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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2

아프리카의 아트페어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 2024'

케이프타운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 전경.
Kyu Sang Lee, Sigil No. 1, Archival Print, 136,2x94.1cm, 2023, Edition of 12+4 Aps.
회화 작가 테런스 말룰레케,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스튜디오에서.


아프리카 미술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길고 풍부한 역사를 통해 조각과 가면, 회화와 텍스타일 공예 등 다양한 형식과 거침없고 강렬한 표현으로 피카소와 마티스 등 여러 아티스트를 사로잡고,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하지만 그 가치와 관계없이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프리카 아티스트가 서구 예술가에 비해 저평가된 것도 사실. 오랜 식민 시대의 유산은 아프리카 지역의 미술과 문화가 열등하거나 비문명적이라는 편견을 낳았고, 정치적 불안과 갈등은 아티스트들이 국제 무대에 진출하는 데 장애가 되어왔다.
이런 상황이 급격히 바뀐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려는 노력으로 세계 미술계에서 서구 백인 남성 위주의 기존 질서를 해체·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아프리카 미술가들은 전통 기법과 현대적 표현 방식을 결합한 혁신적 작품, 고유한 정체성과 다층적 역사를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글로벌 커뮤니티 안에서 새롭고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을 제공하며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한 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가장 잘 보여준 행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의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아프리카 최대 규모 국제 아트 페어인 ‘인베스텍(Investec)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다. 올해 열한 번째 열린 이 아트 페어는 ‘언바운드(Unbound, 속박이 풀린)’라는 주제로 24개국, 115개 갤러리를 통해 참여한 아티스트 400여 명(팀)의 작품을 선보였다.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로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의 디렉터를 맡은 로라 비센티(Laura Vicenti)는 페어의 주제에 대해 “예술은 현재 전 세계가 맞닥뜨린 첨예한 문제와 도전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입니다. 개인에게 표현의 장을 제공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는 공간을 마련하니까요. ‘속박이 풀린’ 예술은 대안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제한적 서사에서 벗어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페어에 참여한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 중에는 한국 국적의 젊은 포토그래퍼 이규상도 있었다.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5년 케이프타운으로 이주한 후 그곳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생활양식이 전혀 다른 두 도시에서 자란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주로 흑백사진을 촬영한다. 시간과 운명의 개념을 사진과 연결시키며 형이상학적·영적·초현실적 영역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는 명상적 작업이 인상적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회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테런스 말룰레케(Terence Maluleke)가 육상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한 작품은 구소련 시절 캠페인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구도와 서정적 컬러의 조화로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도예가이자 현대미술가인 존 뉴디깃(John Newdigate)이 손으로 빚은 도자기 표면에 그린 활기찬 색감의 그림은 ‘전통 공예와 동시대 미술의 만남’이라는 최근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





John Newdigate, Birds in a Sub-Station, Hand Painted on Glazed Ceramic, 52x42x42cm, 2022.
Helen Teede, Tempest 2, Oil and Graphite on Canvas, 200x170cm, 2023.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문화와 예술의 허브로 이지코 남아프리카 박물관(Iziko South African Museum)과 노벌 재단(Noval Foundation),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Zeitz MoCAA), A4 아트 파운데이션(A4 Arts Foundation) 등 많은 예술 기관이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도시다.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 기간에는 유서 깊은 보캅 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팝업 전시와 이벤트가 이어졌는데, 비주얼 아티스트 사니아 피터슨(Thania Petersen)이 현지 댄서, 뮤지션들과 함께 선보인 퍼포먼스는 도시의 축제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보험사 UBS가 아트 바젤과 함께 내놓은 ‘2023년 세계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주요 옥션 하우스에서 낙찰된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은 2700점 이상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으며, 총액 기준으로는 6300만 달러(약 836억 원)로 전년 대비 25%가량 상승했다.
최근 온라인 미술 시장의 급성장은 아프리카 아티스트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가 정치적·경제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급속도로 늘어난 중산층 인구는 아프리카 미술 시장의 눈에 띄는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와 더불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1–54 컨템퍼러리 아프리칸 아트 페어’가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의 홍콩 오피스에서 팝업 전시를 열고, 2025년부터는 독립된 아트 페어를 개최할 예정. 멀게만 느끼던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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