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사로잡는 표현의 힘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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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9

시선을 사로잡는 표현의 힘

수많은 장면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지금. 강렬한 인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패브리커가 꿈꾸는 대로
현재 대중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전시가 있다. 바로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전. 미술관에서 사운드 아티스트와 시각예술가 5팀을 페어링해 ‘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자리다.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 패브리커는 힙합 음악 프로듀서 코드쿤스트와 손잡고 ‘꿈의 형태’라는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패브리커는 김동규, 김성조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듀오다. 성균관대학교 서피스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10년 패브리커를 결성한 이후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오고 있다. “처음에 저희가 선보인 아트 퍼니처 덕분인지 초창기부터 예술가적 면모로 주목을 받았죠. 공예에 조금 가깝기는 하지만요. 지난 10년간 설치 작업과 어니언카페로 대변되는 공간 디자인으로까지 저변을 확장했습니다. 이 셋을 엮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언어’일 것 같네요.” 오브제에서 공간 디자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이 전부 패브리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표현 언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어쩌면 시각예술 전반을 다루는 패브리커의 이러한 설명은 디자인과 현대미술의 경계가 흐려진 현재 작가들의 작업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놓고 생각할 때 그것이 현대미술의 영역에 있는 것이든, 사람에게 어떤 쓰임을 제공해야 하는 공간이나 사물이든 패브리커에겐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김동규와 김성조는 무엇을 함께 바라보고 또 고민하며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저희는 아름답고 편안하면서 희소성이 있는 무엇을 만들고 싶어요.”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좋은 경험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패브리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제 공간의 개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었다. 매일 새로운 시도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패브리커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한다.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이 누군가의 시각에선 조금 ‘아날로그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패브리커가 제안하는 공간이나 설치 작품, 그리고 실생활에서 사용하거나 작품처럼 놓을 수도 있는 아트 퍼니처 등은 조금이나마 우리가 영위하는 삶을 풍성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르코르뷔지에를 생각해보자. 세계적 건축가인 그가 아파트를 짓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든 것이 과연 그가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고자 한 것일까? 현시점에 그의 유산이 희소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천문학적 가격을 호가하지만, 패브리커는 르코르뷔지에가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창작자가 이와 다를 바 없다면, 동시대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패브리커도 마찬가지일 터.
“대체로 사람들은 어떤 작품이나 오브제 혹은 공간을 만드는 전 과정을 보지 못하니까, 결과물만으로 그걸 만든 이들을 정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죠. 최근에 아무래도 저희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공간 디자이너로서 면모가 두드러진 건 사실이에요”라며 약간의 아쉬움을 토로한 패브리커. 분명한 건 이들이 메이커, 그러니까 창작자라는 사실이다. “저희가 내놓은 결과물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바랍니다. 이번 롯데뮤지엄 전시에선 꿈을 이야기하는데, 넓게 보면 우리는 모두 드리머, 즉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꿈이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린 대로 그 시간을 따라 유영하다 보면 결국 그 형태가 선명해지겠죠. 앞서 우리는 아름답고 편안하면서 희소성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걸 목표로 매일매일 시간을 지나옵니다.”
김동규와 김성조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왔다. “학부 시절부터 줄곧 함께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회적 자아를 함께 형성한 거죠.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여행도 가고, 사우나에도 가고, 맥주도 한잔하면서요. 처음부터 우리 둘은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내고자 했기 때문에 개개인의 에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마주 앉아 대화하는 내내 김동규와 김성조는 번갈아가며 패브리커에 대해 말했다. 누가 어떤 질문에 답할지 미루는 기색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호흡에 괜히 듀오가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가 주어가 되어 자분자분 풀어내는 패브리커를 보며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함께해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은 패브리커이기에 그들이 앞으로 어떤 꿈을 함께 꾸고, 또 그 꿈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자못 기대된다.





위쪽 빅뱅 지드래곤과 함께 만든 피스마이너스원의 ‘(논)픽션뮤지엄’. 다중적 의미의 초현실 공간으로 조성했다.
아래쪽 패브리커가 공간 디자인을 한 성수동의 카페 어니언은 미아점, 안국점으로 확대됐다.





왼쪽 2016년 선보인 ‘Fabric Wood’ 오브제.
오른쪽 3D 프린트로 만든 아트 퍼니처 ‘Monster_3D’(2018).





