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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3

THE COACH

테니스 코치, 파트리크 무라토글루가 걸어온 길.

© Mouratoglou

테니스 팬에게 지난가을은 다소 쓸쓸했다. 10월 초·중순 여자 프로 테니스(WTA) 코리아 오픈은 예년과 다름없이 개최됐으나, 지난해 26년 만에 부활해 기대감을 높였던 남자 프로 테니스(ATP) 코리아 오픈은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괜찮다.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혁신적 테니스 대회인 UTS 서울이 열리니. UTS(Ultimate Tennis Showdown)는 쿼터당 8분씩 총 4쿼터로 진행되고, 포인트마다 15초 샷 클록이 주어지는 등 기존 테니스 경기보다 짧고 빠른 운영 방식으로 2020년 유럽에서 시작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판을 키웠다. 7월 UTS LA, 9월 UTS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UTS 서울에는 가엘 몽피스, 닉 키리오스, 알렉산더 부블리크 등 쇼맨십과 실력을 겸비한 여덟 명의 선수가 출전해 화끈한 경기를 펼친다. 테니스 팬에게 올겨울은 조금 훈훈하지 않을까.
이 멋진 대회의 창립자는 프랑스인 파트리크 무라토글루(Patrick Mouratoglou)로, 테니스 경기를 꾸준히 시청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2010년대 테니스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와 함께 역사를 써 내려간 코치로 ‘선수보다 유명한 코치’로 통한다. 제니스와 한정판 시계를 제작하고,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 던롭의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등 그의 역할과 영향력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코치의 범주를 넘어선다. “1996년 두 테니스 코트를 빌려 첫 테니스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어린 선수의 개성을 존중한 맞춤 훈련을 제공하고자 했고, 테니스는 물론 학업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죠. 오늘날 무라토글루 아카데미의 규모가 커진 후에도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1999년부터 프로 선수의 퍼스널 코치로 활동하며 차곡차곡 명성을 쌓아갔다. 2006년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 준우승자 마르코스 바그다티스를 비롯해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 그레고르 디미트로프 등 그의 지도 아래 톱 100에 진입한 프로 선수만 어느덧 40명이 넘는다. 평생 정상급 선수 한 명을 길러내기도 어려운데, 대체 어떻게? “정답은 없습니다. 모든 선수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위대한 선수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 100%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코치가 책임질 부분이죠. 다만 그러기 위해선 선수와 코치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쪽 속도와 재미, 소통을 강조한 UTS 경기 © UTS
아래쪽 프렌치 리비에라에 자리한 무라토글루 아카데미. © Mouratoglou

그가 세레나 윌리엄스의 코치직을 맡은 건 2012년 여름이다. 당시 서른한 살의 그녀는 그랜드슬램 대회인 롤랑 가로스에서 생애 첫 개막전 패배를 경험하는 등 부진을 겪었으나, 그와 함께 그해 윔블던 및 US 오픈 우승이라는 반전을 이뤄냈다. “세레나 같은 강인한 선수도 실패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녀의 마음가짐은 이전만큼 예리하지 않았고, 챔피언답게 다시 생각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고민했고 결국 되찾았죠. 그녀에게 끊임없이 도전 과제를 던져 열정을 되살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녀는 결코 2위 자리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에 대한 기준치가 제가 만났던 누구보다 높았고, 이는 커리어 통산 그랜드슬램 단식 부문 23회 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으로 이어졌습니다.”
세레나의 여정은 지금껏 많은 사람의 귀감이자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 여정의 동반자였던 파트리크에게도 마찬가지. 특별한 일을 해낸 사람들과 함께하며 가치 있는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야망을 품게 됐고, 지난 2014년 챔프시드 재단(Champ’seed Foundation)을 설립했다. “성실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재정적 문제 등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습니다. 열정을 실현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죠. 아카데미를 열면서부터 어린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고, 그 연장선에 챔프시드 재단이 있습니다. 인재를 발굴하고 아카데미에 초청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 9년간 코코 가우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홀거 루네 등 챔피언을 길러내는 성과를 이뤘고, 지금도 미래가 기대되는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UTS는 그가 남길 또 다른 유산이 될 것이다. “테니스 팬의 평균 연령은 60세 정도입니다. 테니스는 좀처럼 현대화되지 않는 스포츠고,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어요. UTS는 다양한 연령대의 스포츠 팬에게 테니스의 매력을 알리는 새로운 포맷입니다. 서브 기회를 한 번으로 줄이고, 한 번에 3점을 낼 수 있는 보너스 카드를 부여하는 등 한층 역동적이고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매 쿼터 선수 인터뷰를 진행해 관중들이 선수를 훨씬 가깝게 느낄 수도 있고요. 이런 UTS 서울을 한국 테니스 팬들이 마음껏 즐기길 바랍니다. 나아가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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