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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5

한국이 넷플릭스 당하다

코드 커팅 시대를 개막한 넷플릭스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지난 설, 극장가에 명절 특수는 없었다. <극한직업>과 <알리타 : 배틀 엔젤>이 선전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딴 데 있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킹덤>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으로, 제작 초기부터 이슈였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천만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 월드 스타 배두나가 합류해 크레딧을 화려하게 채웠다. 킹덤이 TV 시리즈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라인업이다. 그러나 이 중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 건 넷플릭스였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100% 투자와 배급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제작 발표회에서 기자들은 감독과 배우에게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언론은 <킹덤>에 대한 관심만큼 넷플릭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의 한국 진출에 국내 미디어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한국에 진출한 2016년, 넷플릭스는 몇몇 영어권과 남미 국가의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의 플랫폼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만 3년 만에 넷플릭스는 거대한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20억 달러(13조 원). 이는 2016년 한국 방송산업 전체 매출(15조9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방영 분량만 약 9만 분, 1년 안에 지난해 제작한 시리즈를 모두 관람하려면 하루도 빠짐없이 넷플릭스를 4시간씩 시청해야 한다. 국가 단위의 투자를 벌이는 공룡 기업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미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하며 한국 콘텐츠 개발에 뜻을 비쳤지만, 진짜는 올해부터다.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라인업 쇼케이스 ‘What Next : Asia’에서 “전 세계가 한국 영화와 TV 콘텐츠를 좋아한다. 한국 콘텐츠를 아시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





포문은 <킹덤>이 열었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됐으며, 2편부터 <특별시민>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 멤버인 유재석과 박민영, 김종민이 출연하고 이승기가 새롭게 합류한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수와 정채연, 진영 등 젊은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8부작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도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인기 웹툰 원작의 <좋아하면 울리는>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총 8부작 시리즈로 제작하며, 배우 김소연이 주연을 맡았다. 여기에 이경미 감독과 배우 정유미의 합류로 화제가 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이 원작인 <보건교사 안은영>도 최근 제작을 확정했다. 모두 하나같이 흥행 코드를 품었다. 공개되면 어떤 부분에서든 주목을 끌 것들이다. 이 밖에 넷플릭스는 감독과 작가, 배우, 제작사를 꾸준히 만나며 차기작을 논의 중이다. 코리아 오리지널의 라인업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얘기다.
한때 실리콘밸리에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혁신적 기업이 등장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는 현상을 뜻한다. 2007년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이자 미국 최대 DVD 대여점 ‘블록버스터’가 도산했다. 미디어 판을 아예 바꿔버린 것이다. 아직 한국 공략의 첫 단계지만, 국내 콘텐츠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 영향이 끼치는 순기능이다. 콘텐츠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내부는 곯고 있던 한국 미디어 산업이 ‘넷플릭스당하고’ 있다.





