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라코위츠 - 모든 것의 원래 주인에게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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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0

마이클 라코위츠 - 모든 것의 원래 주인에게

문제의 해결점과 제기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작가.

마이클 라코위츠
이라크계 미국인으로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라코위츠는 식민주의와 약탈의 역사를 다루는 작가다. MoMA PS1, 테이트 모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MCA 시카고, Mass MoCA, 팔레 드 도쿄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도쿠멘타(13), 제16회 시드니 비엔날레, 제10회·제14회 이스탄불 비엔날레, 샤르자 비엔날레 8 등 다수의 세계적 행사에 참여했다. 또 2002년 유네스코가 주최한 디자인 21 그랑프리, 2008년 샤르자 비엔날레 심사위원상, 2012년 티파니 재단상 등을 수상한 그가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5월 10일부터 7월 30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바라캇 컨템포러리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클 라코위츠 작가.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이번 바라캇 컨템포러리 개인전 <마이클 라코위츠: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가 참 반갑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요?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제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 자체가 중요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이주민으로 살면서 제 가족과 완전히 단절돼버린 그 공간과 장소에 다시 닿고 싶거든요. 제가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 중 이런 열망이 큰 부분을 차지해요. 좋든 싫든 보편적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한국 관람객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보고 싶어요. 전시에서 미국 제국주의와 전쟁의 결과물을 선보일 텐데, 한국은 이런 서사에 익숙하죠. 올해는 이라크 침공 20주년입니다. 미국은 이를 역사의 일부이자 과거로 치부하지만 이라크에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의 간극을 생각했어요. 일례로 이번 전시 출품작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공식적으로 군대를 철수한 지 4년 뒤인 2015년에 극단주의 무장단체(IS)가 파괴한 작품들이에요. 이 작품들을 한국에서 전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고, 제 작품의 주제가 한국인의 생생한 경험과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갤러리와 미술관 바깥의 맥락에서 주로 작품을 선보이셨죠. 그래서 이번 갤러리 전시가 더 기대됩니다.
전 자연스럽게 갤러리와 박물관 바깥의 공간에 끌리고, 그런 맥락에서 제 작업은 늘 ‘장소 특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은 항상 그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에서도 어느 정도는 의미를 얻어 가잖아요. 박물관은 문화유산의 운명에 관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에요. 문화유산의 파괴에 대해 한 가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 쏠린 탐욕스러운 열망은 서구 제국주의 박물관에서 고안했다는 사실이죠.





특수부대원 코디의 발라드(The Ballad of Special Ops Cody), 2017, 1채널 영상 스틸 이미지, 14분 42초.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아래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니네베의 라마수), 10,500 이라크 대추야자 시럽 캔, 메탈 프레임, 4.69×1.70×4.48m, 2018. Courtesy of Mayor of London, Photo by Gautier DeBlonde

이라크계 미국인으로서 주변 환경이나 배경이 작품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죠? 그동안 이민자를 주목한 작업도 많이 하셨어요.
이민자의 나라를 자처하는 곳에서 살며 전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 때문에 도망친 사람들을 거부하고 박해하는 것을 목격한 저는 절대적으로 그 위선을 파고들 겁니다. 이라크의 많은 부분이 미국의 침공 이후 계속되는 전쟁 및 정치적 갈등 때문에 자국의 국경 밖에 존재해요. 그래서 저에겐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라는 주제가 익숙해요.

대표작 중 하나로 2018년부터 2년 동안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선보인 ‘네 번째 좌대’ 커미션 작품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니네베의 라마수)’를 꼽을 수 있는데, 런던의 중심지에서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봤어요. 이번 개인전 제목이기도 하고요.
당시 좌대 길이가 약 4.3m였어요. 기원전 700년경부터 2015년 2월까지 니네베(고대 아시리아의 수도)의 네르갈 성문 입구에 서 있던 날개 달린 황소 수호신 ‘라마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라마수를 IS가 모술 박물관의 유물과 함께 파괴했거든요. 이라크의 대추야자 시럽 캔을 이용해 기본 강철 뼈대를 덮는 방식으로 그 라마수를 재현한 작품이에요. 영국박물관에도 7점의 또 다른 라마수 조각상이 있지만 그들과 달리 트래펄가 광장의 라마수는 박물관 밖에서 날개를 치켜든 채 이라크의 과거와 현재를 지키는 수호자로서 임무를 수행했어요.





