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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4

그럼에도, 슈퍼카

친환경과 전동화 시대, 가슴 짜릿한 슈퍼카의 특별함을 느끼고 싶은 당신을 위해.

람보르기니 원-오프 모델인 ‘인벤시블 쿠페’. 세상에 단 한 대만 제작한다.





위쪽 람보르기니 우루스 S.
아래쪽 벤틀리 벤테이가.

슈퍼카를 양산하는 브랜드마다 내연기관 모델의 마지막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업체의 발표대로라면 2040년 안에 생산을 종료할 전망이다. 내연기관차 특유의 ‘맛’을 애정하는 이에겐 아쉬움에 통탄하고도 남을 소식일 터. 특히 내연기관 특유의 동력과 엔진음을 버리기 쉽지 않은 슈퍼카 마니아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슈퍼카 브랜드들이 친환경과 전동화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꿈틀대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새로운 형태의 차종이나 후속 모델 출시를 통해 내연기관 슈퍼카에 열 올리는 마니아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특히 경쟁하듯 선보이는 슈퍼 SUV 모델을 보면, 브랜드 이미지를 더 확고히 하면서 장악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난해 가을에 모습을 드러낸 페라리 푸로산게가 대표적으로, 하나의 이변처럼 보였다. 모터레이싱 카의 아이덴티티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SUV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던 고집을 내려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페라리에서는 이 차가 SUV가 아니며, 누가 뭐라든 페라리 스포츠카라고 말한다. 물론 페라리 역사상 최초로 선보인 4인승 크로스오버인 건 맞다. 이전까지 페라리와 생김새는 다르지만,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발휘하는 놀라운 성능과 역동성을 지녔기에 페라리의 자부심 섞인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원표를 보면 7750rpm에서 최대출력 715마력을, 6250rpm에서 72.9kg·m의 성능을 뽐내고,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단 3.3초면 충분하다. 네 명이 타고 장거리 주행을 한다고 가정해 저속과 중속 영역에서도 뛰어난 토크를 선보이도록 설계했다. 람보르기니도 자사의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한 우루스의 후속 모델로 지난해 중반 신형 우루스 S를 선보여 슈퍼 스포츠카의 강력한 DNA와 럭셔리 SUV의 일상 주행 능력을 겸비함으로써 브랜드 고유의 존재감을 공고히 했다.





페라리 푸로산게.





지난 해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전시한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라인업.

실제로 온순하고 실용적인 SUV의 모습 뒤로 놀라운 고성능을 감추고 도로를 질주 중인 슈퍼 SUV는 인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판매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6년 전 글로벌 시장에 첫 출시한 이후 2년 전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 550마력의 벤틀리 벤테이가는 라인업 중 최대 판매 모델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 전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한 롤스로이스의 판매에 힘을 실은 건 초호화 고성능 SUV인 컬리넌이었다.
물론 이들도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독자적 노선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기의 완충 역할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하이브리드로 내연기관 엔진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페라리는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트라달레에 이어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296GTB를 통해 전동화 기술을 담은 페라리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고, 오는 2026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비중을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내연기관차와 성능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 중인 람보르기니는 얼마 전 하이브리드 첫 모델 출시 전 마지막으로 브랜드의 상징적 V12 엔진 원-오프 모델 ‘인벤시블 쿠페’와 ‘어센티카 로드스터’ 두 차량을 한정판으로 공개했다. 이미 벤테이가와 플라잉 스퍼 등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선보이는 벤틀리는 탄소중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욘드 100 가속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2025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007 시리즈의 본드 카로 유명한 애스턴 마틴도 1~2년 내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2026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면서 5년 안에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롤스로이스의 노선은 조금 다르다. 몇 년 전 토스텐 뮐러 회장이 전동화에 대한 비전을 시사하면서도 중간 과정에 하이브리드는 없다고 밝히며 V12 엔진을 고집했던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 스펙터를 공개했다. 올해 출시를 앞둔 스펙터는 많은 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동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이미 명백해졌으니, 브랜드마다 구체적 전략 아래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내연기관의 종말이 언제 올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한 내연기관 슈퍼카가 사라지는 것에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서글픈 시대 흐름일지라도, 또 슈퍼카 브랜드에 환경 규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지금이 새로운 시대 변화의 패러다임이 될 전동화 전환에 중요한 모멘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엔진과 전기의 차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제 색깔을 잃지 않은 슈퍼카, 그 감성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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