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줄리 조세프가 담아낸 반클리프 아펠의 세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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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5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줄리 조세프가 담아낸 반클리프 아펠의 세계

서울 메종 오픈을 기념해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줄리 조세프가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반클리프 아펠의 철학을 담은 애니메이션 필름을 공개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줄리 조세프. © Louise Lorthe

반클리프 아펠과는 2018년 알함브라(Alhambra) 컬렉션 탄생 5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필름을 제작한 이후 두 번째 만남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요?
이번에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필름은 서양과 한국 문화의 만남을 묘사했습니다. 반클리프 아펠과 프랑스 문화를 상징하는 발레리나 요정이 파리 방돔 광장에서 출발, 서울에 도착해 상징적 장소와 풍성한 한국 문화를 발견하는 여정을 담아냈죠. 영상에는 두 번째 주인공으로 한국 소녀가 등장하는데, 요정의 친구가 되어 한국의 전통과 다양한 환경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요. 서정적 모험을 통해 서울 메종의 우아한 파사드와 다채롭고 황홀한 내부 공간도 살펴볼 수 있죠.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피스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서영희 디렉터와의 협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간 기획, 연출, 제작 등 모든 면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해온 것과는 달랐을 텐데, 서영희 디렉터와 함께 작업한 소감과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런 식의 협업은 처음이었는데, 우선 디렉터님의 의도를 온전히 느끼려고 그간 만든 대본과 노트, 스케치를 살펴봤어요. 제가 한국의 전통을 잘 몰라 디렉터님이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셨죠. 전통 민화에서 특정 동식물이 장수나 부를 상징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 홍보대사로서 역할 역시 톡톡히 하셨달까요.(웃음) 재능이 뛰어난 분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물리적 만남이 어려운 상황이죠. 이러한 환경에서 협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성취감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고요. 혹시 협업 과정에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직접 만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어요. 비록 멀리 떨어져 작업했지만, 서로가 걸어온 길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죠. 저와 마찬가지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저는 작품 속 전통과 민속문화에 몰입하는데, 디렉터님이 전통 민화를 다룬 책을 보내주셨어요. 영상을 제작할 때 성경처럼 곁에 두고 활용했습니다.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 한편, 저희의 모습이 작품 속 두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전통 이미지를 내적으로 흡수해 일종의 ‘여행’을 했다는 점에서 흡사한 것 같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두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알게 된 메종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반클리프 아펠에 대한 인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알함브라 컬렉션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마친 뒤 파리의 하이 주얼리 워크숍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워크숍 디렉터 그레고리 와인스톡(Gregory Weinstock)과 주얼리 장인들(Mains d’Or)이 재료를 다루는 놀라운 손길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눴죠. 작품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완벽을 기하는 장인의 기술력으로 완성되는 것이더군요. 더불어 발레와 무용을 향한 루이 아펠(Louis Arpels)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님이 마주한 서울은 어떤 도시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전통과 현대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도시라고 생각해요. 서영희 디렉터님이 보여준 옛 서울 지도에서 영감을 얻어 그러한 모습을 영상에 담았죠. 또 산과 숲, 강이 감싸고 있는 서울은 자연이 도시를 이루는 본질적 요소라는 점에서 매력적인데, 영상 속 창덕궁 비원을 몽환적 시선으로 표현하는 등 식물과 자연적 요소를 강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애니메이션 필름 속 서울 메종 내부 공간.





춘앵무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는 메종의 ‘발레리나 클립’ (1952).

작가님은 고대 문화와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하십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따로 참고하신 동양 설화나 서양 신화가 있나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나무가 불멸, 용기, 번영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도교 불멸자들이 소나무 씨앗과 솔잎, 송진을 먹고 생존하며 비상할 힘을 얻었다는 전설이 흥미로웠습니다. 영상 속 모란꽃에서 태어난 한국 소녀가 날아다니다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으며 등장하는 장면이 이 전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죠. 한편, 조선시대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추는 무용수가 등장하는 장면엔 서양 양식을 반영한 새장을 더했어요. 화문석 카펫과 무용수의 전통 의상이 주는 화려한 인상과 대조되는 중립적이고 추상적인 풍경에 둘러싸이는 장면이죠. 더불어 영상에 등장하는 한국 소녀는 서양인 혹은 동양인의 얼굴로 규정할 수 없는 중립적 이미지를 지녔어요. 요정은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와 함께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작품에서 초현실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콜라주를 활용해오셨죠. 이미지는 주로 어디서 수집하는지,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 이를 표현하는 과정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책, 박물관, 벼룩시장 그리고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그림과 판화를 수집해왔습니다. 제 이미지 컬렉션에는 호기심 넘치는 저만의 캐비닛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서로 상관없는 이미지를 연결하는 것이 제 작업 방식입니다. 완전히 직관적인 방식으로 연관시키기도 하고, 컬러의 조화라는 기준을 두고 연결하고자 노력하기도 하죠. 우연히 만난 이미지는 때로는 이치에 맞고, 때로는 이상한 이야기가 깃든 초현실적 이미지로 탄생합니다. 저는 본래 의미를 탈피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랜 역사를 내세우는 메종과의 프로젝트에선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작품은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접목해 서정성을 품은 현대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동시에 제 역량과 노하우로 반클리프 아펠의 철학을 해석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한국 민속문화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서영희 디렉터님의 방향성을 반영, 오래된 엽서 속 서울의 장소를 찾아가 동식물의 상징성을 배우고, 민화의 대중적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도전 덕분에 오히려 프로젝트가 흥미롭고 풍성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상도 2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하셨습니다. 이러한 제작 기법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2D 애니메이션 기법은 종이를 오려내는 것 같은 섬세함과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요. 이는 공예와도 관련이 있는데,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에서 그것을 탄생시킨 장인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든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D 애니메이션 기법은 3D 기술보다 전통적 면모를 유지하는데, 이런 방식을 통해 콜라주 이미지가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 작품은 스토리와 그림 외에도 음악, 서체, 디자인, 모션그래픽스 등 다양한 연출 요소로 구성됩니다. 구체적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노트와 종이에 스케치하고 메모하며 제 안의 모든 생각을 표현합니다. 그러고 나서 영상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고르죠. 시각적 요소와 아이디어가 넘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다듬는 편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서영희 디렉터님의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출발했지만 이후엔 제 의도를 도출하기 위해 스크립트에서 저를 ‘분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편, 작업 과정에선 스토리보드 단계가 중요해요. 모든 것이 구체적 형태를 갖추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여기서는 카메라의 동선, 음악,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 생각을 남겨두고, 스토리보드가 결정되면 캐릭터와 설정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는 식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전통과 철학 그리고 서울 메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이팅게일과 춘앵무 무용수가 등장하는 장면. 한국의 전통과 현대성을 무용수, 화문석 카펫, 청자 화병, 소나무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무용에 대한 메종의 취향과 현존하는 실체인 자연은 요정과 주얼리 발레리나 클립(Ballerina clip)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또 배경에 자리한 새장은 외관과 내부 사이의 투명성 그리고 건축적 그리드 효과가 돋보이는 서울 메종의 파사드를 향한 경의를 표현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서울 메종을 방문할 <아트나우> 독자들에게 이번 필름의 감상 팁을 주신다면요?
개인적으로 두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또 자연을 향한 한국인의 존중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요. 서울 메종을 찾으시는 분들이 필름을 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저의 애정 어린 시선과 전하고자 했던 서정성을 섬세하게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메종과 함께 새로운 환경과 인물을 상상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저 자신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를 또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에디터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이현정(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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