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미술의 세계도 바꾸게 될까?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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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1

메타버스가 미술의 세계도 바꾸게 될까?

가까운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될 메타버스 기술이 미술 세계에 끼칠 영향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술계는 전례 없는 운영상의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오프라인 전시 주체들이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난관을 극복한 것을 시작으로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건 디지털 네이티브 MZ세대.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고, 좋아하는 일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이들이 미술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미술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MZ세대의 놀이터, 메타버스(metaverse)가 미술과 융합하고 있다.

MZ세대를 관통하는 문화 이슈, 메타버스
2021년 상반기 미술계 최대 화두는 NFT(Non-Fungible Token)였다. 그 이후는 메타버스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초월 혹은 가상이란 의미의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의 최대 장점은 어떤 방식의 대규모 문화 예술 이벤트라도 제약 없이 개최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9월 메타버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해 1억 뷰를 돌파하고, 비슷한 시기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에서 블랙핑크가 가상 팬 사인회를 열어 약 5000만 명의 사용자가 몰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청소년의 55%가 가입한 로블록스, 지난 7월 출범한 SKT의 이프랜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프랜드는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스타그램의 네트워킹 방식이 메타버스의 라이프스타일로 옮겨가는 것. 프로세스 간소화와 사용성을 강화한 메타버스 룸(운영 상점)이 늘어남에 따라 미술관과 경매사, 갤러리는 점차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입점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메타버스에서 전시를 즐기고 작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생성될 것이다.





지난 5월 분또블루에서 개최한 <더 토큰 매니페스토>전 포스터.





연내에 NFT 전시를 개최하는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

NFT 활용과 전시 자본의 확산
지난 7월 간송미술관은 미술관 후원 활성화 방침의 일환으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의 NFT를 제작해 개당 1억 원에 100개 한정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국보가 그런 식으로 거래될 때 그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문화재를 NFT로 제작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선 관련 사안의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 사실 NFT 작품 유통이 이루어지는 미술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NFT 작품 거래 관련 거래소 운영 방안, 창작자와 소유자의 저작권 문제, 메타버스에서 NFT 아트를 선보일 경우 수익 배분 문제 등 수많은 기준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그런 만큼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2021년 연내에 NFT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대미술 의제에서 가장 큰 화두인 NFT 분야를 탐구하는 러시아 최초의 전시”라며 “저작권과 소유권, 예술 작품의 권리를 할당하는 새로운 방법을 전시를 통해 선보일 예정으로, 새로운 문화 관행에 청중을 참여시키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보적 단계지만 국내에서도 NFT 전시가 열렸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누모모(NUMOMO)가 지난 5월 성수동 분또블루에서 개최한 <더 토큰 매니페스토>전. NFT 시장을 선도하는 작가 90여 명의 NFT 작품을 미디어 아트와 프린트로 만들어 오프라인 공간에 전시하고 QR코드에 관련 정보를 담았다. 아직 메타버스에서 NFT 전시가 본격화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NFT 아트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6930만 달러(약 780억 원)에 낙찰되며 세 번째로 비싼 생존 작가가 된 비플이 유명세를 탄 지 불과 몇 개월 만의 확산세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메타버스, 아트 플랫폼의 새로운 미래
LG전자가 지난해 12월 오픈한 온라인 전시 공간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에 주목해보자. 시그니처관과 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되는데, 냉장고 등 각종 시그니처 제품을 전시한 시그니처관에선 제품별 본질을 형상화한 예술적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기획전시관에선 고(故) 김환기 화백의 특별전 <다시 만나는 김환기의 성좌>를 시작으로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실제 전시가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 펼친 전시임에도,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6개월 동안 150여만 명의 방문객을 이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가상 세계에서 미술을 즐기는 일이 사람들에게 더는 낯선 광경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경량화 AR 글라스, 고성능 VR 기기가 출시되고 관련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타버스의 실감형 콘텐츠는 우리와 계속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NFT 전시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메타버스 룸에서 다양한 전시가 열리면 NFT 작품 소유자가 작품 대여료를 받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NFT 작품 컬렉션을 기획해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거나 전시회 관람료를 받는 등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기존 오프라인 전시가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정보를 끌어안은 비밀 공간이었다면, MZ세대가 주도하는 메타버스 속 전시는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 속 부캐를 활용한 과감한 행동과 실행력은 유명 작품을 보기 위해 해외로 발을 돌리던 많은 이들을 가상 공간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 인공지능 기술로 되살린 작고한 작가와 함께 전시장을 거닐며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현실 세계에선 물리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환상적인 작품을 감상하는 등 즐거운 상상은 메타버스에서만 가능하다.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의 공간 디자인은 유현준 건축가가 담당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안현정(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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