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전통 문화의 맛과 멋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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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7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전통 문화의 맛과 멋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운 선과 색감, 접시 위에 그림같이 빚어낸 음식으로 가을 이미지를 표현했다.

무르익는 계절
탐스럽게 익은 가을 대추처럼 붉은빛 저고리와 은은한 미색 치마는 고려시대 의상에 쓰던 ‘라’ 직물로 만든 것으로, 하늘하늘 순수한 느낌을 준다. 수덕사 유물 조각으로만 남은 라 직물을 복원해 만든 것. 저고리에는 고려시대의 금박 구름 문양을 넣고, 한복 치마는 볼륨감을 더하는 셔링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주름으로 풍성하고 화려한 느낌을 준다. 큼직하고 화려한 장식의 비녀, 아래 놓인 3개의 과일 바구니 모두 무명씨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고기와 버섯 볶음을 채운 옥잠화
꽃이 화려하게 만개한 것처럼 수줍지만 눈부신 디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듯 늦여름부터 피어나는 옥잠화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옛 반가에서 즐겨 먹던 옥잠화를 이용한 요리는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부드럽게 말린 옥잠화 꽃잎에 볶은 소고기와 표고버섯, 채 썬 배를 채워 넣으면 근사한 꽃쌈이 된다. 꽃잎의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한 꽃 내음 뒤로 짭조름하게 씹히는 소고기버섯볶음과 달콤한 배 조각이 어우러지며 호화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백색 예찬 백화반
여러 나물로 오방색을 표현한 골동반은 꽃밭 같은 느낌을 준다 해서 ‘화반(花盤)’이라고도 부른다. 이 전통 비빔밥을 재해석해 온지음 맛공방에서 개발한 백화반은 도라지, 더덕, 동아, 무, 밤 등 흰색 계열 채소와 나물을 넣어 만든 것.





동아만두
9~10월이 제철인 동아의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썰어 살짝 절인 것을 만두피 삼아 소를 넣고 돌돌 말아 찐 만두는 모양도 맛도 색다르다. 동아는 큼직한 초록색 박과 덩굴식물로 궁중 요리에 많이 쓰던 식재료다. 흰색의 단아하고 정갈한 모양새와 깔끔하면서 익을수록 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풍요로운 유희
1년 중 모든 것이 가장 풍성하고 즐거운 놀이가 이어지는 명절인 음력 8월 대보름.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되는 여성의 놀이인 강강술래, 손을 맞잡고 일렬로 서서 오른손과 왼손을 차례차례 꿰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고사리꺾기, 서당 학동들의 놀이인 가마싸움, 추석날 남자들이 힘자랑하던 씨름. 흥겹게 이어지는 놀이에 참여하거나 구경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수줍으면서 흥겨운 유희의 감성을 표현했다. 옥빛 줄무늬가 들어간 노란색 옷고름의 저고리와 보름달이 떠오른 눈부신 추석날 밤하늘처럼 짙푸른 청색 치마 그리고 라 직물로 여성의 두루마기를 재해석해 만든 로브를 머리 위에 두른 차림새에서 설렘이 느껴진다.





대하 육즙냉채
대하와 전복, 밤, 죽순, 아스파라거스 등이 어우러진 둥근 모양새가 추석날 한복 입은 여인들이 손을 맞잡고 원무(圓舞)를 즐기던 강강술래를 연상시킨다. 제철 해산물과 채소의 어울림이 화사하다. 여기에 양념한 소고기를 볶다가 물을 넣어 자작해질 때까지 오랫동안 끓인 뒤 식힌 육즙에 겨자를 살짝 가미한 소스를 넣어 버무린 것. 첫맛이 산뜻하게 감돌면서 각 재료의 식감과 맛을 음미하다 보면 양념이 심심한 듯 배어 감칠맛이 난다.





전복만두탕
전통식을 바탕으로 만든 이 보양식은 옛날 사대부가에서 일상적으로 먹던 음식이다. 전복을 만두피 삼아 새우와 두부로 속을 채워 만든 전복만두, 건해삼 안에 새우와 양파·두부 등을 넣어 만든 소로 채운 해삼만두, 양·도가니 등 진귀한 재료를 듬뿍 넣었다. 여기에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따뜻하게 내면 귀한 가을 밥상이 된다.