왼쪽 RETURN, 비디오 설치 등, 2004~ Courtesy of the artist and Barakat Contemporary
오른쪽 바라캇 컨템포러리 <마이클 라코위츠: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칼후의 북서 궁전, F실(室), 남동쪽 입구; S실, 남서쪽 입구)>(2023) 전시 전경.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작품 재료가 흥미로운데 더 자세히 들려주시겠어요?
제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듯 이 작품도 재료의 순환, 출처와 오라가 중요합니다. 대추야자 시럽 캔은 그 자체로 이라크전쟁과 그 여파로 인한 인류, 경제 및 생태적 재앙을 드러내요. 이라크 대추야자는 한때 세계 최고 품질로 석유 다음가는 수출품이었거든요. 1970년대 후반에 이라크 대추야자 산업은 3000만 그루가 넘는 대추야자나무를 키울 만큼 규모가 컸죠. 하지만 2003년 이라크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고작 300만 그루만 남았어요. 유엔의 금수 조치를 피해 서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라크 제조업체는 대추야자 시럽을 시리아로 운송하며 아무 표시도 없는 캔에 포장했습니다. 그런 다음 레바논으로 이동해 ‘레바논산’ 라벨을 달고 전 세계로 수출됐습니다. 경제제재 이후, 미국 정부 기관이 이라크를 원산지로 표시한 수입품에 막대한 안보 관련 비용을 부과하는 바람에 현재는 수십 개 브랜드 중 단 한 곳만 이라크를 원산지로 표시하고 있어요.

