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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9

Social Kitchen

삼성전자는 승부사다.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분석하고 예측해 가전 시장을 리드한다. 데이코는 빌트인 가전 시장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비장의 카드다.

KBIS 2018에 참가한 데이코 부스 전면.

주방은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이 되었다. 가족이 모이면 거실 탁자보다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다. 요리와 식사 공간을 넘어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집의 크기는 10% 줄었으나 주방의 사이즈는 50% 증가하고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2시간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당연히 주방 인테리어에도 변화가 생겼다. 벽면을 바라보고 있던 개수대가 거실과 마주 보는 구조로 바뀌는가 하면, 주방의 중심에 자리한 아일랜드 조리대는 식탁, 소파, 바 등과 연계된 새로운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주방 가전은 가구에 꼭 맞게 들어가는 빌트인 디자인을 고집하는 추세다.
빌트인 가전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주방 가구와 한 몸처럼 일치시켜 심미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주방을 실현한다. 이미 해외에선 빌트인 가전 경쟁이 치열한 상황. 유럽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 가전의 비중은 단일 제품을 추월한 지 오래며, 미국도 빌트인 가전이 전체 가전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에 비하면 국내 빌트인 가전 시장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빌트인 가전이라 하면 입주 옵션의 개념이 강했다. 주로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 일괄적으로 설치하거나 가구 회사 혹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공간 디자인을 고려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빌트인 가전을 대하는 고객의 자세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방의 역할이 커지면서 집수리나 레노베이션을 할 때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선택한다. 이러한 흐름을 간파한 삼성전자는 몇 해 전부터 빌트인 가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간 서브제로 & 울프, 써마도, 밀레, 모노그램 등 몇몇 전통 있는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빌트인 가전 시장.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녔지만 빌트인 시장 초심자인 삼성전자에는 묘책이 필요했다. 2016년에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한 연유가 여기에 있다. 데이코가 50년간 다져온 노하우에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더해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공략할 기반을 닦았다. 새 식구를 들이며 미래를 준비해온 노력이 최근 열린 ‘KBIS(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 2018’을 통해 빛을 발했다.






1 부스 중앙에 위치한 갤러리형 전시 공간, 소셜 허브.
2 일루미나 노브 188개를 활용한 아트 월.

삼성전자의 색깔을 흡수한 데이코
한반도에 최강 한파가 불어닥쳤을 때 운 좋게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따뜻한 도시로 날아갔다. 1월 9일부터 11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KBIS 2018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에게 생소한 KBIS는 매년 전 세계 2500여 개의 업체가 참가하고 1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한다고 알려진 북미 최대 규모의 주방·욕실 전시회. 소문대로 전시가 열린 오렌지카운티 컨벤션 센터 인근은 많은 인파가 몰려 일시적으로 도로가 통제될 정도였다. 콜러,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 내로라하는 주방·욕실 브랜드가 즐비한 그곳에서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한 데이코 부스를 마주했다. 건축가, 디자이너, 딜러는 물론 경쟁사 임원진이 대거 방문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1965년에 설립한 데이코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대째 가업을 이으며 고급 주방 가전을 만들어온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레인지, 오븐, 쿡탑 등 데이코의 라인업은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도 최상위에 속했다. 이렇게 확고한 명성을 쌓은 데이코가 삼성전자에 흡수되자 많은 이들은 궁금해했다. 우리가 알던 데이코가 어떻게 달라질까? 데이코 최고운영책임자 민은주 상무가 이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제품입니다. 모바일과 연동, 직관적 LCD 패널 장착 등 최신 기술을 대거 품게 되었죠. 기존 제품이 셰프처럼 프로페셔널한 요리를 가능케 했다면 지금은 이를 뛰어넘어 더 편리한 주방 라이프까지 누리게 합니다. 그리고 제품군이 더 다양해졌습니다. 데이코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리 가전 위주로 판매했어요. 그런데 삼성전자로 넘어오면서 전에 없던 냉장고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3 쿡탑과 연동해 조리 시작 시 자동으로 켜지는 후드.
4 황동 버너와 DLC(Diamond Like Carbon) 코팅 처리로 디테일을 강조한 가스 쿡탑.
5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오븐 요리가 가능한 스팀 기능의 월 오븐.

