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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친애하는 지구를 위해

예술계가 환경문제를 다루는 법.

Andrea Bowers, Step It Up Activist, Sand Key Reef, Key West, Florida, Part of North America’s Only Remaining Coral Barrier Reef, 2009. Courtesy of artist and Andrew Kreps Gallery, Photo by Thomas Mueller © Andrea Bowers
아래 Cristina Iglesias, Pabellon de Cristal, 2014. Photo by Dejan Sarić © Cristina Iglesias

지난해에 유럽을 중심으로 명화에 수프, 주스를 끼얹거나 접착제로 자기 손이나 머리를 붙이는 등 과격한 작품 훼손 행위가 연달아 일어나 미술관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 대중의 즉각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거친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펼치는 일종의 ‘에코 테러리즘’이었다. 과연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리고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본드로 손바닥을 붙인다고 해서 사람들이 환경 위기를 새롭게 각성할까? 지구는 덜 아플까?
환경문제와 관련해 6월 21일부터 9월 3일까지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에서 열리는 <Dear Earth: Art and Hope in a Time of Crisis>전이 단연 눈에 띈다. 이 전시는 같은 시기에 헤이워드 갤러리를 품은 복합 문화 시설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 ‘플래닛 서머(Planet Summer)’의 중심 프로그램이다. 플래닛 서머는 기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보살핌, 희망, 환경운동’을 고무하는 퍼포먼스, 토크, 전시, 음악회, 관람객 참여 이벤트 등으로 구성한다. 전시 외에도 노벨상 수상자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의 대담을 비롯해 영국의 차세대 환경운동 리더로 손꼽히는 도미니크 파머(Dominique Palmer),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같은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사가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Aluaiy Kaumakan, The Axis of Life & Vines in the Mountain, 2018. Courtesy of Taipei Fine Arts Museum © Aluaiy Kaumakan
아래 Otobong Nkanga, Double Plot, Kroller-Muller Museum, 2018. © Otobong Nkanga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 랠프 러고프(Ralph Rugoff)는 “이번 전시는 기후 비상사태와 관련한 공감과 관심을 강조하는 작업을 하는 예술가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중요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라고 설명한다. 전시 참여 작가로는 오토봉 응캉가(Otobong Nkanga), 코닐리아 파커(Cornelia Parker),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같은 세계적 예술가를 포함해 15인(팀)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전체 전시의 방향성과 관련해 영감을 준 이는 오토봉 응캉가다. “보살핌은 저항의 한 형태(Caring is a form of resistance)”라는 그의 제안처럼 전시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선 모두 함께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참여 작가는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기후 위기에 관한 심리적·정신적 반응을 다루고 자연 세계와 연결되는 새로운 감각을 깨우며 오늘날 기후 논쟁과 사회적 행동주의에서 오직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진취적 역할이 무엇인지 살핀다. 시대를 꿰뚫는 작업으로 화두를 던지는 히토 슈타이얼은 재생 병과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형 DIY LED 스크린에 상영할 영상 작품을 새로 공개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커뮤니티 C-Base가 개발한 오픈소스 디자인을 확장하고 업데이트한 프로젝트로, ‘그린 스크린’에 대한 작가의 개념적 견해이자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 출신 예술가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온 앤드리아 바워즈(Andrea Bowers)는 활동주의와 페미니즘에 뿌리를 둔 회화와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로 눈길을 끄는 다이아라 투카누(Daiara Tukano)와 알루아이 카우마칸(Aluaiy Kaumakan)은 이 전시를 통해 영국의 관람객과 처음 만난다. 브라질 출신 시각예술가 투카누는 선주민(先住民)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가이자 인권 연구원이기도 하다. 그가 속한 씨족의 전통과 영성, 특히 전통 의학이 촉발한 비전 연구를 기반으로 작업하며 이번에는 8m가 넘는 대형 그림에서 숲에 초점을 맞춘다. 우위링(Wuyuling)으로도 불리는 알루아이 카우마칸은 섬유예술가이자 설치미술가다. 대만의 선주민인 파이완족으로 섬유를 주재료로 작업한 설치 작품 ‘Axis of Life & Vines in the Mountain’(2018)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파이완족 언어로 ‘레미칼릭(Lemikalik)’이라 불리는 전통 기법으로 제작했다. 레미칼릭은 실과 부재료로 직조하는 기술일 뿐 아니라 세대를 거쳐 전승된 추억과 문화유산을 직조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Imani Jacqueline Brown, What remains at the ends of the earth?, 12th Berlin Biennale, 2022

이처럼 우리를 눈뜨게 할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우는 한편, 바깥에서는 숨을 틔워줄 움직임이 이어진다. 리와일딩(rewilding), 즉 멸종 위기 동식물종을 방생하거나 황무지를 복원 및 보호하는 환경보호 행동에 앞장서는 단체 SUGi와 함께 프로젝트 ‘The Natura Nostra’를 진행하는 것. 전시 오픈에 맞춰 갤러리 입구 테라스의 작은 공간에 스물네 가지 영국 자생종 390그루를 식목해 일명 ‘포켓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Let’s Create’라는 이름으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 지속할 전략을 밝히며, 그중에서도 ‘환경적 책임’을 강조했다. 환경적 책임 이행의 핵심 내용이자 온실가스 배출량 0인 ‘탄소 제로’ 혹은 ‘탄소 중립’ 상태를 의미하는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고자 영국 예술 현장의 실천도 본격적이다. 사우스뱅크 센터 역시 2040년까지 넷 제로 기관을 목표로 이번 포켓숲 조성을 비롯해 실내 기온을 낮추고 태양광 설비를 갖추는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시 기간과 맞물려 6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는 ‘런던 기후 행동 주간(London Climate Action Week, LCAW)’이 열린다. LCAW는 정치인, 기업, 시민단체 등을 한자리에 모아 글로벌 기후 위기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는 독립 이벤트로 다양한 예술 기관과의 협력도 예고한 상태. 올여름 런던을 가장 뜨겁게 달굴 이슈는 ‘환경’임이 분명하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제공 헤이워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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