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술계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는 누구?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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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1

지금 예술계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는 누구?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김인태, 룩스 트리오 멤버, 류성실을 만났다.

블랙탑 KIMHEKIM.

너 참 예쁘다, 김인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인태 디자이너는 이번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쪼개 나타났다. 멋진 헤어 스타일링과 에지 있는 옷차림으로. 개성 강한 디자이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는 프랑스 에스모드 파리에서 쿠튀르를 전공한 뒤 스튜디오 베르소에 편입해 패션 공부를 이어갔다. 발렌시아가 수석 디자이너였던 니콜라 제스키에르 밑에서 약 2년간 일하며 노하우를 습득한 뒤 2015년에는 ‘김해 김씨 김인태’라는 뜻의 브랜드 ‘김해김’을 런칭했다. “마치 한 떨기 꽃” 같다는 세간의 평에서 알 수 있듯이 김인태가 선보이는 패션은 절제된 세련미와 섬세함이 특징이다.
차근차근 몸집을 키운 김인태는 지난 1월 25일 삼청동에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를 초청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구성한 플래그십 스토어 ‘김해김 서울 스토어’를 런칭했다. 한국적 정서와 현대미술 공간이 집결한 삼청동은 김인태와 브랜드 김해김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그 역시 디자인의 기반을 전통 한복에 두기 때문. 우리 고유 의복을 현대적 관점으로 해석해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우.’ 사실 이를 시도하는 디자이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김인태의 김해김을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저는 한복이 생각보다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해요. 잘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죠. 그렇기에 오히려 전통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파괴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한다는 점이 김해김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한복이나 전통 옷감 장인들과 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직은 한복에 대해 배우는 단계라 마음대로 어떤 부분을 삭제하거나 재해석하는 건 지양하는 거죠.” 하지만 김인태가 한복을 재해석한 라인만 선보이는 건 아니다. 그의 컬렉션은 총 4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하는데,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어 실험적 작품을 만드는 ‘Buy it If You Can’, 특별한 날 입어야 할 것 같은 ‘Tonight’, 일상에서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Uniform’,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김인태 김해김’이 있다. 이렇게 카테고리를 구분함으로써 김인태는 “개인적으로 숨 쉴 구멍을 만들어놓았다”고 덧붙인다.
현재 김해김은 한국과 파리를 넘어 중국과 홍콩에도 거점을 만드는 등 세계적으로 판매·유통을 넓히고 있다.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 같아요. 온라인 세일즈를 강화하고, 현재 오픈한 서울 스토어가 많은 사람이 와서 영감을 공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가꿔야겠죠”라며 들뜬 목소리로 2021년 목표를 말한다. 장식 예술 안에서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의상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음악·문학·디자인·콘텐츠를 만드는 브랜드로 김해김을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한다. 이 모든 것을 이루려는 김인태의 정신력은 어떨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일 되뇌죠. 인태야, 오늘도 잘했어. 너 참 예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의 블라우스 및 팬츠 개인 소장품, 첼리스트 채훈선의 탑 Coz, 팬츠는 에디터 소장품, 피아니스트 안은유의 블랙 드레스 개인 소장품.

