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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2

프리즈를 넘어서

<프리즈 런던>이 열린 프리즈 위크 기간, 유수의 갤러리들에서 만난 특별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이후 올해 창립 20주년이 된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런던 중심부에 있는 왕실 공원 리젠트 파크(The Regent’s Park)에서 개최됐다.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총 40개국 160여 개의 갤러리가 참석하며 국제적인 아트페어의 하나임을 증명한 <프리즈 런던>은 뜨거운 열기를 런던 도심으로 확장했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을 ‘프리즈 위크’라 명명하고, 도심 곳곳의 갤러리들이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인 것. 프리즈 위크 기간 <노블레스>가 꼽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테이트 펀드를 소개하고 있는 마리아 발쇼.
테이트 펀드에 선정된 김아영 작가의 작품. Ayoung Kim, Delivery Dancer’s Sphere, 2022. Video, high definition, projection, colour and sound, duration 25 mins and wallpaper (Collaboration with webtoon aritst '1172'), Edition 1 of 3 + 2AP +1EP,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
테이트(Tate) 미술관의 시작점인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는 이른 아침인 8시 30분부터 조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거대한 규모의 미술관 속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이 커피와 과일 등을 나누는 이 행사는 올해 8년째를 맞이한 테이트 펀드(Frieze Tate Fund)를 위한 자리였다. 테이트 펀드는 프리즈를 소유하고 있는 엔데버(Endeavor) 그룹의 지원을 받아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즈에서 선보인 국제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인수하는 기금을 일컫는다. 테이트 디렉터 마리아 발쇼(Maria Balshaw)는 프리즈 런던의 20주년을 축하하며 “이번 기금을 통해 선별된 작품은 테이트 미술관에 선보이며 몇 세대 걸쳐 관람객들에게 공유될 것”이라며 인사말을 남겼다. 올해는 특히 <프리즈 런던>에서 ‘아티스트 투 아티스트(Artist to artist)’ 섹션에 단독 전시를 선보인 김아영 작가의 작품이 이번 펀드를 통해 테이트 미술관에 소장되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런던 스피타필즈 프린슬럿 4번에 위치한 가고시안의 오프 사이트 프로젝트 전시장





고저택에 배치된 크리스토의 작품들. Artwork © Christo and Jeanne-Claude Foundation. Photos: Lucy Dawkins

가고시안 Gagosian
가고시안(Gagosian)은 큐레이터 엘레나 게우나(Elena Geuna)의 주도하에 아티스트 크리스토 자바체프(Christo Javacheff)의 작품을 프리즈 위크 기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오프 사이트(off-site)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첫 신호탄이기도 했는데, 독특하게도 갤러리가 아닌 외부의 공간에서 진행됐다. 런던 스피타필즈 프린슬럿 4번(Spitalfields 4 Princelet Street) 주택가 사이에 있는 총 4층 규모의 18세기 저택에서 전시를 만날 수 있었다. 크리스토는 생전, 오브제, 건축물, 자연 등을 포장하는 방식의 형태 예술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는데, 그의 초기 작품이 으스러져 가는 고택 곳곳에 배치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전 인상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 작가를 다시금 조명하고 새로운 맥락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경험해 보고 느낄 수 있게 구성한 가고시안의 오프 사이트 프로젝트는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영국 버몬지에 위치한 화이트 큐브
줄리 머레투의 전시 전경
화이트 큐브 뷰잉룸. 여섯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면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장고가 자리해 있다.


화이트 큐브 White Cube
영국 버몬지에 위치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최근 국내에 진출하며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토에서 만난 화이트 큐브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 과거 창고 건물을 개조한 화이트 큐브 버몬지는 약 1,630평으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메인 전시로 미국 아티스트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의 개인전이 3개 룸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이 방대한 규모의 전시를 감상하고 있었으며, 넓은 동선으로 유연하고도 편하게 작품 앞을 거닐고 있었다. 사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메인 전시가 아닌, 갤러리 뒤편 숨겨진 공간이었다. 일반 관람객은 들어갈 수 없는 뷰잉룸과 수장고에 <노블레스>가 화이트 큐브의 안내를 받아 잠시 다녀왔다. 뷰잉룸과 수장고는 화이트 큐브가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아카이빙 형태로 모아둔 곳으로, 평소 쉽게 보기 힘든 작품들을 프리즈 위크 기간 VIP들에게 공개했다. 비밀번호로 잠겨져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옆으로 여섯 개의 공간이 나왔다. 뷰잉룸의 각 방은 높은 천장으로 인해 고개를 한참 꺾어야 했는데, 눈앞에는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이 고요하게 놓여있었다. 이외에도 각각의 방에는 박서보(Seo Bo Park),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 등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수장고는 거대한 철문 뒤에 자리했는데, 보안상 사진 촬영은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갤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작품을 관리하고 미리 전시 세팅을 해보는 공간이 따로 구비되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애나 마리아 파체코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는 대영 박물관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프리즈 위크 동안 이곳에선 언익스펙티드 뷰(Unexpected View)가 열렸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대를 대표하는 여섯 명의 아티스트 라나 베컴(Rana Begum), 셀린 코도렐리(Céline Condorelli), 앤시아 해밀턴(Anthea Hamilton), 애나 마리아 파체코(Ana Maria Pacheco), 밥 앤 로베르타 스미스(Bob and Roberta Smith),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가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자신들의 작품에 어떤 식으로 투영했는지 내셔널 갤러리 큐레이터와 함께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번호가 매겨진 각각의 방에는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지오바니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카날레토(Canaletto), 카를로 크리벨리(Carlo Crivelli)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대학교 수강을 연상하듯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거장의 작품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해당 방으로 찾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왜 이 작품이었는지” “어떤 점이 자신을 매료시켰는지” 등의 이야기는 약 15분간 진행됐으며, 한정된 공간이라 인기 있는 거장의 작품 세션은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종전에도 보기 힘든 구성으로, 이는 아무래도 오래된 역사와 시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작품이 뒷받침되어야 빛을 발하기에, 1824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내셔널 갤러리의 저력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사진 박재만, 테이트, 가고시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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