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에게 듣는 반클리프 아펠 메종의 진정한 가치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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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6

전방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에게 듣는 반클리프 아펠 메종의 진정한 가치

1세대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전방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중인 서영희가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메종의 정체성과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화시킨 작업을 선보였다.

© JK

디렉터님과 반클리프 아펠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렇게 만남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건 메종과 디렉터님이 추구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예술성은 제 안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가지지 않은 요소는 예술로 나오지 않아요. 그 요소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하죠. 스스로 가진 걸 어떻게 대중적으로 표현할지 늘 고민합니다. 이는 반클리프 아펠도 마찬가지예요. 메종의 예술성 역시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 오는데, 개인적으로 메종의 예술성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전하는 요정(fairy)들의 다채로운 디자인을 비롯해 정오와 자정이 되면 신사와 숙녀가 입맞춤하는 시계에 ‘포에틱 위시(Poetic Wish)’라는 사랑의 표현을 붙이고, 한 쌍의 동물로 사랑을 표현하는 등 주얼리 디자인은 메종만의 심오한 사랑법이자 독창성인 셈이죠. 메종이 예술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메종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2020년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한 ‘골드 트랜스포메이션(Gold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볼게요. 섬세한 기요셰 패턴이 돋보이는 알함브라 컬렉션을 조명하는 작업이었죠. 알함브라 펜던트 표면에 새긴 선명하고도 일정한 라인은 햇살처럼 따뜻하게 다가오는데, 저는 여기서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 작가님의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점이나 점선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기요셰 패턴을 연상시켰거든요. 단색화를 모티브로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결의 한지와 금빛 가루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공유하자 메종에서 굉장히 좋아하고 전적으로 지지해준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문화를 대하는 ‘진정성’ 있는 애티튜드가 메종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죠.
반클리프 아펠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그 진정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를 꾸준히 지지하는 건 마케팅 측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가장 핫한 K-팝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게 단기적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죠. 이런 방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메종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한 나라의 문화를 존경하기에 특별한 겁니다. 몇 년 사이 한국 시장이 성숙하면서 소비자도 브랜드가 보여주는 진정성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메종의 일관된 행보를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디렉터님은 서울 메종 오픈 소식을 좀 더 일찍 접하셨을 텐데, 처음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공간에 얼마나 세련되게 우리 문화를 녹여낼지 기대감이 먼저 들었어요. 그간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메종의 진정성이 그 공간에 반영될 것 같았거든요. 이후 공간 디자인을 살펴봤는데 ‘역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메종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앙 만쿠 디자인 스튜디오가 공간 설계를 맡았는데, 메종의 한국 사랑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공간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 중에서도 디렉터님의 시선을 사로잡은 요소를 꼽는다면요?
우리나라 주거 문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청자 기와가 나옵니다. 고려시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는데, 문화적으로 미적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청자 기와 특유의 기품을 서울 메종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 메종 파사드의 청자 소재가 그것인데, 프랑스어 메종은 ‘집’이라는 뜻이니 청자 기와에 내포된 의미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필름 속 서울 지도.





왼쪽_ 한국 단색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진행한 골드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 © Van Cleef & Arpels 2020 SA - Creative Direction by Younghee Suh
오른쪽_ 한국의 유산과 메종의 라커드 버터플라이 컬렉션을 연계한 글로벌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 Van Cleef & Arpels SA - Creative Direction by Younghee Suh

서울 메종 오픈을 기념해 줄리 조세프 작가와 애니메이션 필름을 제작하셨습니다. 오랜 기간 화보 촬영이나 전시 큐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런 작업은 처음이라 도전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어요. 줄리 조세프 작가님의 기존 작품에선 기발하면서도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는데, 여기에 우리 문화가 들어가면 지금껏 보지 못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지혜와 영감을 상징하는 요정이 파리 방돔 광장에서 서울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다는 스토리라인을 잡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다음 스토리를 채울 요소들을 고민했습니다. 물론 메종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자연’과 ‘문화’, ‘예술’에 중점을 두고서요.
이번 애니메이션 필름에선 어떤 한국의 자연과 문화적 요소를 감상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연을 숭배했고, 그 영향으로 풍수지리가 가장 좋은 곳에 조선의 수도 한양(서울)을 세웠죠. 서울 메종이 들어서는 이 도시를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지도인 ‘도성도’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죠. 지도를 보다 아름다운 후원을 가진 창덕궁에 요정이 방문하는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또 궁을 생각하니 조선의 로열패밀리 중 가장 문화 예술을 사랑한 효명세자가 떠올랐죠. 그는 순원왕후 탄신 40주년을 기념해 궁중무용인 춘앵무의 가사를 쓰기도 했는데, 영상엔 춘앵무를 추는 무용수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와 관련 자료를 작가님과 공유하며 작업을 발전시켜나갔고, 여기에 그녀만의 스타일을 더해 독창적인 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요?
한국 전통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작가님이 배를 좋아해서 요정이 서울을 방문할 때 배를 타고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요정이 한국을 방문하는 의미를 생각해 조선 사신들이 해외로 나갈 때 타던 배의 도안을 공유하는 것으로 화답했어요. 또 영상 속 한국 캐릭터가 입는 의상에도 각별히 신경 썼습니다. 소매 너비 등 미묘한 차이로 한복이 기모노처럼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여기에 한국의 올곧은 소나무 같은 작은 풍경 디테일까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작업한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올봄 서울 메종을 방문하는 이들이 애니메이션 필름을 보고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영상이 사랑스러웠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화려함에서 오는 사랑스러움이 아니라 초현실적이면서도 소중한 의미가 담긴 사랑스러움. 반클리프 아펠이 넌지시 전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JK(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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