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결정적 순간

FASHION

2017-04-20

그들의 결정적 순간

2017년 S/S 시즌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캠페인은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s)’.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에선 선후배가 나누는 공감과 조언이 드러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함께 만난 첼리스트 양성원과 문태국도 자신의 결정적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는 두 음악가의 깊은 교감을 전한다.

문태국_ 네이비블루 컬러 슈트와 라이트 블루 컬러 셔츠, 셔츠 안에 두른 실크 타이, 테크메리노 스니커즈 모두 Z Zegna
양성원_ 차콜 그레이 컬러 체크 패턴 쿨 이펙트 슈트와 화이트 셔츠, 포켓스퀘어 모두 Ermenegildo Zegna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와 데님 이펙트 재킷, 퓨어 코튼 팬츠, 기하학 패턴의 실크 타이 모두 Ermenegildo Zegna

양성원_ 음악으로 처음 감동을 느낀 그 순간

수많은 이들이 스승으로 꼽는 인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스승은 있는 법이다. 첼리스트 양성원에게 그런 인물은 야노스 슈타커. 일곱 살 때 음악회에서 처음으로 그의 연주를 들은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결정적 순간이라면 그때일 거예요. 정말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첼리스트로 살게 됐으니까요. 나중에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가 되면서 인연이 이어졌죠. 하늘처럼 우러러보던 대가가 저를 제자로 받아준 것 또한 결정적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은 그 당시 느끼지 못하는 법이라고 덧붙인다. 이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라고. 지금은 그 모든 음악적 경험을 많은 후배, 제자들과 나누고 있다. 문태국은 그가 특히 칭찬하는 연주자 중 한 명. “두말할 것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첼리스트죠. 첼로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을 앞으로도 잘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문태국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넨다. “제 20대 중반을 돌아보면 미국에서 살지, 프랑스에서 살지, 어떤 음악가로 살아갈지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어요. 무엇보다 젊은 연주자에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추고 본인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문태국은 너무나 테크닉이 뛰어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더 숙성된 본인만의 컬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첼로라는 악기는 다른 악기보다 나이와 연륜에 따라 나오는 성숙함이 있죠.”
그는 요즘 젊은 시절 녹음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13년 만에 다시 녹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흐의 음악은 화성을 이해하면서도 리듬이 자유롭고 음색이 투명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그 역시 자신의 성장과 변화를 느끼기에 두 번째 리코딩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8월 말 음반이 발매되면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투어 연주회를 할 예정. 서울에서는 10월 15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많은 젊은 연주자가 존경하는 첼리스트 양성원은 그렇게 자신만의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네이비 컬러 니트 재킷, 화이트 셔츠, 니트 타이와 팬츠, 가죽 벨트, 레이스업 슈즈 모두 Ermenegildo Zegna

화이트 컬러 크루넥 니트 톱과 자카드 재킷, 데님 팬츠, 포켓스퀘어 모두 Z Zegna

문태국_ 첼리스트로 살게 한 그 순간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첼리스트 문태국은 2014년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주인공. 지난 연말 야노스 슈타커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양성원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1년 양성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프랑스의 앙드레 나바라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물론 그 전에 음악 캠프에서 수차례 레슨을 받았고 양성원이 이끄는 트리오 오원을 비롯해 많은 연주를 지켜보기도 했다. “양성원 선생님의 연주는 카리스마가 있고 신빙성이 있다고 느껴져요. 활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테크닉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시간의 종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만드셨는데,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열정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특히 그런 면을 닮고 싶습니다.” 문태국은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계속 학업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잡혀 있는 연주일정도 많다. 2017년 금호아트홀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4월 20일에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개최하고, 6월에는 디토 페스티벌에 앙상블 디토의 멤버로 참여한다.
그가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현재 첼리스트로 살게 한 그 모든 순간이다. 네 살 때 처음 첼로를 잡은 것이나 첼로를 공부하기 위해 2007년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 여러 콩쿠르에 참가한 것 등 매 순간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가오는 연주에 집중하며 모든 레퍼토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중이다. “앞으로 큰 무대에 많이 서면서 꾸준히 연주하고 싶어요. 남이 인정하는 성공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음악을 하기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사랑해서 계속하는, 그렇게 초심을 지켜가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음악이란 너무나 정직한 것이므로 음악 앞에서 겸손하고, 자신보다 음악을 먼저 세우면 오래도록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될 거라는 양성원의 조언에 정확히 부합하는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