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롤스로이스를 소유한다는 것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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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2

인생에서 롤스로이스를 소유한다는 것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코트다쥐르에서 아주 오랜만에 이뤄진 롤스로이스 팬텀과의 랑데부.

퍼플과 실버의 대담하면서 세련된 대비가 돋보이는 비스포크 팬텀은 ‘더 엑스트로버트(The Extrovert)’라 이름 붙였다. 팬텀 오너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명 셀럽에게 어울리는 외향적이고 화려한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2년여 만에 떠난 여행이었다. 아니, 오랜만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설레고 들뜰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니스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지 코트다쥐르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트다쥐르는 20세기 초부터 유명 배우와 예술가, 음악가, 부유한 저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롤스로이스와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모나코 대공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 때 탄 롤스로이스는 모나코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롤스로이스 창립자 헨리 로이스 경은 살아생전 코트다쥐르의 르카나델 마을에 라미모사(La Mimosa)라는 별장에서 매년 겨울휴가를 즐겼다.
그만큼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 도시에서 모습을 드러낸 롤스로이스는 가장 상위의 플래그십 모델인 팬텀의 두 번째 시리즈다. 모나코가 내려다보이는 지중해 해안가 도시 로크브륀카프마르탱(Roquebrune–Cap–Martin)에 자리한 메이본 리비에라 호텔(Maybourne Riviera Hotel). 롤스로이스 모터카 CEO 토르스텐 뮐러 외트푀스(Torsten Muller Otvos)는 최근 오픈한 최고급 호텔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팬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팬데믹으로 약 2년간 소통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끊겼다가 오랜만에 준비한 상징적 행사인 만큼 행사 타이틀도 ‘팬텀 랑데부(Phantom Rendezvous)’라고 이름 붙였다.





메이본 리비에라 호텔 정원에 전시한 ‘더 패트리어트(The Patriot)’. 실내는 영국 국기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려 넣었다. 자신의 나라와 문화와 대한 자부심을 팬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비스포크 샘플 모델이다.

호텔 정원에 전시한 새로운 팬텀은 두 대의 더 비스포크 모델. 그중 하나는 플래티넘의 은백색 마감에서 이름을 본뜬 ‘더 플래티노(The Platino)’로, 팬텀 시리즈 II 출시를 기념해 특별 제작한 모델이다. 앞좌석은 최고급 가죽으로, 뒷좌석은 고급스러운 직물로 덮여 초창기 롤스로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모델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또 하나의 비스포크 샘플로 선보인 모델을 ‘더 패트리어트(The Patriot)’라 이름 붙였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에서 영감을 받아 선명한 마그마 레드 컬러로 마감하고, 굿우드의 디자이너가 그린 작품으로 장식해 영국적 멋이 느껴진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프로그램은 개발 이후 고객의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비스포크 총괄 존 심스(Jon Simms)는 “고객과의 창조적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했다. “팬텀은 각 고객의 기준에 맞춘 최고 차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서죠. 그렇기에 비스포크의 시작은 빈 캔버스 같아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바와 그들의 세계를 전부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의 말처럼, 롤스로이스는 창의적으로 구현한 많은 팬텀을 빚어내고 있다. 팬텀 세레니티라고 이름 붙인 비스포크 모델은 일본식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실크 소재에 생화처럼 섬세한 꽃을 수놓았고, 팬텀 코아라 불리는 모델은 하와이의 성스러운 나무로 알려진 코아 아카시아 원목을 3년에 걸쳐 제작했다. 팬텀 오키드에는 난초 하나하나를 전부 손으로 그려 넣기도 했다. 모두 주문한 고객과 상의를 거쳐 완성하고 이름도 함께 지은 비스포크 모델이다. 각 고객이 중시하는 가치와 롤스로이스만의 가치가 맞물려 단 하나뿐인 팬텀이 탄생하는 것. 롤스로이스의 유일무이한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일반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는 ‘예술’을 소장하는 셈이다. 존 심스는 롤스로이스 고객 또한 평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고객들에게 일반적 팬텀은 어울리지 않죠. 그들이 원하는 완벽한 팬텀을 큐레이션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젊은 고객은 전형적인 걸 싫어하고, 또 어떤 고객은 사라져가는 전통 요소를 새겨 넣길 원해요. 방향은 달라도, 단 하나는 같습니다. ‘다르다’, 즉 ‘특별하다’는 거죠.”





비스포크 제작한 팬텀 익스텐디드 시리즈 중 하나인 ‘더 코노이세르(The Connoisseur)’.