제작사와 창작자 모두 환영
국내 프로덕션은 넷플릭스의 진출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안정적 자금 지원과 수익 구조(FEE)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공중파는 외주 제작에 상당수 기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7 방송 프로그램 외주 제작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KBS가 36.1%, MBC가 24.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드라마의 외주 제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KBS는 24.2%, MBC가 22.2%, 종합 편성 채널인 JTBC는 방영 드라마의 100%를 외주 프로덕션이 제작했다. 특히 톱스타 캐스팅과 CG 등으로 높은 제작비를 요하는 미니시리즈의 비중이 높다. 흥행 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 그래서 외주 제작 비율이 높은 것이다. 문제는 방송국이 충분한 제작비를 지원하지 않는 데 있다. 만약 100억 원의 제작비가 필요한 작품이면 방송사는 80~90%의 비용만 지불한다. 공중파가 가진 스피커가 아쉬운 프로덕션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사인한다. 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프로덕션에 불리한 구조다. 부족한 비용을 메워주는 건 간접광고(PPL)다. 재벌가가 돈가스집에서 상견례를 하고 주인공이 중독 수준으로 이온 음료를 마셔대는 건 모두 이상한 수익 구조 때문이다. 그나마 손해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PPL 유치(최근 PPL 단가는 몇 년 전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나 해외 판권 판매가 미미할 경우 배우나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아직까지 출연료 관련 소송 기사가 꾸준한 이유다. 넷플릭스는 외주 제작사에 전체 제작비의 10%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가 100억 원 필요한 작품 계약 시 프로덕션에 110억 원을 지급해 안정적 제작과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CJ ENM이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도 제작사에 5%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되면 대박, 망하면 쪽박 같은 승부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 프로덕션이 이런 회사들과 일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지난해 넷플릭스와 작업을 진행한 제작사 대표 A는 “넷플릭스가 비교적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소통 과정에서 그들의 최우선 목표가 ‘작품의 완성도’라는 것이 느껴졌다. 요구 사항도 많이 반영됐다. 그런데 과정이 만만치 않다. 계약까지 가는 소통 과정이 마이크로 단위로 디테일하고 계약서 양도 타 작품을 할 때보다 몇 배는 두꺼웠다. 할리우드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계약에 명시된 수준까진 100% 보장한다. 그러나 촬영이 늘어지거나 추가 예산이 발생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킹덤>엔 편당 약 15~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됐다. 디테일하고 정확한 표준 계약서도 환경을 개선한다. 아직까지 국내 현장에선 표준 계약서 체결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2017 방송 프로그램 외주 제작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중파 드라마 제작 시 표준 계약서의 작성 비율은 75.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진출을 반기는 건 제작사뿐이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타’가 존재한다는 것. 그게 감독이든 작가든 배우든, 심지어 원작이든 몸값 비싼 이를 불러 모으는 데 일가견이 있다. <킹덤>의 연출을 맡은 김성훈은 입봉작으로 대종상 감독상 수상과 흥행을 잡은 충무로 블루칩이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도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 중 하나다. 물론 김은희 작가나 주지훈, 김소연도 마찬가지다. 스타를 불러 모으는 건 넷플릭스의 장기다. 이미 알폰소 쿠아론과 코언 형제, 나오미 와츠, 제이크 질런홀, 윌 스미스 등 글로벌 스타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참여했다. 그들은 넷플릭스의 무엇에 매력을 느낄까?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와 작업하며 ‘창작자에 대한 존중’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녀는 “창작자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대본에 큰 간섭이 없어 당황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 <옥자>에 연출부로 참여한 B는 “투자자가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일은 빈번하다. 창작자로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 넷플릭스와 작업할 땐 전혀 느끼지 못했다. 자유로웠다. 음식과 숙소도 좋았다. 스케줄도 무리 없이 운영돼 현장이 수월했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장점은 다양성이다. 흥행 코드가 있는 흔히 ‘되는 작품’만 제작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기묘한 이야기>나 <루머의 루머의 루머>,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은 SF, 하이틴, 감옥 등 흥행 공식에서 찾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넷플릭스는 여러 방면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한다. 단발에 그치는 극장 개봉 영화나 TV 방영 시리즈가 아닌, 서버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플랫폼의 특수성 덕분이다. 다양한 취향의 시청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킬러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필수다. 비슷비슷한 콘텐츠만 소비해온 국내 대중에겐 뷔페인 셈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아이템에 귀 기울이는 그들에게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다. 최근 넷플릭스로부터 작품 제안을 받은 영화감독 C는 그들의 등장이 한국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라 말한다. “제작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아이템에 넷플릭스가 관심을 가졌다. 제작비도 많이 들고 마이너한 코드의 소재라 오래전 마음을 접은 작업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더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채널이 생겼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전개와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쌍방향)’ 콘텐츠 드라마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를 공개했다. 웹 기반 플랫폼이라 가능했던 프로젝트지만, 과감한 시도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콘텐츠의 스펙트럼과 소비 방식을 넓힌다. 창작자도 신이 나니 자연스레 작품의 질이 높아진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넷플릭스가 선보인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드라마 시리즈 <보디가드>, <코민스키 메소드>가 5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 작품성’이란 공식을 인정받았다. 킬링 타임용 플랫폼이라 여겨지던 OTT(Over The Top)가 이젠 주류 문화에 진입했다.
넷플릭스의 엄청난 전파력도 창작자에겐 매력적이다. 김성훈 감독은 <킹덤> 연출을 맡은 계기로 ‘190개 국가에 서비스되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꼽았다. 그간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았다(특히 영어권과 유럽 국가). 넷플릭스는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소한다. 전 세계 1억4000만 명의 이용자는 클릭 한 번으로 주지훈의 연기나 유재석의 유머를 감상할 수 있다. 진짜 한류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한국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요소는 많다. ‘한국 공략 전략’과 ‘제작사의 선호’, ‘창작자의 참여’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물론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토종 콘텐츠의 종말을 거론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 불을 당겼다. 기존 미디어와 신규 플랫폼이 무한 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푹(POOQ)’을 공동 투자해 운영해온 지상파 3사는 SK텔레콤의 ‘옥수수’를 새로운 플랫폼 파트너로 결정했다. K 콘텐츠를 무기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펼쳐보겠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 능력과 통신사의 유통 기술을 합쳐 사업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우선 국내외 자본 유치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범 초기 비용은 2000억 원 수준으로 전례 없는 규모다. 이미 코드 커팅(Cord Cutting, 케이블 코드를 끊어버리는 현상) 시대는 개막됐다. 지난해 MBC가 12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현재 대중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더 이상 편성표에 맞춰 TV 앞에 앉을 여유가 현대인에겐 없다. 최근 미국엔 넷플릭스가 케이블 등 유료 방송(Pay TV)의 사용률을 따라잡았다는 조사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도 2017년 30만 명이던 넷플릭스 가입자가 지난해 말 127만 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여러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많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넷플릭스 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아이들처럼, 우리도 더욱 단단하고 근사하게 성장하는 기회일 수 있다.







