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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25

조효진은 달린다

조효진 PD는 신선한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십 수년을 달려왔다. 이미 먼 길을 왔지만 아직 멈출 생각은 없다.

조효진 PD를 만나기 전 그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 봐야지 싶었다. 한데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패밀리가 떴다>부터 <런닝맨>, 지난 5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범인은 바로 너!>까지 이미 그의 작품을 많이 본 탓이다. 조효진표 예능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요새 유행하는 <삼시세끼>나 <미운 오리 새끼> 등 관찰 예능과 달리 원초적인 웃음을 준달까. 별생각 없이 웃고 떠들기엔 이만한 게 없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그는 2001년 SBS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에서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적성을 찾았다. 처음엔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길 원했지만, 남다른 끼와 추진력을 알아본 선배들은 그를 예능국에 투입했다. 그렇게 <진실게임>, <보야르 원정대>, , 시트콤 <오렌지> 등의 조연출로 내공을 쌓은 그는 2008년 출연자들이 시골에 가 집주인이 여행을 간 사이 집을 보는 컨셉의 <패밀리가 떴다>를 선보였다.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귀농’이었어요. 그래서 농촌에서 밥을 지어 먹고 게임도 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죠. 출연자들에게 가족 같은 설정을 부여해 시트콤적 요소도 살렸고요. 이렇게 보면 여러 프로그램을 두루 경험한 게 모두 자산이 된 겁니다.”
<패밀리가 떴다>는 2008년 SBS 연예대상에서 ‘시청자 선정 최우수프로그램상’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곧이어 ‘도시형 리얼 액션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런닝맨>을 내놓았다. 그런데 <패밀리가 떴다>를 준비할 때와 달리 회사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시골을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여전히 강세였어요. <패밀리가 떴다>가 잘 되는데 왜 반대로 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비슷한 걸 또 만들기는 싫었어요. 젊은 만큼 몸으로 부딪치고 밤새 달리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죠.” <런닝맨>은 100개국 이상의 시청자가 즐겨보는 한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촬영지를 둘러보는 여행 상품까지 생겨났을 정도.
<런닝맨>이 성공 궤도에 오르자 그는 홀연히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의 저장위성TV가 <런닝맨>의 포맷을 수입해 SBS와 공동 제작한 <달려라 형제>의 제작을 돕기 위해서다. “당시엔 한국 PD가 중국에 진출하는 게 파격적인 일이었어요. 새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던 차에 좋은 기회가 온 거죠. 한편으로는 <런닝맨>이 잘되고 있을 때 자연스레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덩차오, 안젤라 베이비 등 중화권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달려라 형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최고 시청률이 5%에 달한 것. 이는 한국으로 치면 시청률 40~5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정도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면 몸이 편한 관리직으로 올라갈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2015년 < X맨 일요일이 좋다 >와 <패밀리가 떴다>를 함께 만든 장혁재 PD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 컴퍼니상상을 차렸다. “주말 예능 프로를 만들다 보니 10년 동안 주말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일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싶었죠. 또 아직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느꼈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을 맡았다. 국내외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온 그에게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러브콜을 보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땐 넷플릭스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한데 사전 제작을 보장한다는 말에 끌리더라고요. 그간 시간이 부족해 시도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고,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일 수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이 기회에 생각만 하던 걸 풀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결과물이 바로 유재석을 중심으로 안재욱, 김종민, 이광수, 박민영 등 7인의 탐정단이 활약을 펼치는 <범인은 바로 너!>다. 한 편의 추리 드라마에 가까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탐정단이 추리를 푸는 과정은 ‘리얼’이지만 그 외에는 설정과 대사가 있는 게 특징. 그런데 왜 하필 추리였을까?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현재 예능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완벽한 가상현실을 꾸미는 건 어렵잖아요. 그래서 현실적 요소를 적절히 반영해야 했죠. 그 요소가 추리였습니다.” 추리와 예능의 결합이라는 색다른 시도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엔 이 프로그램의 시즌 2 제작까지 확정 지었다. 물론 일반적 예능 프로그램이 그렇듯 <범인은 바로 너!> 역시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킨 건 아니다. 웃고 떠드는 예능적 요소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겐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추리적 요소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뭔가 아쉽게 느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일까, 조효진 PD는 시즌 1의 점수로 100점 만점에 50점을 줬다. “멤버들이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포맷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런 만큼 초반부터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깊이 있는 추리 요소를 넣기는 어려웠죠. 그렇다고 예능적 요소만 강조할 수도 없었고요.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멤버들이 적응하기 시작했고, 시청자의 니즈도 파악했어요. 다음 시즌에는 추리와 예능을 9 대 1 혹은 1 대 9 비율로 넣는 등 좀 더 과감한 변형을 해보고 싶습니다.”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성공시키는 그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조효진 PD는 그저 잘하는 일에 집중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요새 유행하는 관찰 예능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대신 어떤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출연자들이 어우러지게 하는 걸 좋아하고 제법 잘하죠. <범인은 바로 너!>도 그런 제 장점을 발휘한 작품이고요. 이 프로그램이 세계 190개국 시청자에게 동시에 공개된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의식하고 만들진 않았어요.” 그렇다고 이 말을 익숙함에 안주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는 항상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새로운 시도엔 비판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낯설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이 낯섦은 신선함이기도 합니다. 저는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은 ‘웃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왕이면 ‘신선한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오랜 시간 예능 제작에 매달리다 보면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이미 준비하고 있거나 새로 구상 중인 프로가 꽤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그가 조금 더 힘을 내주길 바란다. 무엇 하나 잘되면 너나없이 복제를 거듭하는 국내 예능계에서 그의 작품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니까. 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사진 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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