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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20

도쿄 아트의 힘

도쿄의 여름을 뜨겁게 달굴 블록버스터 전시와 거장의 숨결.

Henri Matisse, Creole Dancer, 205×120cm, 1950.
Courtesy of Musée Matisse, Nice and the National Art Center, Tokyo, Photo by François Fernandez, ©Succession H. Matisse.

올여름 도쿄 아트 신은 유독 굵직한 이름으로 가득하다. 일본은 특정 도시에 치우치지 않고 서구 예술 거장의 소장품을 대거 보유한 미술관과 기업, 재단 등이 전국적으로 포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미술관이 자리한 수도 도쿄에서는 미술사에 이름을 각인한 걸출한 예술가의 전시가 자주 열린다. 일본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미술관을 즐겨 찾기로 유명한 데다 비싼 관람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유료 관람객 비중도 높아 미국이나 유럽에 가지 않고도 거장의 예술 작품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다. 올여름도 마찬가지다.
그 출발선은 5월 27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도쿄 국립 신미술관(The National Art Center, Tokyo)의 전시 〈앙리 마티스: 자유로운 형태들(Henri Matisse: Formes Libres)〉이 장식했다. ‘마티스 예배당’으로 알려진 로제르 예배당(La Chapelle du Rosaire)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하고, 평소 흔히 볼 수 없는 그의 예배당 관련 작업을 대거 선보이며 관람객을 10만 명 이상 모았다(4월 1일 기준).
도쿄역 주변 고층 빌딩 중 하나에 자리한 아티존 미술관(Artizon Museum)에서는 3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루마니아 출신 조각가 콩스탕탱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 1876~1957)를 조명하는 〈본질을 조각하다(Carving the Essence)〉전이 열린다. 순수한 형태를 탐구하며 로댕 이후 20세기 조각을 개척한 브랑쿠시의 일본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다.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호비차에서 태어난 브랑쿠시는 1904년 파리로 건너가 로댕의 아틀리에에서 어시스턴트로 잠시 일했다. 덕분에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로댕의 영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곧바로 비서유럽권의 예술과 결을 같이하는 야성적 조형성을 특징으로 독자적 양식을 개척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조각 20여 점을 중심으로 프레스코, 템페라, 드로잉, 사진 같은 평면 작품까지 총 90여 점을 한데 모아 브랑쿠시의 다면적 창작 세계 전반을 아우른다.





Constantin Brâncuși, Sleeping Muse, Plaster 19×28×19.5cm, 1910~1911.
Courtesy of Nakanoshima Art Museum, Osaka and Artizon Museum. (This artwork is on display until May 12th.)





Giorgio de Chirico, Return of Odysseus, Oil on canvas, 1968.
Courtesy of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Fondazione Giorgio e Isa de Chirico, Roma, ©Giorgio de Chirico, by SIAE 2024.

한편 우에노 공원에 몰려 있는 도쿄의 핵심 박물관 중 하나인 도쿄도 미술관(Tokyo Metropolitan Art Museum)에서는 형이상화파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의 전시 〈형이상학적 여정(Metaphysical Journey)〉이 한창이다. 그리스의 항구도시 볼로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후 독일 뮌헨으로 이주해 니체의 철학, 상징주의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과 조각가이자 판화가인 막스 클링거 등의 영향을 받은 작품 세계를 펼쳐냈다. 1910년경부터 독특한 구성으로 광장과 실내를 그리기 시작했고, 원근법을 활용하되 모티브를 맥락 없이 배치하는 등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일상에 숨은 비일상적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형이상학적 회화’라고 명명했는데, 이런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기욤 아폴리네르 덕택에 초현실주의자를 비롯한 전위예술가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1919년 이후에는 전통 회화에 관심을 갖고 고전적 주제나 기법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작품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이때 과거에 그린 형이상학적 회화를 다시 제작하거나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위작이라는 비난까지 쏟아냈지만, 이후 앤디 워홀은 복제와 반복이라는 개념을 창작에 도입한 팝아트의 선구자로서 데 키리코를 높이 평가하며 그를 지지했다. 90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회화, 조각, 삽화, 무대미술 등 폭넓은 작품을 남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이번 전시는 4월 27일부터 8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한창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가도 올여름 도쿄를 찾는다. 도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모리 미술관(Mori Art Museum)에서는 설치미술가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1973~)의 전시 〈아프로-민예(Afro-Mingei)〉가 4월 24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 역시 도쿄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티에스터 게이츠는 조각과 도자, 건축, 음악, 공연,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작가다. 2004년 아이치현 도코나메시에서 도자를 공부한 이래 지난 20년에 걸쳐 일본 공예와 문화의 영향을 작품에 드러낼 만큼 일본과 인연이 깊기도 하다. 평생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경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받은 영향 등을 조합한 문화혼종성이 창작 과정의 핵심을 이룬다. 게이츠는 192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난 민속예술 운동인 ‘민예 운동(Mingei Movement)’의 철학과 미국 민권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문화 운동 ‘흑인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의 미학을 융합한 ‘아프로-민예’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모리 미술관 전시에서는 이 개념을 주축으로 한 여러 작품을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황궁 뒤편에 자리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Tokyo)에서는 파리, 도쿄, 오사카의 세 미술관 소장품을 모아 5월 21일부터 8월 25일까지 20세기 초부터 현대에 이르는 모던아트의 새로운 시각과 흐름을 제안하는 전시가 열리고, 도쿄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바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Kawamura Memorial DIC Museum of Art)에서는 올봄 세상을 떠난 미니멀아트 거장 칼 앤드리(Carl Andre)의 전시가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Theaster Gates, Storefront Sign, Neon, 114.9×114.9cm, 2018.
Courtesy of White Cube and Mori Art Museum, Photo by Theo Christelis.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백아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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