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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3

Nice to Meat You

식탁 위 단골손님으로 자리할 식물성 대체육, 배양육 미리 맛보기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 육식파 에디터가 자주 하는 말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화날 때도 고기부터 찾으니 ‘어쩌면 고기를 먹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래서 고기 없는 삶은 옵션에 없었건만, 며칠 전 작은 균열이 생겼다. 회사 근처에 리뉴얼 오픈한 레스토랑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에서 미트볼 파스타를 단숨에 해치웠는데, 알고 보니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로 만든 음식이었다. 미트볼 식감이 조금 특이하다 싶었지만, 대체육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면 정말 진짜 고기 대신 먹어도 되지 않겠나 싶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당장 대체육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느 마트에 가도 질 좋은 고기를 구할 수 있으니, 건강상 혹은 윤리적 이유의 채식주의자가 아니고서야 대체육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대체육이 선택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고기 소비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의 약 16.5%에 해당한다. 특히 소나 양처럼 먹이를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은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메탄을 발생하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는 더 강력한 지구온난화 요인이다. 그럼에도 고기를 찾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FAO는 전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9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육류 소비량 역시 현재의 1.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 위기 등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기존 축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확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복합적 난제와 맞닥뜨린 시점에서 대체육은 상황을 반전시킬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육은 크게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 두 가지로 나뉜다. 앞서 말한 베러미트는 식물성 대체육이다. 대두·밀 등을 베이스로 하는 식물성 대체육의 역사는 오래됐다, 콩고기도 그중 하나다. 다만 특유의 비린내로 호불호가 분명했던 콩고기를 1세대로 분류한다면, 몇 년 사이 주목받은 식물성 대체육은 2세대로 언뜻 진짜 고기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식물성 대체육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다. 2009년에 설립한 비욘드 미트는 완두콩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베이스로 한 비트 주스로 진짜 고기의 붉은색을, 코코넛 오일로 육즙을 구현한 대체육을 판매한다. 임파서블 푸드는 스탠퍼드 대학교 분자생물학 교수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이 창업한 회사답게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사람이 고기 맛을 느끼는 이유가 진짜 고기의 붉은색을 내는 단백질 성분인 헴(heme)임을 파악한 후 이를 콩 뿌리에서 추출해 남다른 풍미의 식물성 대체육을 만드는 것. 임파서블 푸드는 이들이 만드는 햄버거 패티가 일반 소고기 패티보다 토양 사용량은 95% 적고, 물은 75% 적게 사용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87%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왼쪽 위 어반트미트의 세포배양 부레로 만든 요리.
오른쪽 위 퓨처미트의 배양육 생산 시설. 하루 500kg의 배양육을 만들 수 있다.
아래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대체육 치킨.

여기까지 보면 식물성 대체육 시대가 열리고도 남았지만, 모든 방면에서 완전하진 않다. 식물성 대체육은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은 없어도 동물성 단백질에 함유된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 함량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진짜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내다 보니 그런 것이다. 건강을 위해 식물성 대체육을 선택하려는 이의 손을 멈칫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는 몇 년 사이 배양육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소, 돼지, 닭 등의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세포를 분화·증식시켜 만드는 배양육은 모양부터 영양 성분까지 고기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동물 사육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드는 만큼 오염이나 질병 위험도 제로에 가깝다. 명확한 장점 덕에 2016년 네 곳에 불과하던 배양육 회사가 어느새 100곳으로 늘었다. 그중 선두 주자를 꼽으면 이스라엘의 퓨처 미트(Future Meat)와 알레프 팜(Aleph Farms), 미국의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정도. 배양‘육’이 아닌 배양 ‘해산물’을 생산하는 곳도 있는데, 홍콩의 어반트 미트(Avant Meats)는 세포배양 부레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부레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즐겨 먹는 고급 식재료다. 세포배양 부레로 요리해본 스타 셰프 에디 렁(Eddy Leung)은 “끈적하면서 젤라틴이 들어 있는 게 실제 생선 부레와 비슷하다. 먹어보면 진짜만큼 끈적임은 없지만”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완벽하진 않아도 몇 해 전까지 세포배양 부레 자체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다.
배양육의 단점이라면 식물성 대체육보다 생산 속도가 느리다는 점, 가격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퓨처 미트가 지난 2021년 버거 한 개를 만들 때 필요한 닭 가슴살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7.5달러(약 9300원)까지 낮췄고, 얼마 후에는 하루 500kg에 달하는 배양육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또 세포를 키울 때 사용하는 FBS(소 태아 혈청) 채취 과정에서 태아가 죽는 바람에 윤리적 비난을 받았는데, 다행히 대체 가능한 배양 기술을 개발해 FBS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다. 현재 배양육 제품 판매를 허용한 나라는 싱가포르밖에 없지만,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배양 닭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하면서 글로벌 상용화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에이티 커니(AT Kearney)는 2030년에는 배양육이 글로벌 육류 소비량의 약 10%를, 2040년에는 35%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진짜 고기의 점유율은 2030년 72%, 2040년 40%. 100년 정도 후에는 ‘고기’ 하면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대체육에 관한 장밋빛 전망과는 별개로, 사실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대체육의 완성도가 100%가 아니니, 현 상황에서 바로 진짜 고기를 그 이름처럼 ‘대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다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 대체육을 새로운 먹거리의 출현으로 본다면, 대체육이 진짜 고기와 다른 매력을 지닌 식재료로 느껴지지 않을까. 오늘은 진짜 고기, 내일은 대체육. 골라 먹는 재미를 기대하며.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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