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지민이 본 전시는 무엇?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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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방탄소년단 지민이 본 전시는 무엇?

혐오와 왜곡이 아닌 포용과 공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포도뮤지엄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

Us and Them, 2021, 금속 프레임, 원웨이 미러, 거울, led 조명, 컬러mdf, 가변 크기
포도뮤지엄 전경.


지난해 4월 개관한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포도뮤지엄. 이곳에서 개관 기념으로 4월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가수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다녀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기획 의도는 그 어떤 전시보다 진지하다. 바로 혐오의 해악성이 만든 인류의 고통을 조명하고, 용서와 포용을 통해 진정한 공존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것.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쿠와쿠보 료타, 장샤오강, 진기종 등 한·중·일 8인의 작가가 저마다의 시각적 해석을 더한 이번 전시는 ‘균열의 시작’, ‘왜곡의 심연’, ‘혐오의 파편’ 등 총 세 가지 주제로 전시실을 나누어 구성해 점진적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전시실 내에는 작가 8인의 설치 작품과 포도뮤지엄의 전시와 기획을 총괄하는 티앤씨재단(T&C Foundation)에서 기획한 테마 공간 5개가 어우러져 전시 관람에 몰입감을 더한다.
일상 속 뿌리 깊게 자리한 혐오와 차별을 주제로 한 만큼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전시지만, 포도뮤지엄은 미디어 아트와 인터랙티브 요소 등을 접목한 테마 공간에서 관객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티앤씨재단 김희영 대표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테마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연출을 도입”한 것.
사소한 소문과 뒷담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을 그린 첫 번째 주제 ‘균열의 시작’ 제1전시실에서는 테마 공간 ‘우리와 그들(Us and Them)’, ‘소문의 벽(The Wall of Rumors)’, 그리고 이용백과 성립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인피니티 미러 속에서 끝없이 복제되는 빨간 앵무새와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록 음악 ‘Us and Them’이 울려 퍼지는 테마 공간 우리와 그들. 이 곡은 대화와 노력 대신 ‘우리’와 ‘그들’로 서로를 구분 짓고, 전쟁의 씨앗이 되는 증오와 편견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빨간 앵무새는 “너 그 얘기, 들었어?”라며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말을 따라 하며 소문을 옮기는 사람을 상징한다.





위쪽 이용백, Broken Mirror_Classic 2011, 2011, 42인치 모니터, 거울, 맥미니, 스테레오 스피커, 80×123×6cm
아래 왼쪽 쿠와쿠보 료타, LOST#13, 2020, 일상용품, LED, 기차 모형, 250×570×570cm
아래 오른쪽 권용주,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2020, 마네킨 위에 옷, 스티로폼, 포장 천막, 우레탄폼, FRP 캐스팅, 가변 크기

이용백 작가의 작품 ‘Broken Mirror’도 시선을 붙잡는다. LCD 모니터를 덧댄 커다란 거울에 총알이 관통하는 영상이 나오는데, 관람객은 짧은 순간에 깨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목격한다. 작가는 “보이는 것은 모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와 가상 사이 혹은 의식과 꿈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두 번째 주제 ‘왜곡의 심연’ 제2전시실에서는 소문에서 시작된 편견이 극단적 공감을 얻어 혐오의 역사를 형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테마 공간 ‘비뚤어진 공감(Perverse Empathy)’과 ‘패닉 부스(Panic Booth)’, 그리고 쿠와쿠보 료타 작가의 작품이 함께한다. 테마 공간 비뚤어진 공감에 들어서면 독일, 중국, 미국 등 여러 국가의 혐오 발언이 벽에 비친 관람객의 그림자 크기에 맞춰 채워진다. 소수 집단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소리가 강력한 힘을 가질 때 극단적인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작가 쿠와쿠보 료타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시리즈 작품 ‘LOST#13’을 선보인다. 일상 속 소소한 물건이 천천히 움직이는 작은 기차의 조명을 통해 벽에 확장되는데, 마치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관람객은 평범한 대상이 마음속 추억과 기억을 파고들어 위협적 존재로 왜곡시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 번째 주제 ‘혐오의 파편’ 제3전시실에서는 테마 공간 ‘달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the Moon)’과 권용주, 최수진, 장샤오강, 강애란, 진기종 작가가 어둠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파편들을 어루만지며 우리 주변에 만연한 혐오를 어떻게 극복하고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을지 사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권용주 작가의 ‘매달린 사람들’과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은 20세기 초반 동독 아방가르드 작가 존 하트필드의 풍자 포스터 작업을 차용한 작품으로, 신체 감각기관이 사물로 대체되거나 변형된 사람을 표현했다. 최수진 작가의 작품 ‘벌레 먹은 숲’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우거진 숲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벌레에 갉아 먹힌 모습으로 혐오의 말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자화상을 그렸다.
티앤씨재단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뮤지엄을 오픈하고,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도 개최했다. 전 세계 플랫폼 방문자들은 제페토 아바타를 이용해 방문 인증샷을 찍어 SNS 채널에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우주를 형성한다. 포도뮤지엄의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으로 혐오와 왜곡이 아닌, 마음에 와닿는 진정한 공감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문의 064-794-5115





강애란, 숙고의 방, 2021, 플라스틱, LED, 가변 크기

 

에디터 최윤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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