interview 넷플릭스가 이야기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여러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답변이 왔다. 내부 규정상 숫자는(투자 규모, 계약 조건 등) 알 수 없지만, 현재 넷플릭스가 판단하는 한국 콘텐츠 산업과 향후 그들의 행보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분자화된 조직으로 이뤄진 유기체다. 그래서 인터뷰이를 특정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판단하는 한국 콘텐츠 시장은 어떤가? 한국은 훌륭한 수준의 제작 인프라와 뛰어난 스토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국가다. 한국에서 최초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옥자>가 공개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후에도 우리는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최근 공개한 <킹덤>까지 선보였다. 이후로도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 여럿 대기 중이다. 우리가 한국에 콘텐츠 팀을 구축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양한 창작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결정 시 우선시 하는 기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와 제작 결정에 기존 데이터 일부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직감에 따른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가 그것이다. 주제나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제작진과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들이 최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 콘텐츠에 투자되는 비용 혹은 편수는 어느 수준인가? 국가별로 콘텐츠 투자 규모를 나누고 있지는 않다. 하나 말하고 싶은 건 미국이 아닌 타 국가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전 세계 2000만 가구가 스페인 오리지널 콘텐츠 <엘리테>를 시청했다. 또 영국 BBC와 공동 제작한 <보디가드>, 이탈리아 오리지널 콘텐츠 <베이비>, 터키의 <수호자> 역시 각각 공개 첫 4주 동안 전 세계 1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했다. 한국 콘텐츠도 한류에 관심이 높은 전 세계 팬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한국에 상주 콘텐츠 팀을 꾸리는 등 제작과 수급 전반적 분야에 걸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해외 여러 나라 시청자에게 전파된다. 이것이 한국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킹덤>에 대한 해외 시청자 반응을 살펴봤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 착용한 조선의 의복, 특히 갓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이 많았다. 그들은 갓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왜 신분에 따라 모양이 다른지 토론했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한국 문화와 전통을 알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장면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넷플릭스와 작업한 여러 명의 창작자를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창작자가 자신의 스토리를 원하는 형태와 분량, 장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무조건적 자유라기보다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에 가깝다. 협업을 통해 논의하고 피드백을 공유하지만, 이것을 수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창작자에게 달렸다. 여기엔 스토리와 더불어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4K UHD 화질에 HDR과 돌비 애트모스 같은 최첨단 영상・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봉준호 감독의 요청을 넷플릭스가 전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다.







오리지널 추천 6 넷플릭스가 왜 현재 가장 핫한 콘텐츠 플랫폼인지 보여주는 뜨거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스트.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넷플릭스는 사실 다큐멘터리로 유명하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긴 하지만 바꿔 말해 이 플랫폼에는 퀄리티 좋은 다큐멘터리가 가득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범죄, 역사, 자연, 감동 등 여러 장르가 있지만,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은 익숙한 것의 숨은 장면을 포착한다. 바비 인형 개발자가 대량 살상용 미사일을 개발하던 과학자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조지 루카스는 처음부터 <스타워즈>의 완구화를 위해 스토리보드를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는? 그러니까, 장난감은 그저 장난감이 아니라 대체할 수 없는 하나의 문화이자 거대한 비즈니스고, 많은 사람의 열정과 꿈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향수와 동시에 비즈니스적 감각을 새삼 깨닫게 되는, 말 그대로 어른을 위한 이야기.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2019년 1월 11일 공개한 영국 드라마. 원제는 으로 성적 호기심은 왕성하지만 지식은 모자란 10대의 성 문제를 또래 친구가 상담해주는 이야기다. 덕분에 청소년 드라마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이며, 공개 직후 부터 호평받고 있다. 존 휴즈 감독의 1980년대 청춘 영화의 클래식(<조찬 클럽>)과도 많은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류의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지하고 유용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다룬다. 그러니까 교훈적이지 않으면서도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모든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자 교육의 문제다. <엑스 파일>의 질리언 앤더슨이 오티스의 엄마이자 성 상담가인 밀번 박사로 나온다.