민어사슬적
흰 살 생선과 곱게 다진 소고기를 사슬 모양으로 번갈아가며 겹겹이 끼워 만든 사슬적은 반가의 대표 음식으로, 소고기가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 맛있게 어우러진다. 8월부터 9월까지 제철인 민어 살과 채끝 등심에 달큰한 간장 양념을 입힌 뒤 동일한 간격으로 꼬치에 끼워 숯불에 먹음직스럽게 굽는다.





진주식 갈비찜
경남 진주의 반가에 전해 내려오는 이 갈비찜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다르다. 이가 성하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 만든 ‘배려’의 음식인 것. 갈빗대 위에 채 썰어 양념한 생갈비를 볶고, 독특한 향의 능이버섯과 우엉 등을 넣어 찐 뒤 밤채와 대추채 등 고명을 얹으면 풍성하면서 부드러운 갈비찜이 완성된다.





개성약과, 쌍화편, 흑임자 다식, 두텁파이
온지음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한식 디저트. 틀에 넣어 찍는 궁중식 모약과가 아닌 켜켜이 쌓아 만든 개성약과는 고려시대부터 즐겨 먹던 것으로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쌍화차에 달걀노른자를 띄워 먹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쌍화편은 달걀노른자로 푸딩을 만든 뒤 졸여 시럽 형태로 만든 쌍화차를 부은 것으로, 맛공방의 젊은 셰프가 아이디어를 내어 만든 창의적 디저트다. 대표적 전통 간식 중 하나인 다식은 흑임자를 넣어 만든 것. 두텁파이는 예부터 궁중에서 즐겨 먹던 두텁떡을 재해석해 쫀득함과 바삭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파이 형태로 만들었다.





유난히 밝은 둥근달을 볼 수 있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은 은은한 달빛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 선조들이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며 살기를 기원하던 추석의 풍요로움을 담았다. 여자가 입은 한복은 고려시대 의상을 복원한 것이다. 16세기에 많이 입던 스타일의 길이가 긴 저고리는 자카드 원단에 화려한 패턴이 돋보인다. 여기에 다홍빛 치마와 남성의 두루마기를 재해석한 짙은 쪽빛 겉옷을 걸쳤다. 좁은 소맷단과 여성스러운 허리 라인을 살려주는 실루엣으로 요즘 의상과 매치해도 손색없다.
달항아리는 무명씨에서 선보이는 앤티크 제품.





위쪽 조은희·박성배 셰프와 맛공방 실무진.
아래쪽 온지음 레스토랑.

Special Thanks to
가을 문턱에 들어선 계절이자 추석이 있는 9월은 <노블레스> 창간 기념호를 준비하는 달이다. 이 특별한 에디션의 퀴진 화보를 위해 온지음을 찾았다. 온지음 건물 4층에 자리한 한식 레스토랑은 이미 미식가 사이에 수준 높은 한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온지음에서 ‘맛공방’이라 칭하는 이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전통 식문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소다. 조선 시대 서울의 반가 음식, 전국 지방 도시의 명망 있는 종갓집 내림 음식, 전통 고조리서, 전국 곳곳의 향토 음식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계승하고 현대 조리법을 가미해 발전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와 미술사, 식문화 교육 등으로 깊이 있는 식견을 갖추고 있는 맛공방은 궁중 음식 이수자 조은희 방장과 신라호텔, 일본·미국 등에 있는 레스토랑을 거치며 오랜 시간 음식을 탐구해온 박성배 연구원을 필두로,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약 10명의 젊은 실무진으로 구성해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두 셰프는 맛공방을 통해 전통을 현대화하고 젊은 장인을 양성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곳의 메뉴는 한식 코스 한 가지뿐이지만, 매월 구성이 바뀌어 언제 들러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한식의 맛과 맵시를 경험하기 좋고, 종로구 효자로에 위치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인왕산 능선과 계절의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온지음의 테이블에 앉아 있노라면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 어느 날 찾은 온지음의 테이블. 조은희·박성배 셰프가 본격적인 가을이 오기 전 <노블레스>를 위해 준비한 제철 요리는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전통 반가 음식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전형적 한식 모습을 고집하기보다 제철 재료의 묘미를 절묘하게 이끌어내고 창의적 요소를 가미한 현대적 감각의 요리. 눈으로 한 번, 입으로 즐길 때 또 한번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리 음식의 진정한 매력을 알려준 온지음 맛공방 식구들, 더불어 주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한복을 소개해준 옷공방에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한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박우진
코디네이션 마혜리
요리 조은희·박성배(온지음 맛공방)
한복 온지음 옷공방
모델 황기쁨
헤어 & 메이크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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