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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6

은은한 물결, 반짝이는 우리

조금씩 팬데믹 이전 생활로 돌아가면서 미술계도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고 날개를 펼쳐 훨훨 날고 있다.

위쪽 부산비엔날레의 무대가 될 부산항 제1부두.
아래쪽 초량에서도 부산비엔날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부산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이자 영화의 도시, ‘해운대’로 대표되는 여름휴양지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곳에 대해 절반밖에 모르는 거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같은 굵직한 미술관은 물론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 ‘아트부산’ 등 이제는 예술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부산은 이미 다양한 예술 기관과 행사가 어우러지는 문화 예술 도시로 거듭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부산이 이렇듯 문화 예술 도시로 자리매김한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예술 축제를 떠올려보면 ‘부산비엔날레’를 첫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미카 로텐베르그의 ‘Spaghetti Blockchain’(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로르 프루보의 ‘Touching To Sea You Through Our Extremities’(2021). @Photo by Filip Claessens


2020 부산비엔날레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과 맞물리며 최악의 조건에서도 일정을 바꾸지 않고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내 유일의 비엔날레로 우뚝 서며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올해는 김해주 전시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물결 위 우리’란 제목으로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 부산현대미술관을 전시 공간 삼아 열린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역사 속 부산으로 유입되고 또 밀려난 사람들과 요동치는 도시의 모습을 ‘물결’로 상정했다. 새로 물결이 밀려오고 또 부서진 후에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처럼 역사의 순환 속에서 도시도 함께 변천해왔음을 드러내는 것. 부산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조선 최초의 개항장이 됐고, 식민 시대가 본격 도래하며 도시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도 물자 보급 항구로 개발,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한국전쟁 당시 약 100만 명의 피란민이 내려와 정착하며 점점 더 다양한 지역 출신의 이주자들이 모인 ‘혼성적’이고 ‘개방적’인 도시로 변모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며 그간 도시를 지탱해온 경공업 같은 산업이 쇠퇴하고, 그에 따라 인구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결국 전시는 시간의 흐름 속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산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참여 작가들의 고유한 시선을 통해 전 지구적 맥락으로 엮어내는 데 주력한다.
2년 넘게 팬데믹 시대를 견디며 우리가 꿈꾸던 전 지구화, 즉 낙천적이기만 하던 세계의 단합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그간 그려온 전 지구화의 실현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를 넘어서는, 다시 말해 한 단계 진화한 전 지구화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022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이라는 세계 속 작은 점과 같은 도시에서 담론을 생성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즉 진일보한 전 지구화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왼쪽 올해 부산비엔날레 포스터.
오른쪽 문지영의 ‘엄마의 신전 VI’(2020)

참여 작가 선정도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강태훈, 문지영 같은 부산 출신 작가는 물론 아르헨티나의 미카 로텐베르그(Mika Rottenberg), 나이지리아의 오토봉 응캉가(Otobong Nkanga), 터너상 수상자로 얼마 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를 선보인 프랑스 작가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 등 총 26개국에서 80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그간 그들이 들려준 인종, 이주, 젠더, 노동, 역사 같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확장한다. 더불어 지난해 12월에는 웹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화감독, 문헌학자, 사진가, 건축과 교수 등과 함께 강연 및 토크를 진행했고, 지난 2월에도 다채로운 온라인 강연을 선행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동아시아의 근대성과 로컬리티 및 기술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제 학술 심포지엄, 아티스트 토크와 워크숍까지 마련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절된 소통의 끈을 더욱 팽팽히 잇는다.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비엔날레는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들이 전 세계에서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감독과 큐레이터들이 합심해 언제나 그랬듯 한 땀 한 땀 성심을 다해 이번 비엔날레를 수놓고 엮었다.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냈을지, 또 그렇게 엮인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정성을 다해 듣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에디터 백아영(프리랜서)
정송(프리랜서)
사진 제공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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