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쩝쩝, 우걱우걱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18-05-26

후루룩, 쩝쩝, 우걱우걱

먹고 마시고 사는 것에 대해 말하는 군침 도는 책 세 권.


후루룩, 쩝쩝, 우걱우걱 같은 의성어가 나오는 소설을 읽다 보면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책 속에 나온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다. <오로지 먹는 생각>을 읽다가도 같은 생각을 했다. 미식 취미를 지닌 화가 마키노 이사오가 그간 먹은 것 중 인상적인 요리 50여 개를 글과 그림으로 담은 이 책을 보면 저절로 침이 넘어간다. 이를테면 이런 메뉴에서. ‘닭고기 맥주 조림과 레드 와인 조림’, ‘콘비프를 넣은 핫 샌드위치’, ‘구운 사과와 포크 소테’, ‘정어리 초절임’. 개중에 가장 식욕을 자극한 건 ‘바나나 플랑베’다. 보글보글, 꾸덕꾸덕, 몽글몽글, 아삭아삭. 그가 맛깔스럽게 설명하는 조리법을 읽고 있으면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조린 바나나를 당장이라도 한 입 콱 베어 물고 싶어진다. 눈치챘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모든 게 먹는 것으로 연결되는 먹보다. 그래서 화가임에도 먹고 마시는 얘길 책으로 냈다. 정작 본인은 아마추어 요리 실력에 그저 먹는 걸 좋아할 뿐이라 고 말하지만 책엔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만의 미식 탐구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로지 먹는 생각>이 소박한 요리를 소박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면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는 그 반대다. 신문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칼럼니스트 장준우가 쓴 이 책은 유럽의 미식가가 몰리는 화려한 레스토랑과 다양한 현지 요리를 생생한 사진과 체험담으로 소개한다.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의 유명 식당 ‘피노초 바’의 완벽한 소금간, 산세바스티안에서 즐기는 핀초(pincho) 순례, 콩을 불려 염장 가공육과 함께 끓인 파바다(Fabada) 등이 그것. 요리도 요리지만 저자는 곳곳에서 강조한다. 음식의 맛은 접시 위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거센 비를 피해 들른 평범한 식당에서 뜻밖의 친절함을 마주하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면, 그 또한 요리를 특별하게 하는 ‘맛’이라고. 책엔 관광지의 맛집 소개 같은 정보는 없다. 하지만 어디에 가야 하고 거기서 무엇을 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쓰여 있다. 단, 아무리 음식 얘길 맛깔스럽게 늘어놓는다 해도 밤 10시 전엔 꼭 책을 덮길 바란다. 이유는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먹는 인간>은 앞의 두 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식에 대해 말한다. 당신의 식탁엔 절대 재현할 수 없는 요리, 어쩌면 꿈에서도 먹고 싶지 않은 요리 말이다. <먹는 인간>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헨미 요는 사람도 가끔 짐승과 똑같이 ‘먹이를 먹는다’고 말한다. 무슨 말이냐고? 잔반을 먹는 방글라데시의 빈민,필리핀 산속에서 인육을 먹은 태평양전쟁기의 일본 병사들, 쾌락은 죄이기에 살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 먹는 코소보의 데차니 수도원 수도사들, 에이즈에 감염되었지만 달리 먹일 게 없어 아기에게 젖만 물리는 우간다의 엄마와 아기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2년 남짓 세계 여러 지역의 사람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취재한 전직 신문기자 헨미 요의 논픽션이다. 저자는 어느 날 세상을 늘 거시적으로만 바라보는 신문기자의 직업적 습성에 회의를 느끼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온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자 세계 여행을 떠난다. <먹는 인간>은 그 기록으로 식(食)과 생(生), 다시 말해 먹는 행위를 둘러싼 인간의 천태만상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