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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7

TGIF! Thank Germany It's Free!

베를린에서 최신 예술을 무료로 즐기는 법. 이 도시는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미스 반데어로에가 설계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외관.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David von Becker

최근 “베를린을 나쁘게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정말 거기서 노년을 맞이할 건가요?”라는 문구가 붙은 배너가 베를린 도심에 나부꼈다. 힙스터의 성지라는 자부심을 가진 베를린 시민을 도발한 이 문구는 사실 스위스의 한 광고 회사가 베를린의 디자인 인력을 자국으로 유인하고자 기획한 홍보 프로젝트였다고. 주변 도시의 시샘을 살 만큼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은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유럽의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베를리너(Berliner)의 다양한 배경만큼이나 많은 매력을 지닌 도시지만, 특히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베를린의 주요한 저변을 형성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불어난 인구, 그에 따라 증가한 주거비와 함께 베를린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료도 인상했다. 하지만 베를린은 돈이 없어 문화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도시다. 정부와 기업, 민간이 힘을 합쳐 무료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 덕분이다. 길거리에서 벌이는 흥미로운 퍼포먼스나 공연 외에도 베를린 최대 박물관과 현대미술관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모두를 위한 예술, 프로젝트 폭스바겐 아트포올(Volkswagen Art4All)
2018년 4월, 베를린 박물관협회(Museumsverbund)와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고 ‘아트포올’ 프로젝트를 출범한 폭스바겐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Hamburger Bahnhof)를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1884년에 폐쇄한 함부르크-베를린 노선의 종착역을 개조한 미술관의 입장료와 부대 행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폭스바겐은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문화 교육이 개인의 창의성과 예술 활동의 전제 조건 중 하나라고 밝히며,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출신이나 지위 같은 배경과 관계없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2021년에는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까지 무료 입장을 확대했다. 관람객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2년이나 연장한 덕분에 올해 1월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신국립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 해외 방문객이 급격히 줄었는데도 지원을 축소하지 않았고,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업의 의지를 증명했다.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들의 노력이 유독 각별하게 와 닿는다.

따뜻한 손길, 온기의 네트워크 (Netzwerk der Warme)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은 목요일 외에 다른 날에도 방문객에게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최근 전례를 찾기 힘든 물가 상승과 에너지 비용 증가로 위축된 시민의 소비 심리를 고려해 운영 시간 내내 상층 전시 홀 일부 공간을 개방하고, 전시를 관람하지 않는 방문객에게도 편안한 좌석과 따뜻한 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는 겨울을 맞아 베를린 시의회 상원에서 마련한 구호 패키지 ‘온기의 네트워크’ 중 하나로, 박물관과 미술관뿐 아니라 각 지역의 도서관과 시민단체 등 250여 개 공간이 참여한다. 추운 겨울에 높은 난방비 등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을 홀로 방치하지 않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한다. 신국립미술관 관장 클라우스 베젠바흐(Klaus Besenbach) 역시 “미술관은 상아탑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며, 우리가 이곳에서 예술로써 나누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박물관 섬의 구 국립미술관 전면에 마련한 여유로운 야외 공간. © Museumssonntag, Stefan Korte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제임스시몬 갤러리는 박물관 섬의 로비 같은 공간이다. © Ute Zscharnt fur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뮤지엄 선데이(Museumssonntag)
베를린시와 베를린 박물관협회, 연방정부 문화부가 협력하는 광범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한국에 ‘문화가 있는 날’이 있다면, 베를린에는 ‘뮤지엄 선데이’가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미술관은 물론 대학 박물관이나 사립 갤러리, 유적지 등 다양한 공간을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날이다. 특히 무료 행사를 열며 각 공간이 부담한 추가 비용은 베를린시에서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뮤지엄 선데이 홈페이지에서 방문지를 검색하고 무료 티켓을 예약할 수 있다. 2021년 7월에 출범, 그해에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은 이 프로젝트는 이제 베를린 시내의 거의 모든 박물관을 포괄한다. 팬데믹 기간에 시작했는데도 온라인 예약이 줄곧 매진되고, 주요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방문객 중 90%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게다가 이 행사를 통해 박물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 많다고 하니, 문화를 향유하는 데 어떤 장벽도 없어야 한다는 주최 측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베를린 구석구석에 있는 박물관 또한 전례 없이 많은 관람객을 맞이하며 활기를 띤다고 밝혔다. 문화 제공자와 수요자를 아우르는 베를린의 문화 생태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의미다.

빈틈을 파고드는 예술 생태계
이 외에도 상시 무료 개방하는 특별한 전시 공간이 있다. 생생한 스트리트 아트를 만날 수 있는 어번 네이션(Urban Nation)과 1896년부터 수집한 소장품을 선보이는 빌리브란트하우스(Willy-Brandt-Haus) 내 전시관, 미래의 세상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푸투리움(Futurium) 등이 베를린의 특색을 보여주는 대표적 공간이다.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는 아마 베를린을 표현한 가장 유명한 문구일 것이다. 이 표어에 이끌려 모여든 사람들 덕분에 베를린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와 함께 문화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꾸준히 상승하고, ‘섹시한’ 도시를 만드는 데 한몫한 하위문화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사이 베를리너들은 여러 방법으로 문화 기반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베를린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매월 첫째 주를 염두에 두자. 도시 곳곳에서 세계적 현대미술 현장과 독특한 문화유산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고민하는 베를린의 철학이 담긴 푸투리움의 전시 전경. © David von Becker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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