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스페셜리스트 맷 케리-윌리엄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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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4

아트 스페셜리스트 맷 케리-윌리엄스

25년차 갤러리스트이자 옥션 하우스 스페셜리스트의 예술을 대하는 자세

갤러리스트이자 아트 컬렉터인 맷 케리-윌리엄스.

맷 케리-윌리엄스는 남들은 하나도 거치기 어려운 세계적 갤러리와 메이저 옥션사를 모두 경험했다. 그는 런던 소더비 옥션에서 커리어를 시작, 뉴욕 소더비 옥션 현대미술 부서 수석부회장을 거쳐 유럽 크리스티 옥션에서 현대미술 프라이빗 세일을 이끌었고 필립스 옥션의 부회장을 맡았다. 가고시안(Gagosian), 혼치 오브 베니슨(Haunch of Venison),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같은 세계적 갤러리에서 일한 후 현재 런던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에서 시니어 디렉터이자 영업부 책임자로서 갤러리의 판매 전략을 주도하고, 1·2차 플랫폼을 담당하고 있다. 25년에 걸쳐 갤러리스트, 옥션 하우스 스페셜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은 그는 개인적으로 100여 점의 작품을 보유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작품 판매는 흥미롭고 심장이 뛰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 맷 케리-윌리엄스가 한국의 컬렉터, 갤러리스트와 아트 컬렉팅에 관한 경험치를 나누고자 한다.

맷 케리-윌리엄스
런던 빅토리아 미로의 시니어 디렉터이자 영업부 책임자. 버밍엄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현대미술사와 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데릭 슈럽 메모리얼(Derek Shrub Memorial)의 첫 장학생으로 졸업하면서 소더비 옥션 하우스에 성공적으로 입사했다. 이후 소더비 런던과 뉴욕, 크리스티, 필립스까지 세계 3대 옥션사와 가고시안, 혼치 오브 베니슨, 화이트 큐브 등 국제적 갤러리에서 일했다.





빅토리아 미로 외관.
Courtesy of Victoria Miro, Photo by James Morris





Andrew Maughan, A Bigger Feast, Oil on Canvas, 240×180cm, 2022
Courtesy of the Artist





Installation View of ‘Doron Langberg: Give Me Love’ (3 September-6 November 2021) at Victoria Miro Gallery.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 Doron Langberg

지금 한국에선 아트 컬렉팅 붐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해서 알고 계시죠?
2001년 겨울 사업차 처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 후 여든 번 정도 다녀왔어요. 현대미술을 향한 (국내외 예술품을 아우르는) 폭발적 관심을 목격했고, 한국 미술 시장이 그러한 관심을 충족시킬 만큼 눈부시게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멋지게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최첨단 기술과 함께 아름다운 디자인, 고전적 이미지 또한 간직한 한국의 모습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혁신과 전통의 공존이죠. 역동적인 한국 미술 시장은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서울 아트 신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경력에 비춰 볼 때 작품 보는 안목이 누구보다도 탁월하실 텐데요. 컬렉터로서 안목을 키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은 취향을 타고나지 않습니다. 단지 발달시킬 뿐이죠. 취향은 이두박근과 같아요. 단련하지 않으면 강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예술품을 바라보라는 의미예요. 좋아하는 예술품과 좋아하지 않는 예술품 모두를 말이죠. 그다음 귀로 여러 전문가의 말을 들으세요. 예술품을 판매하는 사람, 스페셜리스트, 큐레이터, 작가, 평론가 등의 말을 듣고 함께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많이 질문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다리로 직접 갤러리, 작가의 작업실, 박물관, 옥션 하우스에 가고 가능한 한 많은 예술에 다가가야 합니다. 한 사람이 고유의 취향을 발전시키려면 ‘보고 듣고 질문을 던지며 탐험’해야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컬렉터를 상대하셨죠. 아트 컬렉팅에도 어떤 단계나 특징이 있나요?
작품을 수집하는 데 ‘레벨’은 없습니다. 컬렉터로서 성공은 수치로 따질 수 있는 객관적·실증적 타깃이 아닙니다. 사적 여행이나 마찬가지죠. 이제 막 컬렉터로서 여정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일단 아무것도 사지 말고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고 자신감이 생기면 마음이 원하는 만큼 (그리고 자산이 허용하는 만큼) 작품을 사들이세요. 그렇게 컬렉팅 여정을 밟아나갈수록 더 비싼 작품에 몰두하느라 오히려 구매 횟수는 줄어들죠.
많은 컬렉터가 예술계의 수많은 전문가와 최상의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합니다. 조언을 얻기 위해 어드바이저를 고용하기도 하고, 일부 큰손은 소장품을 보관하고자 사적 미술관을 짓기도 합니다. 이른바 ‘스타’ 컬렉터가 옥션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사람을 뜻하진 않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만 컬렉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작품 재판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만난 컬렉터는 대부분 작품을 잘 팔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을 구하기 위해서만 작품을 판매하죠. 컬렉션을 순환시키고 흐름에 맞게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에요. 컬렉터들은 소장품의 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소장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넘으면 작품을 팔기도 합니다. 아주 드물지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니죠. 가장 힘든 순간은 컬렉터가 바로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사려는 것이 빤히 보일 때예요. ‘플리퍼(flipper)’라고, 리셀을 조정해주는 이른바 ‘전문가’가 있어요. 전 최대한 그들을 피하려고 해요. 컬렉터들은 주로 작품을 되팔 때보다 소장할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드러냅니다. 대부분 죽는 순간까지 예술과 함께 살아가며 작품은 삶의 일부가 됩니다. 예술품은 단순히 가격표가 붙은 채 벽에 걸려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역시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지양해야겠죠?
만약 작품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서 구매한다면 컬렉터가 맞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산다면 컬렉터가 아닙니다. 저는 진짜 컬렉터하고만 거래합니다. 작가들이 땀과 눈물, 애정과 헌신으로 만든 작품을 누군가 그저 쟁여놓을 심산으로 샀다가 감상도 하지 않고 몇 년 뒤 자산을 늘리려 경매장에 휙 던져버린다고(flip)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작품 구매는 큰 기쁨을 주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투자에는 즐거움이 없죠. 제 눈과 심장이 원하는 것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지불한 돈보다 더 가치를 늘려갈 (혹은 없어질) 것과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오직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흥분하게 하는 작품만 구매하세요. 쉽게 공돈을 버는 데 흥분한다면 아트 컬렉팅과 당신은 절대 맞지 않습니다.





