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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6

그 집, 그 사람

집은 숫자로 매기는 자산 가치를 넘어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가치가 더해질 때 행복한 공간이 된다. 공간을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사는 사람이 궁금해지는 집. 키즈 퍼니처 브랜드 ‘플레이그라운드 포 키즈’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모노 플레이스’ 오민수 대표가 사는 집이 그렇다.

개방감이 돋보이는 거실.

‘컨셉을 연출하라’, ‘세포마켓’, ‘카멜레존’, ‘밀레니얼 가족’. < 트렌드 코리아 >가 발표한 올해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다. 몇 가지 트렌드를 들여다보며, 에디터는 문득 SNS에서 ‘팔로잉’한 플레이그라운드 포 키즈(Playground for Kids, 이하 pl4k) 오민수 대표가 떠올랐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볼 때마다 그녀의 집은 참 ‘구경하고 싶은 집’이었다. 오민수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와 오브제를 활용해 분방하게 꾸민 집을 ‘컨셉팅’하고 SNS라는 1인 미디어를 통해 그녀만의 개성과 감각을 타인과 공유했다. 취향이 점점 프로페셔널해지면서 pl4k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모노 플레이스라는 인테리어 편집숍까지 오픈했다. 집이라는 공간의 전형적 기능을 넘어 그녀와 남편, 아들이 함께 활용하는 공유재로서 공간을 꾸린 점과 변화무쌍하고 유연한 세팅을 통해 그녀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숍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점도 돋보인다. 오민수 대표의 집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주거 공간에서 요즘 ‘좋아 보이는 것의 비밀’을 알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결혼 생활 10년 동안 이사를 여섯 번이나 했어요. 자주 이사하다 보니, 집을 꾸미는 데 남편과 뜻이 잘 맞는 편입니다. 아이가 없을 때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부부가 살아보고 싶은 집을 찾아 지냈고, 아이가 자라는 시기에 맞춰 필요한 집을 찾았어요. 이 집엔 작년 9월에 이사 왔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집을 꾸미다 보니 점점 취향이 또렷해지더라고요.”






가족 모두에게 유용하고 아름다운 집을 꾸민 오민수 대표.

오민수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아동심리를 전공했지만 평소 건축과 디자인, 예술 관련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전공과 관심 분야의 연결 고리를 찾아 아동을 위한 장난감과 교구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비록 유학을 가진 않았지만, 이후 그녀는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관심을 쏟았다. 르코르뷔지에부터 찰스 & 레이 임스 부부, 핀 율, 마르셀 반더스, 하이메 아욘 등 과거에는 유명 디자이너와 인기 있는 브랜드 가구, 인테리어 소품을 사 모으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하나를 사도 ‘자신의 취향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지’ 꼼꼼히 따진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생활을 고려해 해운대 마린시티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결정했을 때, 예전처럼 자주 주거지를 옮기긴 힘들 것 같아 바닥과 벽, 가구를 고르는 데 신중을 기했다. “이 집을 꾸밀 때 거실과 각 방의 바닥, 벽은 물론 욕실 마감까지 밝은 모노톤으로 단순하게 시공했어요. 색감이 강한 가구와 독특한 디자인 요소가 담긴 인테리어 소품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가구와 소품이 놓일 배경은 단순해야겠더라고요. 제아무리 인테리어가 유행에 민감하다 해도, 일반 가정집은 신혼 때 구입한 가구를 5~10년 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이번에 과감하게 바꾸기로 결심해 모두 비우고 공간을 단순하게 만든 다음 그 여백을 조금씩 채우는 것으로 가구를 구입하고 있어요. 완벽하게 세팅하기 위해 가구를 한 번에 구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필요한 것을 조금씩 채워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 잘 꾸민 집은, 유행에 민감하기보다는 가구와 소품을 신중하게 골라 배치한 흔적이 엿보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 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두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녀는 인테리어 회사에 디자인을 통째로 의뢰하지 않고 부부가 원하는 대로 시공해줄 감리업체만 선정해 집을 꾸몄다. 인테리어 회사의 스타일과 부부의 스타일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고, 트렌드에 맞춰 비슷하게 꾸미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 특히 거실은 그녀가 많은 공을 들인 공간이다. 온 가족이 차와 간식을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 같은 공간으로 꾸미고자 거실에 TV를 두지 않았고, 부엌과 거실의 경계 없이 식탁을 창가에 배치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언제나 책과 간식을 즐길 수 있도록 거실 곳곳에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pl4k의 마카롱 테이블과 블루밍 테이블, 책이나 장난감을 담을 수 있는 트레이 등을 두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공간이라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커튼은 얇고 은은한 소재를 골랐다. 기존에 구입해둔, 하이메 아욘과 협업한 BD 바르셀로나(BD Barcelona) 소파 외에 소파 뒤편에 책을 수납할 수 있는 마르셀 반더스 디자인 스튜디오 모우이(MOOOI) 소파도 주문해둔 상태. 메인 소파를 들이면 거실 한쪽에 그에 어울리는 식물도 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천천히, 조금씩 그녀의 집은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공간에 가족의 취향과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좌)장식을 최소화한 침실. (우)모던 가구로 꾸민 서재.

“집을 꾸밀 때 남편과 의기투합이 잘되는 편입니다. 보통은 제가 구상한 것을 남편이 실현해줍니다. 그러면서 각자 바라는 점을 얘기하죠.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이 직접 꾸몄을 때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전문가가 아니기에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더라도, 손길이 직접 닿은 만큼 더 애정을 갖게 되니까요. 최근 이사하면서,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신중하게 공간을 꾸리다 보니 깨달은 점이 많아요. 인테리어 편집숍을 오픈하면서 점점 욕심을 부렸는데, 제 손길이 닿는 범주를 넘어서니 일일이 애정을 쏟을 수 없더라고요. 점점 형식적이고 평범한 인테리어 숍이 되는 것 같았어요. 다양한 브랜드를 넣어 모두가 만족하고 예뻐 보이는 인테리어 숍을 만들려고 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어요. 제 감성과 취향을 좋아하고 공유하는 이들이 반길 만한 숍을 꾸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입니다.” ‘좋아 보이는 것’은 단순하고 충동적 감각 이면에 치밀한 법칙과 공식이 존재한다고 흔히 얘기한다. 그것이 색이든, 디자인이든, 구조와 비율 혹은 그 무엇이든.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집, 주거에서만큼은 질서와 법칙이 끼어들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본의 한 건축가가 쓴 책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삶이 변하듯이 사람을 담는 공간인 집도 그와 함께 성장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담는 가장 작은 그릇으로서의 집, 공간에 대한 공감이 서린 집. 가족의 취향과 존중이 그대로 스민 오민수 대표의 공간은 유기체처럼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녀의 가족과 함께.

 

에디터 손지혜
사진 공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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