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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에르메스가 꿈꾸는 집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수장 안 사라 파나르에게 들어보는 에르메스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나 회사의 CEO를 만나는 일은 때론 어렵게 느껴지지만, 대부분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 회사의 수장이라는 무게감과 함께 비전을 제시하는 존재이기 때문. 서울을 찾은 안 사라 파나르(Anne-Sarah Panhard)와의 만남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는 ‘대화’와 ‘교감’이었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인기가 높습니다. 홈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고 생각되는데, 에르메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패션과 오브제 디자인은 그 경계가 모호합니다. 한 분야가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패션을 바라보는 방식과 홈 컬렉션 또는 오브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사합니다. 에르메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기 앞서 홈 컬렉션 듀오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펄만(Charlotte Macaux-Perelman)과 알렉시 파브리(Alexis Fabry)의 예술적 비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은 예술적 비전을 바탕으로 최고 소재와 탁월한 노하우를 이용해 미니멀하거나 서사적인 디자인의 다양한 오브제를 제안합니다. 각각의 오브제가 삶의 다양한 요소와 잘 어우러지도록 제안하는 과정에서 스타일이 정의된다고 생각합니다.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가구, 도자기, 유아용품, 텍스타일 등 제품이 다양합니다. 각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보이나요?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홈 컬렉션팀과 크리에이션팀의 대화가 중요하죠. 업무 개발에 대한 비전을 가진 컬렉션팀과 예술적 비전을 가진 크리에이션팀 사이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특성을 지닌 카테고리로 개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에르메스는 종종 아티스트를 ‘초대’해 협업합니다. 협업 과정과 아티스트를 초대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펄만, 알렉시 파브리 그리고 크리에이션팀이 결정합니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 세계를 선보이거나, 그들의 노하우를 이용한 특별한 오브제를 상상하게 만드는 아티스트 또는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아티스트를 선택하게 됩니다. 만남이 이루어진 후에는 서로의 예술적 비전과 에르메스의 문화·역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러한 과정은 협업하는 모든 작업이 에르메스의 가치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줍니다. 대화는 샬롯과 알렉시가 만족감을 느낄 때까지 지속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창작한 작품이 명백한 에르메스의 오브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디자인한 스툴 Hermès. ©Studio-des-Fleurs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협업이 흔해진 요즘입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 과정에서 에르메스는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나요?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에르메스라는 이름만 붙여 다른 사람의 예술적 비전을 표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티스트 혹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샬롯과 알렉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고, 에르메스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섬세하고 세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만약 프로젝트가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작업을 중단합니다. 이 부분이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입니다. 디자이너의 오브제를 만드는 협업이 아닌 디자이너가 에르메스의 오브제를 만들어야 하는 협업은 그 엄격함의 기준이 다릅니다. 가구나 조명 외 설계가와도 자주 협업하는데, 설계가들은 홈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디자인을 구상합니다. 그 외에는 열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사내 디자인팀에서 약 90%의 창작물을 작업합니다. 즉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일할 때에도 사내에서 작업한 컬렉션이 제안하는 그 정체성 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공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적 요소를 지닌 제품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실제로 우리는 최고 장인정신을 찾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특정하기보다는 우리 안의 다양한 카테고리 안에서 생각합니다. 한국의 이슬기 작가와 협업해 누비 바느질법을 이용한 담요를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샬롯과 알렉시가 이러한 전통에 대해 알고 있었고, 에르메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싶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주어진 순간의 아이디어와 만남에 따라 협업이 이루어지는 거죠. 우리가 세계 곳곳의 장인을 후원하는 것도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노하우를 보존하고 발견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특징으로 자주 언급되는 ‘장인정신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높이 평가합니다.
남은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쁘띠 아쉬(petit h) 같은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에르메스의 오브제는 최고 소재를 사용해 생산하고, 개발할 때도 특별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수공예품입니다. 따라서 개발할 때나 생산할 때 늘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가 해오던 일을 계속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죠.

에르메스에 합류하기 전 패션 분야와 백화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온 파나르 매니징 디렉터는 그간의 경험이 모두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11년 전 에르메스에 합류하면서 아름다운 오브제를 가까이에서 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보이는 것 외에 얼마나 많은 사내 팀과 장인들의 노고, 정성 그리고 열정이 숨어 있는지 알게 된 것도 홈 컬렉션을 맡으면서 발견한 점이라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에디터 이윤정(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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