Doron Langberg, Brothers, Oil on Linen, 203.2×487.7cm,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 Doron Langberg





Flora Yukhnovich, Siren Song, Oil on Linen, 220×330cm, 2022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 Flora Yukhnovich





Installation View of ‘Flora Yukhnovich: Thirst Trap’(1-26 March 2022) at Victoria Miro Gallery.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 Flora Yukhnovich





Pam Evelyn, Inside, Oil on Canvas, 250×200cm,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Approach

작품을 구매하는 갤러리, 옥션, 아트 페어 등 각 플랫폼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갤러리와 아트 페어는 주요 작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가의 편에서 작품을 팔죠. 작품을 사려면 해당 갤러리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몇몇 작품은 정말 악명 높을 정도로 구하기 어렵죠. 옥션 하우스는 이미 누군가 소장한 적이 있는 작품을 판매하는데, 경매 작품을 사들이기 위해 옥션 하우스와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원하는 그림이나 조각을 쟁취할 충분한 돈이 필요할 뿐입니다. 갤러리 전시는 한 작가의 작품을 가장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아트 페어는 갤러리 소속 작가를 선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페어를 위해 꾸린 신규 작품을 선보입니다. “지금 산다 혹은 평생 사지 않는다(now or never)”라는 정신을 가미한 빠른 판매 템포는 그동안 주로 옥션에서 팽배했는데, 최근 아트 페어에도 이런 흐름이 유입됐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컬렉터가 갤러리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컬렉터와 대화할 때 항상 유념하는 중요한 조건이 있어요. 저는 일하고, 컬렉터는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아요. 그리고 컬렉터와 갤러리가 서로 소통해야죠. 컬렉터라면 많은 전시 오프닝과 이벤트를 찾아 즐기세요. 갤러리에서 가능한 한 많은 걸 보세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갤러리스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전시, 이벤트 등에 고객이 함께하길 원합니다. 그런 참여가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될 겁니다.

갤러리스트로서 비즈니스와 아트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세요?
작품 판매는 흥미롭고 심장이 뛰는 일이어야 합니다.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작품을 보는 타인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없어요. 당연히 예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와 제 동료들이 ‘아트 월드’에서 일하는 거죠. 하지만 상업 갤러리는 하나의 사업이니까 단지 예술의 시적인 면만 마음껏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손익의 현실에 자주 자신을 내던져야 하고, 갤러리 운영에 필요한 온갖 지루한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최고의 비즈니스는 특정한 열정 위에 즐비하게 놓인 조건을 충족, 해결하는 것입니다. 제 열정은 현재도, 앞으로도 예술을 향해 있습니다.

많은 컬렉터와 작가들이 갤러리가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과 방식을 궁금해하더군요.
갤러리에서 함께 일하는 소규모 팀과 어떤 작가를 선보일지 결정합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다양한 작가를 만나요. 작업실, 전시장, 행사장에서 새로운 작가를 지속적으로 만나는 팀이 따로 있습니다. 함께 일하기 전에 작가의 작업 방식과 현황, 바람 등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습니다.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도 중요하죠. 갤러리가 작가를 비평적인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믿어야 해요. 작가의 커리어 중 어느 시점에 어떤 작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갤러리스트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다루진 않아요.

지금 특히 눈여겨보는 젊은 작가가 있나요?
저는 모든 빅토리아 미로 소속 작가의 팬입니다. 특히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도론 랭버그(Doron Langberg) 같은 회화 작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두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요. 아직 함께 일할 기회는 없었지만 제가 홀딱 빠진 젊은 작가가 많습니다. 팸 에벌린(Pam Evelyn), 글렌 퍼드빈(Glen Pudvine), 앤드루 모건(Andrew Maughan) 같은 젊은 회화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꼭 체크하길 바랍니다.

갤러리스트가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뭐죠?
책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잠을 청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마지막으로 새내기 컬렉터와 갤러리스트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을 심문할 것. 항상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컬렉터로서 당신이 컬렉팅하는 작가를 위해, 그리고 갤러리스트로서 당신이 대표하는 작가를 위해.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친구를 사귀고 즐기는 것을 잊지 마세요. 기억하세요. 이건 예술일 뿐입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사진 제공 빅토리아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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