러브
샌님처럼 젠체하는 녀석과 술, 담배, 남자에 중독된 여성이 연애하는 이야기. 그들 사이에 온갖 변태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렇다 보니 어느 누구의 입장도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이 문제 많은 캐릭터들이 귀엽게 느껴지는 게 매력 포인트. 사실 이런저런 엉망진창이야말로 또 우리의 본모습 같아서, 참 복잡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시리즈다. 재미있는 포인트들. 여자 주인공 질리언 제이콥스는 엉망진창 캐릭터와 달리 실제로는 완벽한 금주주의자다. 남자 주인공 폴 러스트는 배우 겸 작가로, <러브>의 여러 에피소드의 연출까지 맡기도 했다. 그리고 러브의 총연출은 저드 애퍼타우가 맡았는데 그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미드 <걸스> 등을 기획, 제작, 연출했다.





얼터드 카본
2002년 출간한 SF 원작 소설을 각색해 만든 시리즈. 이 소설은 2003년 ‘필립 K. 딕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유명해졌다. <공각기동대>의 고스트와 비슷한 설정으로, 저장소(Stack)라는 메모리 칩으로 개인의 기억과 자아를 저장하게 된 시대가 배경이다. 그래서 다른 육체로 부활하거나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주인공 다케시 코바치가 250년 만에 부활해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영생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등 존재론적 질문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비주얼이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여기에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구조도 클래식한 탐정 드라마의 형식을 취해 익숙하다. 개인적으로, 육체는 바뀌지만 정신은 그대로인 설정 덕분에 흥미로운 장면이 많은 게 인상적이다. 가령 돈이 없는 빈민층은 육체를 부활시킬 수 없어 저장소를 간직하기만 한다거나,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등. SF 팬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비 더 비기닝

애니메이션의 명가, 프로덕션 I.G.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크레모나 왕국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마와 그를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설정을 모두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불친절한 작품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연쇄 살인마, 특수 범죄 수사관, 여기에 특수 능력자들이 엮이면서 드라마와 액션이 적절하게 뒤섞인 작품이 되었다. 속도감 있는 액션 장면이 인상적. 애니메이션을 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드보일드한 분위기 사이에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적 장면 때문에 <카우보이 비밥>이나 <사무라이 참프루> 같은 성공한 재패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성인용으로 제작해 청소년 관람 불가등급. 잔혹한 장면도 꽤 나온다. 극의 분위기는 크게 2부작으로 나뉘는데, 범죄 스릴러 파트와 이 능력자의 배틀물 파트로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에피소드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드라마 월드

한류 드라마 덕후가 그 세계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드라마 월드>는 바로 이 이야기를 다룬 귀여운 판타지다. 한국 드라마 팬인 백인 소녀가 스마트폰에 빨려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한류 드라마의 온갖 클리셰를 가지고 논다. 가업을 잇기 싫어 방황하는 재벌 2세, 신데렐라 캐릭터의 예쁜 여주인공, 그녀를 바라만 보는 동네 훈남, 감초 같은 캐릭터, 돈만 아는 집안. 여기에 화장품 PPL과 자동차 운전 장면의 클리셰 등이 ‘드라마 월드의 규칙’이 되어 등장하는 식이다. 2016년 넷플릭스가 공개한 이 시리즈는 총 10편, 각 12분 분량으로 2시간이면 한 시즌을 끝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션 리처드가 이 시리즈의 기획, 집필, 연출, 제작까지 도맡았는데 그는 120분 분량의 영화를 어떻게 10개로 잘라 수익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강했다고 했다. 2016년 이후 넷플릭스에는 60분 미만, 웹 드라마는 10분 미만의 작품이 기본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글 차우진(문화 평론가)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일러스트 최익견   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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