지난 2년간 뉴욕 외의 지역에서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며칠간 심화 과정을 제공하는 자문 모델을 시험적으로 운영하기도 했죠. 이를 온라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뤄지는 현지 활동을 통해 확대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뉴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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