그의 얘기를 들으니 이전 팬텀과는 또 다른, 새로운 특별함을 지닌 두 대의 팬텀이 더욱 빛나 보였다. 고객의 주문을 반영하고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팬텀은 진화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라이트 터치’ 디자인. 팬텀 시리즈 II는 판테온 그릴과 주간 주행등 사이에 수평으로 일직선을 이루며 그릴에 라이트가 켜지는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 그릴 자체가 조명 효과를 발휘해 해가 지면 메탈 소재 그릴에 라이트가 반사되어 은은하고 우아하게 빛나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헤드라이트에도 별빛처럼 수만 개의 복잡한 레이저 컷 베젤을 적용해 어두운 밤에도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RR 배지와 환희의 여신상을 돋보이게 하며 웅장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이 헤드라이트는 디자인팀의 숙제 같은 부분이기도 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의 비스포크 수석 디자이너 매슈 댄턴(Mattew Danton)은 팬텀 실내 천장에 드러나는 스타라이트를 밖에서는 볼 수 없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팬텀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헤드라이트에 별을 새겨 넣기로 했죠. 그래서 레이저를 활용해 별빛을 추가했어요. 예전의 타원형에서 원형으로 바꾸고 3D 레이저를 활용해 한쪽 헤드라이트당 580여 개의 별을 수놓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은은하게 발광하죠.”
1920년대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휠 또한 마감과 디테일에 공들였다. 스테인리스스틸과 블랙 래커 색상으로 마감한 디스크 휠은 달릴 때 여느 차와 달리 바닥에서 구르는 느낌이 아닌 마치 비행하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롤스로이스만의 ‘매직 카펫 라이드’를 실현한 디자인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클래식한 느낌을 한층 살렸다. 과거 운전기사가 앉는 앞좌석과 뒷좌석을 구분하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앞좌석에는 최고급 가죽을, 뒷좌석에는 신소재 패브릭을 적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앞좌석.
새로운 팬텀 시리즈 II는 헤드라이트에도 별빛 같은 라이트를 넣어 어두운 밤에 더 매력적이다.
밤하늘의 별이 차 안에서도 쏟아진다. 실내 천장에서 빛을 발하는 스타라이트는 나이트 드라이빙 무드를 한껏 고조시킨다.
팬텀 ‘더 프로디지(The Prodigy)’ 비스포크 모델. 어두운 밤에도 은은하면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팬텀 오너들을 위한 모델로, 외관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현대적이면서 위트 있는 인테리어를 결합한 예시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눈에 드러날 만큼 진폭이 큰 변화는 아니다. 매슈 댄턴은 필요하지 않은 변화는 지양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이기에 늘 변화를 염두에 두지만, 어려운 일이죠. 롤스로이스 그리고 팬텀이 지닌 정체성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최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디테일’이에요. 전통과 상징이라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디테일한 변화에 집중하는 거죠. 창립자 헨리 로이스 경의 ‘최고의 것을 이룬 후에 개선한다’라는 말에 해답이 있었어요. 팬텀의 키워드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입니다.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그 존재감을 지키는 일이고요.” 그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변화 사이, 그 간극의 균형을 아주 영민하게 캐치하고 있었다. 고객의 주문을 아름답게 구현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와 디자인팀은 패션, 시계, 건축 등 그 어떤 영역이든 적용해 새로운 팬텀을 창조하고 있다.





단 하나의 예술품
이 지면을 통해 새로운 팬텀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누구라도, 이쯤 되면 롤스로이스의 존재감에 대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늘 강조하듯, 롤스로이스는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다. 럭셔리의 영역에 있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이자 특별한 가치다. 토르스텐 뮐러 외트푀스 CEO는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표현했다. “롤스로이스를 사는 고객은 대부분 차고에 차량이 많아 옷처럼 기분과 상황에 맞춰 차를 골라 타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이 롤스로이스를 소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와 상의하며 구현해나가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꿈을 이루는 거죠.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는 종종 “고객의 꿈만이 우리의 한계가 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고객이 원하는 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 기술적이거나 법적인 것을 제외한,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롤스로이스는 하이엔드 영역에서 최정상에 올랐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토르스텐 뮐러 외트푀스 CEO는 2016년 블랙 배지를 도입한 건 가히 ‘혁명’이었다고 회상했다. 컬리넌이라는 럭셔리 SUV 모델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재, 엔진, 기술적으로 새로움과 첨단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가 12년 전 처음 CEO를 맡은 이후 늘 그래왔다. “그때보다 롤스로이스 고객의 평균 연령도 낮아졌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젊은 감성이 트렌드입니다. 과거에는 롤스로이스에 대부분 운전기사를 대동했다면, 지금은 오너드리븐 중심의 차로 변모하고 있어요. 고객 중 20%가 영화배우, 팝 스타, 스포츠 스타 등 셀럽이라는 사실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사회적 취향과 함께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럭셔리 자동차 부문 최초로 럭셔리 전기차를 발표할 계획도 있습니다. 변하는 건 없어요. 롤스로이스가 지닌 가치 위에 새로운 것이 더해지는 것뿐이죠. 내연기관 엔진이 빠진 자리에 전기 배터리가 들어갈 뿐, 롤스로이스는 롤스로이스입니다.”
그는 롤스로이스의 가치에 기반한 변화에 대해 몇 시간이고 더 얘기할 수 있다고 했지만,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니스와 모나코를 오가며 안정적이면서 물결이 흘러가는 듯 부드러운 팬텀의 드라이빙을 즐기면서 이미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가 지나가면 거리가 멈춘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귀한 오브제처럼 빛을 발하며 누구나 뒤돌아보며 동경하는 차,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예술품. 롤스로이스를 소유한다는 건,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최고 달콤한 인생을 만끽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팬텀 시리즈 II와 함께한 단 며칠의 밀회(rendezvous)는 그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는 여정이었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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