하모니의 힘, 룩스 트리오
한자리에 모인 순간부터 이야기꽃이 피었다. 피아니스트 안은유, 첼리스트 채훈선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으로 구성된 룩스 트리오. 매일 서로 얼굴을 보면서 연습할 텐데,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이들의 팀워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싶은 모멘트의 연속을 목격했다.
중학생 때부터 동기로, 선후배로 지낸 이들은 베를린에서 함께 유학하다 2014년 실내악팀을 결성했다. 세 사람은 함께 배우고 연주하며 좋은 무대에서 함께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각자 연주하는 악기도, 음악 철학도 다르지만 쉼 없이 얘기하고 또 의견을 나누며 간극을 메워나갔다. “각자 생각이 참 많아요. 그래서 어떤 때는 곡 해석을 두고 짧은 한마디에 몇 시간씩 서로 의견을 내는, 그야말로 뫼비우스의 띠 같은 연습을 한 적도 많습니다.(웃음) 서로가 경험한 일을 나누며 말 그대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맛집 얘기처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때로는 언젠가 본 미술 작품이나 책, 영화 등에서 느낀 부분까지 가감 없이 공유합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거죠.” 당연히 음악을 해석하는 데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동안 해온 연주나 해석 방식이 다르기에 처음엔 각자의 해석을 고집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2018년에는 한국팀 최초로 독일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삼중주 부문 3위와 청중상, 현대곡 해석상을 수상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세 사람은 말 그대로 잠자는 시간 외에는 연습만 했다고 말한다.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라며 당시 받은 스트레스가 극한이었음을 덧붙였다. ‘함께’ 음악을 만들고 맞춰가는 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분명 겪었겠지만, 같이 고생했던 이러한 기억은 세 사람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을 테다.
요즘 룩스 트리오와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조합의 트리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많은 트리오 중 룩스 트리오만의 색과 강점은 무엇일까? “함께 실내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악보를 정말 많이 보고 또 파고들고 있어요. 언제 어떻게 멜로디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지,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지, 누가 멜로디를 해야 할지 등 세세하게 연구하죠. 공부하고 의견을 맞추는 연구 과정을 같이 하므로 연주 중 호흡하는 면에서 서로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연주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아, 그리고 세 명 모두 에너지가 넘쳐요.(웃음) 가끔은 ‘이러다 무대가 터지는 거 아냐?’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올해는 세 명 모두에게 변화가 찾아올 듯하다. 모두 긴 독일 유학 생활의 방점을 찍을 시기인 것. 이후 첼리스트 채훈선의 군 입대로 잠시 공백기가 있겠지만, 이들은 꾸준히 하모니를 들려줄 계획이다. 팀원 모두의 우선순위가 룩스 트리오이기 때문. 서로 함께하는 시간에 이만큼 애정을 쏟으니 이들이 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푸른색 스트라이프 아우터 Acne Studios, 이너로 입은 흰색 티셔츠 에디터 소장품.

소용돌이 치는 류성실
“제19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류성실.” 그녀를 만나기 하루 전 류성실의 수상 소식에 미술계가 들썩였다. 장영혜, 서도호, 박찬경, 정금형, 전소정 등 역대 수상 작가를 떠올려보면 이제 스물여덟 살인 류성실의 수상은 가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를 꼽을 때 늘 거론되는 작가 중 한 명이기에 그녀의 수상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류성실은 현재 영상을 주 매체로 작업하고 있다. “사실 조각이라는 매체 특성상 전시 공간의 제약을 종종 받다 보니 이를 보완할 매체가 필요했고, 영상이 딱이라고 판단했어요.” 작가는 자신의 주 종목(?)인 조각이나 설치 작업을 더욱 재미있게 하고 싶어 영상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류성실과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른 작업은 바로 ‘BJ 체리 장 2018’, ‘체리-고-라운드’, ‘굿바이 체리 장’과 같은 ‘체리 장’ 연작이다. 기획을 시작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20대 초반에 취미 삼아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때 지성이 마비된 것 같은 ‘온라인 정글’을 체험하면서 1인 미디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하게 됐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를 꼭 작업 소재로 삼고 싶다고 다짐했죠.” 그렇게 시작된 연작은 이제 류성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한 가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감히 자신이 체리 장을 탄생시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워낙 분명하고 에고(ego)가 강한 캐릭터로 자리 잡다 보니, 이젠 류성실마저 두 손 두 발 다 든 모양새다.
이렇게 체리 장과 자신을 분리하면서 작가는 체리 장에게 어떤 제약이나 제한을 두지 않은 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부여한 셈. 류성실은 전시장을 벗어난 웹 기반 플랫폼 같은 접근성이 높은 곳을 또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상정했다. “작업이 아무리 좋아도 관람객이 찾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문턱이 높은 일이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최적의 전시 조건을 찾아 나선 류성실은 최근 뮤지엄헤드에서 열린 전시 <나메 Name>에 출품한 ‘죽지 않는 가문’이란 작품 역시 QR코드와 모바일 포맷을 빌려 선보였다. 류성실은 조각에서 영상으로, 또 웹 기반의 작업으로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가장 친숙한 매체로 우리의 전두엽을 강하게 자극한다. 현재까지 작업 전반에서 우리는 화려한 장면으로 극대화된 토속과 민속, 지독한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작가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세속적 욕망에 관심이 많다”며 자신이 현재 살아가는 사회 속 모든 상업 디자인물에서 읽은 고집 센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방식을 시각예술가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다시 말해 그녀는 대중을 일종의 클라이언트로 상정하고, 이들이 호감을 느낄 시각적 기호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로 화려한 이미지를 작품에 차용한다. 류성실이 앞으로 어떤 작가로 성장할지는 오롯이 그녀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를 되짚어볼 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류성실은 이미 스스로 방법을 깨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기에.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
헤어 & 메이크업 강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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