공간 연주자, 유정수
공간을 다루는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 그가 만든 공간에 미리 가보는 편이다. 한데 글로우서울의 유정수 대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여러 곳을 경험했기 때문. 자주 가는 익선동 맛집부터 대전을 여행할 때 들른 소제동의 카페, 지난 9월 의왕에 오픈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까지. 몇 년 사이 ‘힙’하다고 소문난 공간 대다수가 유정수 대표의 손길을 거쳤다. 인터뷰하기로 한 청수당스파도 오픈 3개월 만에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딱히 홍보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먼저 그의 공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우서울은 도시 재생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공간 기획 스타트업이다. 공간에 최적화한 컨셉과 디자인이 담긴 공간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일. 때에 따라 직접 시공을 담당하고, 리테일 브랜드 IP를 개발해 가맹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운영 방식은 업계 외부에 있던 유정수 대표의 이력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천문우주학을 전공한 그는 15년 가까이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글로우서울을 차린 건 점처럼 산재한 경험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면서. “30대 초반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호텔과 리조트를 다니는 데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때 보고 느낀 것이 현재 글로우서울의 프로젝트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 2014년 저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에 익선동에 이탤리언 레스토랑 글로우키친을 연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 터라 적자로 문을 닫았지만, 익선동이란 동네가 지닌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우서울의 시작점인 익선동은 서울 중심부에 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였다. 주민들이 오래된 적산가옥을 고치며 살아가는 재개발 예정 지역. “상처 나고 깨진 타일 하나하나에서 진짜 레트로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매력을 알아본 사람들이 카페를 하나둘 오픈했는데, 흥미롭게도 차 마시는 공간이 생기자 자연스레 레스토랑 매출이 오르더군요.” 태국 리조트가 떠오르는 타이 레스토랑 살라댕방콕, 오래된 동유럽 호텔을 형상화한 복합 문화 공간 호텔세느장 등 그가 오픈한 다른 컨셉의 매장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익선동 상권을 일으켰고, 그 모습을 확인한 전국 각지의 지자체와 기업에서 그에게 공간 활용 컨설팅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글로우서울의 현재진행형 프로젝트 중 에디터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창신동 프로젝트다. 근대 서울의 주요 건축물을 만든 채석장이 있던 동네, 한국전쟁 피란민이 정착한 마을 창신동은 높은 지대와 좁은 골목이라는 악조건 탓에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곳이다. “최근에야 창신동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전형적인 1960년대 주택이 밀집해 있는데, 당시의 붉은 벽돌이나 철제 대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로망이 있죠. 무엇보다 뷰가 좋아요. 관악산과 북한산까지 서울 풍경이 한눈에 펼쳐져요.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을 끄집어내 좋은 공간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이 모이는 상권이 형성됩니다. 물론 창신동의 교통 사정은 글로우서울엔 모험이었어요. 하지만 도넛 전문점 도넛정수 등 먼저 오픈한 매장에 많은 분이 찾아오는 걸 보고 저희의 접근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글로우서울을 이야기하면서 타임빌라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타임빌라스만의 특징을 꼽으라면 매장으로 가득 채운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어야 할 곳에 ‘글라스빌’이 자리한 것. 유리온실을 연상시키는 글라스빌은 10개의 독립된 개별 동으로 이루어져 트렌디한 카페가 입점해 있다. 바라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하는 이 공간은 자연 속 쇼핑과 휴식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제안한다. “타임빌라스 설계안이 나온 상황에서 컨설팅에 참여했는데,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 과감하게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영업 매장 면적을 10% 이상 줄이자고 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흔히 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쇼핑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인데, 쇼핑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이런 전략도 무용지물이죠.” 그렇다면 글라스빌은 어떤 역할을 할까? “요즘 사람들은 주말 나들이를 할 때 특별한 개성을 지닌 카페를 목적지로 설정해요. 하지만 이런 곳도 평범한 아웃렛 건물에 집어넣으면 매력이 사라지고 말죠. 그래서 흰 캔버스 역할을 할 글라스빌을 만들고, 여기에 좋은 콘텐츠를 채워 많은 사람이 찾고 오래 머물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는 타임빌라스에 적용한 전략이 글로우서울의 공간 공식을 따른 것이라 말한다. “영업을 위한 공간은 전체의 60%를 넘지 않게 합니다. 나머지 40%는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로 채우고요. 한옥 구조를 살려 중정을 온천 정원으로 꾸민 샤부샤부 전문점 온천집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중정을 테이블로 채웠다면 단기 수익을 높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다음은요? 매장에 들어섰을 때 받는 첫인상부터 전반적인 분위기, 적절한 음악과 서비스까지, 사람들이 공간을 찾는 핵심은 결국 ‘경험’입니다.” 이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자리를 위협받는 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공간 점유율은 계속 떨어질 거예요. 공실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건물을 가졌다고 돈을 버는 시대는 저물 거고요. 대다수 사람이 메타버스로 몰리는 한편, 일부만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수준 높은 경험을 추구하리라는 예측도 가능하죠. 그렇다면 공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글로우서울은 공간 패러다임의 변화를 준비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조직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위쪽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의 시그니처 공간 글라스빌.
아래쪽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도넛정수의 뷰.





