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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 2025-01-13
예술을 사랑하는 어른들의 장난감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일상으로 침입한 아트 토이.
미술 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단정하게 전시된 액자가 아닌,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거기에 더해 수집의 재미까지 즐길 수 있는 작품. 바로 아트 토이다. 아트 토이는 대중 예술의 한 분야로 아트 워크에서 파생된 새로운 형태의 미술이다. 장난감이나 피규어와 달리 예술 작품의 성격을 띤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오마주한 피규어에 예술을 더한 독립적인 매체 장르인 셈이다. 오픈 에디션으로도 출시하지만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아트 토이는 희소성을 더하며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아트 토이도 아트테크 열풍에 힘입어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덕질과 재테크를 합친 ‘덕테크’란 말도 있을 정도다. 능동적으로 미술을 다루고 즐길 수 있는 아트 토이 세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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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토이의 대표 주자, 베어브릭
베어브릭은 아트 토이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봤을 아주 유명한 아트 토이다. 일본의 메디콤 토이가 만들었고 귀여운 곰을 닮았다. 아트 토이는 특정 작가의 스컬쳐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베어브릭과 같이 플랫폼 형태로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정기적으로 출시하는 시리즈에 맞춰 다양한 모습의 베어브릭을 선보이고 있다. 특별한 디자인이나 크기에 따라 토이의 가치가 결정되기도 한다. 베어브릭은 수많은 예술가 및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는데 앤디 워홀, 바스키아, 뱅크시, 마블, 나이키, 슈프림 등 인기 있는 컬레버레이션 제품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 값과 가치는 출시와 동시에 고공 행진 중이다. 아트 토이가 접근하기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도 있지만, 랜덤박스 개념의 베어브릭 블라인드 박스는 8천 원 정도로 구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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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카우스
2018년 잠실 석촌호수에 어떤 캐릭터가 둥둥 떠 있었다. 바로 카우스의 ‘홀리데이 프로젝트’다. 카우스는 현재 아트 토이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두 눈에 그려진 ‘XX’가 특징인 이 캐릭터는 어딘가 침울하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우스는 디즈니에서 삽화를 그리다가 그라피티로 전향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은 해골 모양 얼굴을 하고 두 눈을 가리거나, 울적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대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우리들의 모습을 은유한 모습이라고 한다. 기존 컴패니언이 반쯤 해부된 모습을 하고 있는 디섹티드 시리즈는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장난감에 현대미술 개념을 입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패션 브랜드 디올 캡슐 컬렉션에 처음 등장한 분홍색 BFF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카우스는 예술과 패션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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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을 찾아주는 작가, 제프 쿤스
한때 생존하는 작가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던 ‘Rabbit’은 91,075,000달러(한화 약 1,193억 원)라는 금액으로 경매에서 낙찰되었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작품을 만든 사람은 제프 쿤스다. ‘Rabbit’은 역사적 가치가 큰 회화나,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추상 작품이 아니다.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었고 풍선으로 만든 토끼를 닮았다. 제프 쿤스가 저격하는 지점이 바로 그것이다. 곱상하고 고결한 예술의 통념에 반하는 작품을 제작한다.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풍선으로 만든 장난감은 그런 상징성을 지닌 아트 토이다. 제프 쿤스의 또 다른 대표 작품인 ‘Balloon Dog’은 막대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를 닮았다. 어릴 적 운동회나 놀이동산에서 가지고 놀았던 우리 모두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벌룬 독은 작가가 우리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만든 장난감이자 미술과 대중문화를 융합하고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산물이다.
예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우리가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상법을 찾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아트 토이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을 천천히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아트 토이가 방에 하나씩 늘어나는 만큼 예술이 전하는 마술같은 행복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에디터 강성엽(프리랜서)
사진 @medicom_toy, @kaws, @jeffko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