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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1

취향의 본질

독보적 감각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네 사람을 만나 높은 안목을 갖게 된 비법을 들어본다.

도코노마에는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손 글씨 액자와 수석 등 그동안 모은 컬렉션을 장식했다. 함께 놓인 제품은 성분부터 브랜딩까지 ‘과하지 않음’의 전형인 A¯esop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세럼, 사용이 간편한 Chanel 바움 에쌍씨엘 멀티 유즈 스틱 #로제, Dior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트왈드주이 캔들, 도쿄에서의 기록을 모은 저서 <도쿄 큐레이션>.
대나무로 엮은 빈티지 바구니와 다니구치 요시미의 유리 화병 사이에 놓인 향기 소품. 숲에 온 듯한 Trudon 아브 델 카데르 룸 스프레이와 Astier de Villatte 아오야마 인센스 & 앙투와네트 인센스 버너.


이민경 <도쿄 큐레이션> 작가
패션 에디터 출신으로 도쿄 생활 6년의 기록을 책으로 엮은 <도쿄 큐레이션> 이민경 작가. 그가 6년 동안 일본 고택과 빈티지 맨션을 두루 다니며 얻은 아이디어는 정제된 스타일을 선호하던 그의 취향과 결합해 독보적 공간의 재료가 되었다.

실내 한 면을 장식한 공간인 ‘도코노마’가 있는 거실은 한국의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처음 보는 듯하다. 일본에서 도코노마는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장식으로 손님을 환대하는 공간이다. 손님 초대를 워낙 좋아해 거실에 TV 대신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집 전체가 간결하지만 따뜻하다. 전체적으로 여백과 소재의 조화를 통해 밸런스를 드러내고자 했다. 선은 간결하고 따뜻하게 표현했고 나무와 메탈, 유리 등 서로 다른 소재가 균형 있게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다. 도코노마 위에도 일본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한 수석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나무 바구니, 거친 종이 질감의 수백 년 된 나무껍질, 유리 작가 다니구치 요시미의 청아한 유리 화병 등 다양한 재료가 함께 놓여 있지만 소재의 밸런스가 적당해 서로 잘 어울리는 듯하다.
향기 제품이 유독 눈에 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은은한 힘을 믿는다. 공간에 퍼진 향처럼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인센스나 향초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다.
뷰티 제품을 비롯해 잘 만든 제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것. 과한 마케팅이나 홍보, 패키징은 선호하지 않는다. 심플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제품 퀄리티가 얼마나 충실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철학이나 만드는 방식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도 중시한다. 지금 유행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을 고심해 만드는 이에게 점수를 주고 싶고,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제품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스킨케어 브랜드 중에서는 이솝이 대표적인 듯하다. 실제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인텐스 세럼을 즐겨 사용한다.







Dior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그리 디올은 중성적이면서 너무 남성적이지 않은 향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정답 같은 향수다. 덴마크 브랜드 프라마(Frama)와 협업한 볼 형태 디퓨저 곁에 자리한 아이템은 한국 산속의 풀 향을 담은 Frama 허바리움 핸드워시와 핸드크림.
Dior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그리 디올은 중성적이면서 너무 남성적이지 않은 향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정답 같은 향수다. 덴마크 브랜드 프라마(Frama)와 협업한 볼 형태 디퓨저 곁에 자리한 아이템은 한국 산속의 풀 향을 담은 Frama 허바리움 핸드워시와 핸드크림.


김아린 비마이게스트 대표
레스토랑을 비롯해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망라한 다양한 브랜드 컨설팅을 제공하는 비마이게스트 김아린 대표. 남다른 안목을 추종하는 이라면 그녀의 셀렉션을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취향의 성숙을 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덴마크 리빙 브랜드 프라마가 협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지금까지와 차별화된 브랜딩을 원하는 업체가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그녀의 감각을 포착했다.

오피스 공간 자체가 수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인 일종의 아카이브 같다. 평소 전시나 크래프트 페어를 다니며 그때그때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모으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물건은 많지만 프로젝트마다 이유와 추억이 담겨 있어 모두 특별하다. 물건이란 직접 사용해봐야 진가를 아는 것이기에 곁에 두고 오래 보며 느끼려 하는 편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니즈 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아이템의 기준은? 자연의 형태를 지닌 것, 한국적인 것을 선호한다. 한국적인 것을 말할 때 전형적인 전통적 이미지를 그리지는 않는다. 뿌리는 한국적인 것이지만, 우리 일상에 살갑게 어우러질 수 있는 물건에 더욱 관심이 간다. 황동 제기 같은 것도 작가들과 협업해 모던하게 재해석하기도 하고, 프라마와 협업한 허바리움 컬렉션의 경우 우리나라 산속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풀의 향을 영감으로 만들었다.
공간 곳곳에 놓인 작은 볼 모양 디퓨저가 특히 눈에 띈다. 역시 프라마와 협업한 ‘From Soil to Form’이라는 이름의 내추럴 룸 디퓨저다. 황토색은 황토로, 검은색은 숯으로 만들었다.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하며 받침은 나무, 디퓨저는 황토와 숯이라 버려도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제품이다.
무심한 듯하지만 허투루 놓인 물건이 없는 듯하다. 오래 곁에 두고 사용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디올의 그리 디올 향수의 경우 거의 열 병째 사용하고 있다. 중성적이면서도 너무 남성적이지 않은 것을 찾던 내게 정답 같은 향수였다. 원래 이름은 ‘그리 몽테뉴’였는데, 몽테뉴가의 디올 부티크를 장식한 그레이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향이다. ‘디올을 향으로 표현하면 핑크도 블루도 아닌 그레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말 그레이를 향으로 표현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향이다.