그 작품을 테이트 모던에 기증하는 조건으로 영국박물관에 아시리아 라마수 조각상 반환을 제안하셨죠. 앞서 말씀하셨듯 영국박물관도 7점의 라마수 조각상을 보유하고 있잖아요. 정말 인상적인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이라크 사람들과 대화하다 그런 결론에 다다랐어요. 1만500개의 대추야자 시럽 캔으로 만든 라마수를 네르갈 성문에 다시 세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제 작업을 통해 영국이 이라크에 라마수 조각상을 돌려준다면, 그들이 영국에 면죄부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네 번째 좌대’ 전시가 끝나고 테이트 모던이 라마수의 관리권에 대해 물었을 때, 저는 이라크 기관과 관리권을 공유해 날개 달린 이 디아스포라 신이 두 지역을 오가도록 해줄 수 있냐고 되물었어요. 많은 이라크인의 경험을 반영하면서 예술품이 있어야 할 장소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살리려는 의도였죠. 영국박물관과 테이트 모던은 모두 정부 기관이죠. 제 라마수 작품까지 포함하면 런던에는 이제 8개의 라마수가 있습니다. 이제 원본 중 하나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칼후의 북서 궁전, F실, 패널 F-11(The Invisible Enemy Should Not Exist: Northwest Palace of Kalhu, Room F, Panel F-11), 아랍어-영어 신문지, 식료품 포장지, 나무 패널에 하드보드 부조 조각, 뮤지엄 레이블, 224.4×203.1×9cm, 2023.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영국의 문화재와 예술품 반환 이슈는 조심스럽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죠.
저는 문화재의 본국 반환 이슈는 그들의 문화유산과 재결합을 원하는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이 단지 사과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되죠. 사과는 너무 쉽잖아요. 사과는 종종 사과를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같아요. ‘회복적 정의(범죄 피해를 바로잡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는 사법 이론)’란 말이 있죠. 우리는 과거에 발생한 만행의 영향을 다음 세대가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피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저는 유물의 반환이 기관 그리고 국가 간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유물을 반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방위산업에 자금을 대거나 문제를 일으킨 임원진의 탈퇴를 요구하면서 2019년에 ‘휘트니 비엔날레’ 참여를 거부하고, MoMA PS1에는 작품 전시를 멈춰달라고 항의한 일화도 잊을 수 없어요. 현실적으로 작가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긴 쉽지 않을 텐데, 그동안 적극적으로 제도를 비판해온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는 제도를 비판한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어요. 휘트니 미국 미술관의 임원진 중 최루탄과 무기를 제조한 워런 B. 캔더스 (Warren B. Kanders)가 있었거든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미술관 직원들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고, 전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긴박한 힘을 느꼈습니다. 제 작업, 가족과 출신, 이런 비판적 작품을 만드는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라크인을 죽이고, 미국 남부 국경에서 망명 신청자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원주민 보호구역(스탠딩 록)과 팔레스타인에서 시위대를 불구로 만든 산업의 자금과 지원을 받는 공간에 제 작품을 전시하는 건 큰 잘못이죠. 당시 이슈는 많은 예술가를 나누는 단층선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기관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일하는 기관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려는 의지가 있다면 모순 속에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요.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칼후의 북서 궁전, S실, 패널 S-9), 아랍어-영어 신문지, 식료품 포장지, 나무 패널에 하드보드 부조 조각, 뮤지엄 레이블, 224.4×203.1×9cm, 2023.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아래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칼후의 북서 궁전, S실, 패널 S-10), 아랍어-영어 신문지, 식료품 포장지, 나무 패널에 하드보드 부조 조각, 뮤지엄 레이블, 224.4×203.1×9cm, 2023.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작가님의 작품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앞서 말한 행보로도 놀라움을 주지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그 안에 담긴 방대한 리서치와 진정성 있는 내러티브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리서치 과정을 알고 싶어요.
리서치 과정은 유기적입니다.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를 예로 들어볼게요. 유물 약탈에 대응해 유물을 재현하겠다는 건 거의 즉각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였죠. 우연히 <뉴욕타임스>를 읽고 이 프로젝트를 더욱 확장, 심화했어요. 당시 이라크 국립박물관 관장인 도니 조지 유칸나(Donny George Youkhanna) 박사에게 초점을 맞춘 ‘바그다드 박물관의 유령’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약탈당한 1만5000점 이상의 유물 중 절반 이상을 되찾기 위한 조지 박사의 헌신적 노력을 자세히 담은 기사였어요. 그 기사에서 조지 박사가 박물관 관장이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일, 즉 고고학 발굴에 참여하면서 바트당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 또 박사가 여분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그다드 밴드 ‘99%’의 드러머로 활동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이 이야기는 이라크의 문화유산과 함께 위기에 처한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역사학자들은 이런 디테일까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요소예요.

그럼 작가로서 요즘 예술계에 등장한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매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셜 미디어도 쓰지 않고 이메일로도 연락하기 어렵다고 악명 높은 제가 대답하긴 어려운 질문이네요. 팬데믹이 한창일 때 작가들은 줌(Zoom)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했습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어쩌면 외로울 수 있는 분야의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듯 저도 인공지능과 ‘진실 이후’의 시대가 두렵습니다. 허구의 영상과 이미지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유대인으로 자란 저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자들의 존재를 항상 알고 있었어요. 이처럼 진실에 반하는 수많은 ‘물질적’ 형태의 증거와 이미지가 있다는 것도 두려워요. 그리고 이런 것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치밀해지고 널리 퍼지겠죠.

마지막으로, 요즘 주목하는 주제나 작업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뉴캐슬에 바빌론과 니네베에 관한 기록에서 본 것과 비슷한 공중 정원을 건설할 거예요. 다른 하나는 헤이그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공공 프로젝트로, 고고학과 이주를 탐구해요. 이 두 가지 프로젝트로 꾸준히 난민과 이민자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사진 서승희(인물)
사진 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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