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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4

지금 당신이 궁금할 이슈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여러 이슈를 날카롭고 첨예하게 바라봤다.



타이거는 왜 한국에 오지 않을까?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 골프계에선 우즈가 참가하는 대회를 묶어 ‘타이거투어’라 부르곤 했다. 타이거 우즈가 나가는 대회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뜨거웠고, 나가지 않는 대회는 호랑이 없는 동물원처럼 싱거웠다. 타이거 투어는 PGA 투어보다 강력했다. 우즈는 메이저 대회, 월드 골프 챔피언십(WGC) 등은 꼭 참가했다. 대선배인 잭 니클라우스가 여는 메모리얼 등에도 나갔다. 그러나 나머지 대회는 경제적 가치로 결정했다. 뷰익 등 우즈 후원사가 스폰서인 대회와 유러피언 투어, 아시아 대회 등으로 참가 리스트를 채웠다. 유럽 대회에서는 대회당 초청료로 300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 당시 일반 PGA 투어 대회는 우승해봐야 상금 90만 달러였으니, 그럴 만했다. 일반 PGA 투어 대회는 우즈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우즈가 나오지 않아 문을 닫는 대회도 있었다. PGA 투어는 그런 우즈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슈퍼스타에게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10월 17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PGA 투어 대회 CJ컵에도 우즈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다음 주 일본에서 열리는 조조 챔피언십에는 출전한다. 한국 팬들은 서운해한다. 우즈는 왜 한국이 아닌 일본을 택한 걸까. 선수들이 참가 대회를 결정하는 로직은 간단하다. 출전권이 있다는 전제 아래 상금이 많은 대회가 우선순위다. 돈은 자석처럼 프로페셔널을 끌어당긴다. PGA 투어 대신 평균 상금이 절반에 불과한 유러피언 투어에 나갈 선수는 거의 없다. 총상금보다 더 많은 초청료를 받은 우즈를 제외하면 말이다. 두 번째 기준은 권위다. 메이저 대회라면 상금이 적어도 출전할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는 우승 상금도 가장 많은 대회이니 그런 고민은 할 필요도 없다. 선수의 선호도도 작용한다.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상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러피언 투어를 지켰다. 미국 PGA 투어에 나갔는데, 견디질 못했다. 미국-유럽 대항전인 라이더 컵에서 큰 활약을 한 그를 미국 팬들은 야유했다. 콜린 몽고메리, 리 웨스트우드 등도 비슷한 이유로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동했다.
PGA 투어는 공식적으로 초청료가 없다. 그 돈을 아예 상금에 넣는 것이 장기적으로 투어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CJ컵이든 조조 챔피언십이든 PGA투어이기에 공식적으로는 초청료를 줄 수 없다. 그러나 비공식적 방법은 있다. 경기 외에 다른 상업 활동을 해서 받는 돈은 규제할 수 없다. 우즈는 조조 챔피언십을 앞두고 대회장에서 이벤트 대회에 참가한다. 로리 매킬로이, 마쓰야마 히데키, 제이슨 데이와 함께다. CJ컵에서도 그런 이벤트를 열 수는 있다. 그러나 우즈에겐 어렵다. 같은 기간 우즈가 주최하는 타이거 잼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 젊은 시절 몸을 혹사한 우즈는 관절이 좋지 않다. 그는 “날이 추워지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월 말의 제주도 중산간은 그리 따뜻하진 않다. 아쉽지만 한국에서 그의 경기 모습을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성호준 중앙일보 골프 팀장. 네이버 보이는TV에서 ‘골프인사이드’를 방송한다. JTBC골프 LPGA 탐구생활을 진행하며 < 골프는 인생이다 > 등 저서가 있다.