4가지 컨셉의 프리미엄 키친 라이프
데이코는 벌써 네 번째 KBIS 출전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삼성전자에 편입된 이후 최초로 선보인 합작품,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이자 데이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데이코는 단순히 빌트인 가전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급스럽고 창의적인 키친 라이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길 원했다. 그래서인지 여느 부스와 달리 구성 자체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민은주 상무는 “4가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품 위주의 부스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구성이죠”라고 소개했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메인 공간은 미국 CIA 소속 셰프가 라이브 쿠킹 쇼를 펼치고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플로리다 마이애미 해변가의 저택에 사는 사람의 주방을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시멘트 소재의 거대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의 첫 합작품인 모더니스트 컬렉션이 자리한다. 실제로 홈 파티가 일상화된 미국에서는 집주인이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문화가 발달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그 이름처럼 가구와 가전이 고급스럽게 조화를 이룬 탁 트인 공간에서 손님과 함께 요리하고 즐길 수 있는 컨셉.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바쁜 도시인이 개성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 ‘오픈 인비테이션’은 가족 중심의 아늑한 주방으로 데이코의 헤리티지 컬렉션을 세팅했다. 하이라이트는 부스 중앙에 위치한 갤러리형 전시 공간 ‘소셜 허브’. “이곳은 어느 아트 컬렉터의 공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없는 라운지 형태죠. 벽에는 그가 수집한 작품이 걸려 있고 소파 정면에 놓인 비밀스러운 장식장에는 냉장고가 들어 있어요. 냉장고를 주방에 두지 않고 거실에 둔 게 포인트죠.”
민은주 상무는 데이코 라인업의 특별한 소재를 보여주는 CMF 존 앞에서도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KBIS의 주 방문객인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특히 컬러, 소재, 마감을 보여주는 이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그는 그곳에서 진회색의 금속성 색상인 그래파이트 스테인리스스틸을 가리켰다. “KBIS 부스를 둘러보면 블랙 컬러 키친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색상은 보통의 블랙과는 차원이 달라요. 표면 자체가 부드럽고 금속 소재 특유의 실선이 보이지 않는 오묘한 블랙입니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이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어요. 이렇게 장인정신과 첨단 기술이 만난 작업을 ‘테크 크래프트’라 부릅니다.”






가족 중심의 아늑한 주방으로 데이코의 헤리티지 컬렉션을 세팅한 오픈 인비테이션.

창의력을 자극하는 모더니스트 컬렉션
이렇게 다채로운 하이엔드 키친 라이프를 완성한 숨은 공로자가 바로 모더니스트 컬렉션이다. 삼성전자의 혁신적 기술력과 데이코의 프리미엄 미학이 만나 탄생했다. 이름처럼 보기에도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제품 디자인 그룹장 부민혁 상무는 “전통적인 미국 가정의 빌트인 가전은 덩치가 크고 투박한 형태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디자인을 덜어내 미니멀리즘을 추구했죠”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스테인리스스틸 혹은 그래파이트 스테인리스스틸로 마감해 주방을 한층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주목해야 할 제품은 기존 데이코 라인업에서는 볼 수 없던 냉장고와 냉동고.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냉장고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리모트 뷰 카메라 기능, 기존보다 천천히 녹는 얼음을 만들어내는 칵테일 아이스 기능 등 삼성전자에서 끌어온 첨단 기술을 담았다. 특히 3D 조명과 리얼 스테인리스스틸로 내장 전체를 마감한 스틸 쿨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흔히 사용하는 화이트 플라스틱을 거부하고 스테인리스스틸을 적용해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스팀오븐과 쿡탑을 결합한 프로스타일 레인지, 가상 불꽃을 적용한 인덕션 쿡탑,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오븐 요리가 가능한 스팀 기능의 월 오븐, 3가지 열원으로 빠른 조리가 가능한 상단 오븐과 스팀 기능의 하단 오븐을 결합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콤비네이션 스피드 오븐, 황동 버너와 DLC(Diamond Like Carbon) 코팅 처리로 디테일을 강조한 가스 쿡탑, 쿡탑과 연동해 조리 시작 시 자동으로 켜지는 후드, 세척이 끝나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는 오토 릴리즈 기능을 포함한 식기세척기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장기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의 혁신을 증명해냈다.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단지 요리하고, 음식을 보관하고, 청소하는 실용적인 도구가 아닙니다. 사용자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실현해주는 툴로 여겼으면 합니다.” 민은주 상무가 강조하듯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통해 주방을 더 재미있고 스타일리시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6 바쁜 도시인이 개성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7 데이코 라인업의 특별한 소재를 보여주는 CMF 존.
8 앤 아지가 작업한 프로젝트 블랑 내부.

