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는 세상, 과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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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5

지갑 없는 세상, 과연?

전화번호부, 계산기, 카메라를 흡수한 스마트폰의 다음 타깃은 지갑이다.

1 중국에서 QR 코드 결제 방식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2 거래 속도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주는 QR 코드 결제 방식.

“중국 사람들은 지갑을 안 들고 다녀.” 최근 중국살이를 시작한 친구에게 안부를 묻자 이런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중국에서 맛본 결제 시스템의 신세계를 읊기 시작했다. 중국은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길거리 노점상까지 QR 코드 결제 방식을 이용하기에 스마트폰 하나면 현금과 카드가 필요 없다는 게 그녀의 말. 그들이 사용하는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pay)’ 등은 결제앱에 카드나 은행 계좌 정보를 등록한 뒤 매장에서 QR 코드를 스캔하면 대금이 청구되는 시스템이다. 한 번의 스캔으로 거래가 성사되니 이제 가게에서 지갑을 꺼내는 사람이 더 희귀할뿐더러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상점까지 있을 정도라고.
‘간편 결제 서비스’, 이른바 첨단 기술을 접목해 결제를 지원하는 스마트 페이는 해외에서는 이미 흔한 풍경이다. 알리바바그룹이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페이는 중국에서만 8억명이 사용해 현재 중국의 제1전자화폐 시스템으로 등극했다. 어떻게? 그 이유는 단순하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마일리지 적립, 이벤트 등 부수적 혜택이 쏠쏠하고 무엇보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 페이를 ‘잘’ 사용한 만큼 신용도도 올라가 대출과 같은 금융 서비스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장점은 사업자에게 더 많다. 우선 고객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산대 체류 시간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위조지폐 리스크에서 해방되고 종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환경보호에 일조할 뿐 아니라 알리페이는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파악해 빅데이터까지 제공한다고.






중국인 8억 명이 사용하는 알리페이. 그들이 가는 많은 곳에서 알리페이 마크를 볼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선 알리페이, 위챗페이 가맹 등록이 필수라고 한다. 한국 면세점은 물론 중국인이 가는 곳 어디든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는 표식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사용자가 중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인을 향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전산화 시스템이니 계산 오류를 걱정할 수도 있지만,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전산 오류를 일으킨 적이 없다. 계산원이 거스름돈을 줄 때 발생하는 실수보다 간편 결제 서비스가 더 정확하다는 의미다.
중국 못지않게 현금이 가장 발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현금 없는 나라(cashless Sweden)’라 불릴 만큼 요즘 스웨덴의 가게에서는 대부분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을 비롯해 오직 카드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고, 아이들에게도 카드와 간편 결제 서비스를 권장하기에 스웨덴의 현금 사용률은 1%에 불과하다. 교회에 내는 헌금마저 앱을 활용하는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른데, 이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은 큰 만족감을 표한다고. 나아가 정부에서도 2030년까지 현금을 없애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라 유럽에서 지폐를 가장 먼저 만든 스웨덴의 변화는 시사점이 크다 할 수 있다. 이웃나라 덴마크도 이미 자국에서 화폐 생산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전자화폐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제 해외여행 준비 리스트에서 ‘환전’을 삭제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메인 화면.

그렇다면 IT 강국 한국은? 익히 알고 있겠지만 국내에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그리고 ‘네이버페이’ 같은 시스템이 있다. 지금 이 서비스의 월 거래액은 도합 3조 원을 웃돌며 매 분기마다 30% 이상 고속 성장 중이다. 20~30대의 젊은 층만 사용할 것 같지만 의외로 고른 고객 연령 분포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해외 진출, 쿠폰과 금융 서비스 등 점차 사용 영역을 확장할 예정. 이들이 거래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이유는 부가 혜택과 편리함으로 중국과 결을 같이한다. 모두가 장점만을 말하기에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고자 직접 사용해봤다. 혜택이 괜찮은 간편 결제 서비스 앱을 설치한 뒤 카메라 스캔으로 사용할 카드를 순식간에 등록했다. 가맹 매장에서는 앱에 뜨는 바코드만 스캔하니 거래가 끝났다. 전자 영수증이 자동으로 발급되기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결제 프로세스가 완료된다. 확실히 편리하다. 게다가 혜택 적용으로 할인까지 받았다.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더니 그 말에 십분 공감이 간다.
현금, 카드, 은행에 이어 신분증도 스마트폰으로 들어갈 기세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중국은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메신저 ‘위챗’이 이미 작년 12월, 위챗 계정을 활용해 전자신분증을 발급하는 시범 사업을 광저우에서 선보인다. 국내를 예시로 들면 카카오톡이 주민등록증을 대신하는 건데 위챗과 위챗페이를 이용해 안면 인식 기술 등 개인 신분을 확인할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위조나 도용 위험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반응도 좋아 곧 중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편, SK텔레콤은 지난 9월 열린 ‘사물인터넷 국제전시회’에서 기존 아날로그 신분증을 대체할 모바일 신분증을 공개했다. “가상화폐 거래 시 해킹을 막는 신기술 블록체인을 적용해 신뢰성을 높였다. 차후 모바일 신분증이 보급되면 신원 확인 프로세스가 간소화되는 이점이 생길 것”이라는 등 모바일 신분증 개발에 대한 긍정적 가능성을 예측했다.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표식들.

현금, 카드, 영수증, 쿠폰 그리고 신분증까지 스마트폰이 흡수해서일까? 실제 장지갑 판매율도 급감할 만큼 이제 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는 건 예전만큼 쉽지 않다. 지갑을 경쟁자로 지목한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가 화폐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것 같지만 여전히 의문이다. 정말 지갑이 없어질까? 이들이 세력을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지만 각 서비스마다 통일되지 않은 시스템과 서비스 보안에 대한 불신, 그리고 프랜차이즈 집중의 가맹 매장 분포 등 한계점은 여전히 있다. 에디터도 간편결제 서비스의 편리함을 느꼈지만 왠지 모르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단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아니면 이 어색함이 종이책과의 대결에서 승산을 보이지 못하는 전자책처럼 결국 현금, 카드와의 공생관계로 자리 잡는다는 신호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은 채 올해 초 면세점에서 큰맘 먹고 구매한 지갑을 쳐다볼 뿐이다. 지갑의 존폐는 스마트폰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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