Fueguia 1833 에뜨헴과 Byredo 믹스드 이모션처럼 브랜드의 또렷한 개성이 돋보이는 제품에 관심이 간다. 평소 피부 표현은 Armani Beauty 네오누드 파운데이션으로 완성하고, Chanel 르 베르니는 제품력에서도 최고라고 평가한다.

한나연 에이치픽스 MD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콘텐츠 기획자이자 MD인 한나연은 일상의 물건을 마주할 때도 사랑에 빠지듯 푹 빠진다고 고백한다. 자기만의 취향을 원한다면 많은 경험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그중 싫어하는 것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취향이 정돈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이제 1년 남짓 되었다는 그녀의 싱글 하우스는 지금껏 쌓아온 취향과 안목으로 채워져 있었다.

‘금사빠’처럼 굉장히 많은 제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만의 취향이 있다면? 메탈이면 메탈, 우드면 우드 한 가지 물성으로 완성된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디자인은 간결하지만 마감이 독특하거나 구조의 결합에서 디자이너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좋아한다.
컬렉팅한 대부분의 제품이 그러한가? 메탈 소재의 프라마 사이드 테이블, 부클레(boucle) 소재로 마감한 스펙트럼 소파, 심플한 것 같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상반된 느낌을 주는 비트라의 안토니 체어까지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하는 듯하다.
뷰티 제품을 고를 때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나? 스킨케어의 경우 기능성에 집중하는 반면, 향수는 특정할 수 없는 향의 결합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탄생한 푸에그아 1833 향수는 밀라노에 출장을 갔다가 처음 만났다. 부티크 외관부터 내부로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였다. ‘에뜨헴’이라는 향수를 골랐는데, 미니어처 같지만 원액을 담아 가격은 웬만한 니치 향수 100ml 용량에 버금간다. 우디하면서도 편안한 향으로, 이 향수를 뿌리면 무슨 향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급한 미팅이 잡혔을 때 유용한 Byredo 발 다프리크 헤어 퍼퓸, 피부가 매우 민감한 편이지만 La Mer 아이 컨센트레이트만큼은 피부에 편안하게 흡수된다.
런던에서 구입한 빈티지 레터링 장에도 취향이 가득 묻어난다. Ex Nihilo 아이리스 포르셀라나는 국내 런칭 전부터 애용한 향수. Hermès 떼르 데르메스는 남자 지인이 사용하는 향수가 맘에 들어 어떤 향수인지 물어보고 바로 구입한 향수다. Augustinus Bader 더 리치크림은 최근 민감해진 피부에 도움되는 제품이다. Fer à Cheval 리퀴드 마르세유 비누는 순수한 성분과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헤리티지에 감탄해 팬이 되었다.


박수지 푸드 컨텐츠 디렉터
과거에 비해 국내에도 새로운 식재료와 해외 식품이 대거 들어오면서 각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큐레이션하는 새로운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 박수지 디렉터가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마켓컬리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런치 카페 67소호를 운영하다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을 총망라한 식재료 전문 큐레이터로 활약 중인 그. 요리뿐 아니라 유럽 감성의 컬렉션으로 높은 취향을 드러내는 그의 공간을 찾았다.

성북동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컬렉션에서 취향을 읽을 수 있다. 자신만의 취향을 정의한다면? 어린 시절에는 거대하고 모던한 미국 감성을 주로 겪었다. 그러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 곳곳에 번져 있는 빈티지 감성과 모든 사물이 지닌 깊이를 경험하며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지금까지 트렌디하지만 공산품 같은 느낌의 아이템보다 낡았지만 깊이 있는 빈티지를 좋아한다. 그 감성에 심취해 하나둘 모으다 보니 지금의 컬렉션이 되었고. 제각각 다른 나라에서 사 모아도 결국 한 가지 취향으로 잘 어우러지는 것이 재미있다.
잘 만든 물건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비건 비누 브랜드인 페라슈발의 리퀴드 소프는 처음 선물받았을 때 일반적이지 않은 냄새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브랜드 영상을 보게 됐는데, 200년 이상 이어온 헤리티지와 브랜드 철학에 금세 매료되었다. 물과 소금, 올리브유, 소다로 만들어 완성 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는 장면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후 현지 공장을 직접 가볼 정도로 이 브랜드의 팬이 되었다. 이처럼 제품을 고를 때는 가장 먼저 제품에 집약된 철학과 퀄리티를 본다.
뷰티 제품도 그렇게 선택하나? 스킨케어의 경우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내 피부에 편한 것이 우선이긴 하다. 특정 성분이 들어간 제품엔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최근 내 피부에 맞지 않는 제품은 과감히 정리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으로 살아남은 제품이 라 메르와 아우구스티누스 바더의 크림. 향수에는 성향이 조금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 마이너 기질일 수 있는데, 주류로 주목받는 브랜드나 제품에는 마음이 뜨는 편이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엑스니힐로의 향수나 런던에서 탄생한 어반 아포티캐리가 대표적이다. 늘 유니크하고 새로운 것을 찾되 깊이 있는 히스토리나 고유의 철학이 담긴 제품에 마음이 간다.
좋은 안목을 갖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연남동의 핫 플레이스인 조앤도슨 대표와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조앤도슨 오픈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컨셉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본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고집하는지 정리해보라고 말했다. 유행하는 것을 여러 가지 늘어놓고 조합하는 대신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다 보면 좋은 취향과 안목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에디터 이혜진(프리랜서)
사진 유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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