포슬린의 가치를 품은 비스포크 냉장고
이번 전시에는 스페셜 게스트가 있었다. 소셜 허브 공간에 자리한 ‘프로젝트 블랑’. 실제로 많은 딜러와 디자이너가 이 냉장고 앞에 서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앞서 강조한 테크 크래프트를 실현한 야심작으로 데이코가 추구하는 진정한 프리미엄의 가치를 보여준다. 3월에 미국 출시를 앞둔 이 제품은 지난해에 국내에서 먼저 소개한 셰프컬렉션 포슬린과 동일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 “미국 시장에서 냉장고의 화이트 플라스틱을 거부하고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강조해온 터라 다시 화이트 포슬린에 대해 이해시키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민은주 상무가 입을 열었다. 디자이너들과 수차례 워크숍을 거듭하며 고안해낸 해법이 아티스트와의 협업이었다고. 겉으론 별반 다를 게 없는 냉장고지만 문을 열면 아기자기한 그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포슬린 디자이너 앤 아지(Ann Agee)가 내부 패널에 따뜻한 집을 형상화한 그림을 그려 넣은 것. 데이코는 프로젝트 블랑이야말로 완벽한 비스포크 냉장고라고 설명한다. 앤 아지의 작업으로 시작했지만 추후 고객이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 혹은 디자이너의 작품을 맞춤식으로 그려 넣을 예정. “이건 일반 냉장고가 아닙니다. 우리 고객은 집에 냉장고를 하나만 두지 않죠. 세컨드 냉장고 혹은 저장고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다만 일반 식자재를 넣는 것이 아니라 귀한 식품이나 먹고 싶은 음료를 예쁘게 담아 라운지나 티룸에 두는 겁니다. 마치 작품처럼요. 진정한 하이엔드란 이런 것이죠.”







Mini Interview with Ann Agee

데이코에서 처음 협업을 제안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순수 미술을 전공했지만 아트와 기능성을 접목하는 작업은 내게 늘 흥미롭다. 데커레이션 아트에도 관심이 많다. 포슬린 냉장고의 디자인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응했다. 냉장고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포슬린 냉장고에 그린 그림에 관해 설명해달라. 집은 창작의 영감을 주는 곳이다. 이번 작품 역시 ‘집’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담았다. 꽃을 많이 그린 이유는 집이 로맨틱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공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방에 소파를 두고 식탁 위에 재봉틀을 올린 이유는 이면에 숨은 가치에 관해 고민하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방이 요리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포슬린의 장점은? 포슬린은 위생적이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냉장고 내부에 적용하기 좋은 소재다. 디자이너로서 포슬린은 매번 똑같은 결과물을 낼 수 없지만 모양과 느낌이 조금씩 다른 작품이 나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데이코와 추후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이곳에 와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좀 더 넓은 범위의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냉장고 실내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제공 데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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