아래쪽 2021년 OCI미술관에서 선보인 ‘2020’ 설치 전경.

지알원이 그곳에
요즘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꾀하는 이들이 많다. 과학과 예술같이 완전히 다른 영역이 뒤엉키기도 하고, 큰 범주에서 예술 혹은 문화의 세부 장르가 한데 얽히는 경우도 있다. 지알원(GR1)은 어떻게 보면 후자에 속한다. 소위 하위문화의 일종으로 불리는 그라피티를 오랫동안 해온 그는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자신의 자리를 넓혔다. “그라피티 작가로 저를 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베이스가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예술을 하는 사람 지알원을 마주할 때 생기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어엿한 작가로서 인정받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그를 만나는 모두가 ‘그라피티를 하던 작가’로서 지알원을 대하니 다른 작가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일이 그에게는 결코 소박한 바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알원은 ‘Graffiti’의 앞 두 글자와 ‘톱’의 의미가 있는 ‘1’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그런데 친구들도 모두 본명보다 이 이름으로 부를 만큼 지알원을 대표하는 정체성이 되었다. 1999년 처음 그라피티 세계에 발을 들인 지알원은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의 신문사에서 일하며 틈틈이 그라피티를 통해 거리를 점거해왔다. 그러던 중 예술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갈망을 느껴 느지막이 대학원에 진학,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어요. 거리에서 예술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미술이 정말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라피티 역시 창작 행위라 생각하니, 이를 발전시켜 조금은 정제된 환경인 화이트 큐브를 위한 작업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거리 예술인 그라피티는 다수의 사람에게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소리치는 것과 다름없기에 사람들을 어떻게 불러 모을까 하는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 전시장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를 보러 오도록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따른다. 그래서일까. 작업에 대한 지알원의 고민이 한층 깊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동안 제가 해온 그라피티는 물론 회화 작업까지 다 펼쳐놓고 생각해봤어요. ‘내가 그동안 해온 이야기는 무엇이지? 공통적인 이야기는 뭘까?’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결국 제가 하는 이야기는 ‘충돌’에 대한 것이더라고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선 서로의 생각과 이념이 충돌하죠. 제가 몸담은 서브컬처계에도 여러 충돌이 있었고요.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금도 다양한 부딪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제 그림에 녹아나는 것 같아요.”
지난 1월 OCI미술관에서 열린 2020년 레지던시 참여 작가의 그룹전 <2021 Cre8tive Report>에 함께한 지알원은 그곳에서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2020’이란 신작을 통해 미술관 내에 직접 그라피티를 끌어온 것. “전시장에서 제게 할당된 공간에 독립적인 벽이 하나 있었는데,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그래도 제 베이스가 그라피티이니 거리 예술을 미술관으로 가져와보자 싶었죠.” 다만 벽에 직접 그릴 경우 전시가 끝나면 지워야 한다는 생각에 종이를 화면 삼아 그렸다고 지알원은 덧붙였다. 그런데 미술 관계자와 관람객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거리에서 거칠게 튀던 그림이 화이트 큐브에 정제된 모습으로 깨끗하게 걸리니 완전히 다른 느낌을 자아낸 것. 지난 10월 2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개인전 <부딪치는 풀>에서도 이러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 작업에서 힌트를 얻어 작가는 앞으로 그라피티와 정통 회화의 관계를 좀 더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지알원의 작업에서 또 하나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화면의 색감이다. 그라피티를 시작한 초창기에 작가는 주로 글자를 매개로 작업했는데, 그때는 화려한 색을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 점점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으로 넘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눈에 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미국에서는 오히려 흑백의 콘트라스트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실마리를 얻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컬러풀하잖아요. 저는 연한 회색과 검은색을 사용해 화려한 색감 사이, 어찌 보면 ‘뮤트’ 처리된 부분을 만들어서 시선을 붙잡으려 했어요. 그런 점이 회화 작품으로 넘어와서도 보이는 셈이죠.” 지알원의 설명을 듣고 작업실 벽에 기대 세운 작품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니, 캔버스 왼쪽 상단부터 오른쪽 하단까지 촘촘하게 메운 화면의 상세한 부분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이렇게 주변의 환경과 함께 읽을 때 그의 작품 속 메시지와 이야기는 더욱 힘을 발한다.
당위성이 없으면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지알원. “결국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 작품으로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작업해요. 결국 적당한 때에 적당한 장소에서 적절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머무른 장소에는 ‘지알원 왔다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길거리부터 화이트 큐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소를 거친 지알원의 종착지는 어디쯤일까?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그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개가 짖는다-1, 캔버스에 아크릴과 스프레이 페인트, 91×73cm, 2020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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