요즘 차 디자인

주제를 잡은 뒤 한참 고민했다. 사실 요즘은 자동차 디자인을 두고 별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너나없이 떠드는 고급스러운 비율과 균형? 이미 유명 디자이너들이 20세기에 정립한 것이다. 몇몇 자동차 회사가 레트로(또는 뉴트로) 카드를 꺼내든 것이 좋은 증거다. 복고는 분야를 막론하고 정체기에 빠졌을 때 나온다. 자동차 디자인은 크리스 뱅글(BMW)의 세련된 면 처리와 발터 드 실바(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 이후 딱히 이렇다 할 큰 혁신 없이 흘러왔다.
사실 이런 정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 자동차업계는 전에 없던 큰 변화에 직면했다. 자동차에 관심없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 셰어링(또는 서비스)이다. 이 중 전동화와 자율주행은 자동차 디자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커다란 내연기관 엔진과 운전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바탕에 두고 봐야 한다.
미래적 자동차 디자인의 가능성은 테슬라가 증명했다. 사람들은 테슬라의 매끈한 앞모습과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열광했다. 하지만 전통적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현상을 지켜만 봤다. 그간 유지해온 디자인 기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계속 팔아야 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업체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전동화 시대의 디자인적 핵심은 테슬라의 구멍 막은 범퍼와 같은 것이 아니다. 보닛이 없는 단순한 차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차체로도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 이런 고민의 결과를 하나둘 반영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민의 결과는 자동차 회사마다 다르다. 그중 가장 대척점을 이룬 것이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다. 그들이 최근 출시한 GLE와 X5가 좋은 예다. 두 모델은 한때 방향이 비슷했다. 주제가 ‘도심형’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결이 확연히 다르다. 모델 성격이 아닌, 브랜드의 방향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판매를 견인하는 대표 모델들이니 당연한 처사다.
벤츠는 형태에 미래를 걸었다. 사람은 모든 사물의 형태를 반사된 빛으로 인식한다. 신형 GLE를 비롯한 최신 벤츠 모델은 차체가 조약돌처럼 매끈하게 떨어진다. 이런 형태는 명부에서 암부까지 빛을 단계적으로 쪼갠다. 마치 포토샵의 그러데이션처럼 말이다. 빛을 의도적으로 비틀지 않고, 형태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형 GLE에선 이런 느낌이 더 짙어졌다. 의미 없는 선이나 디테일을 찾아볼 수 없다. 앞뒤 램프마저 차체에 녹아든 것처럼 간결하다. 물론 이런 디자인은 자칫 차체가 작고 심심해 보일 수 있다. GLE 역시 그렇다. 하지만 벤츠는 비례로 이를 해결했다. 램프의 간격과 그린하우스 크기가 대표적이다. 이번 GLE는 테일램프 사이가 넓고, 옆 윈도에서 어깨로 떨어지는 선이 스포츠 쿠페처럼 튀어나와 있다.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과장된 양감이다. 바닥을 딛고 서 있는 자세도 짐작한 것보다 탄탄하다.
BMW는 정반대의 전략을 쓰고 있다. 입체감으로 승부한다. 신형 X5가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우고, 그릴 안쪽 핀의 날을 세운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앞 범퍼 하단을 장식한 유광 검정 패널이나 울퉁불퉁한 테일램프는 말할 것도 없다. 덕분에 인상이 이전보다 또렷해졌다. 앞 펜더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은 면을 드라마틱하게 나눈다. 라인 위쪽과 아래쪽의 빛이 확연히 달라 존재감이 넘친다. 이번 X5가 유독 크고 단단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BMW의 새 디자인 전략은 ‘스포츠’라는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따른 결과다. 이는 신형 X5의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령 와이드 모니터와 센터페시아가 운전석 쪽을 향하고 있다. 소위 ‘운전자 중심’의 실내다. 터치스크린을 쓰고도 아날로그 버튼 대부분을 남겨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BMW나 포르쉐같이 운동 성능을 핵심으로 하는 브랜드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직접 버튼을 누르는 경험이 운전 재미를 즐기는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디자인 비교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트렌드를 이끄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목표만큼은 같다. 전동화, 자율주행 시대에서도 브랜드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연기관 SUV 2대의 디자인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억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GLE와 X5의 디자인적 특징이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두 회사가 각각 선보인 컨셉카와 비슷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류민 자동차 칼럼니스트. 수동변속기와 전기모터 모두를 사랑하는 이중인격자다. 넓은 시각으로 핵심을 꿰뚫는 글을 쓰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19 KBO 머니볼

2003년부터 몇 년간 아마존닷컴의 경영학 부문 베스트셀러엔 항상 ‘머니볼’이라는 제목의 야구 서적이 순위에 올라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팀 중 하나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그보다 훨씬 돈이 많은 팀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면서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원인에 대한 책이었다. 머니볼은 ‘주먹구구식이 아닌 수학적으로 선수를 분석하고, 남들은 주목하지 않던 기법을 사용해 과소평가된 선수들을 데려오는 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경영법’을 부르는 단어가 되었다. 돈을 쓴 그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야구를 보는 사람들도 없어질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가면서, KBO리그에서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같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팀이 있는지, 어떤팀이 올해 ‘헛돈’을 가장 많이 썼는지 알아보자.
올해 가장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한 구단은 어디일까? 굳이 자료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야구 팬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1승을 거두기 위해 투자한 돈은 6778만 원, 꼴찌 롯데 자이언츠가 1승에 2억 1215만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효율을 보여줬다. 다른 구단처럼 모기업에서 넉넉한 지원을 받지 못함에도 키움은 효율적인 데이터팀 운영으로 각종 데이터 분석, 영상 분석 기법을 사용해 가성비가 좋은 팀을 만들어냈고,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올 시즌 MVP급 성적을 내고 있는 김하성은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에서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김하성의 올해 연봉은 3억2000만 원. 리그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 이대호 연봉에 비해 12.8%밖에 되지 않는다.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이정후에겐 프로야구 3년차 역대 최고 연봉(2억2000만 원)도 부족하다. 외국인 타자 중 연봉을 가장적게 받지만(50만 달러), WAR은 가장 높은 제리 샌즈도 키움이 프로야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팀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kt 위즈의 효율성도 돋보인다. 작년 신인왕 출신으로 2년 차 징크스가 무엇이냐는 듯 맹활약 중인 강백호의 연봉은 1억2000만 원에 불과하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이어 안정적 3선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배제성의 연봉은 프로야구 선수보다는 일반 직장인에 가까운 3100만원에 불과하다. kt 위즈도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는 말 그대로 뿌린 대로 거둔 팀이다. 리그 4・5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두 팀은 선수단 연봉 총액에선 5・6위, 1승당 순위에선 4・5위에 위치했다. 지난 오프 시즌의 최대어였던 양의지를 4년 125억 원의 계약으로 영입한 NC는 바로 꼴찌에서 탈출해 가을 야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NC처럼 투자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팀도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돈을 많이 쓴다고 꼭 성적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다. 90억 원 이상 돈을 쓴 기아 타이거즈는 플레이오프 경쟁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2017년 정규 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도 성적 부진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아도 롯데 자이언츠에 비하면 돈을 효율적으로 쓴 팀이다. 지난해 7위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 연봉 총액에서 유일하게 100억 원을 넘긴 롯데는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팀이다. 리그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이대호도 올해는 WAR 수치가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노쇠화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특출나진 않은 평범한 주전급 선수의 WAR은 2 내외. 올해의 이대호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평범한 주전급만큼도 활약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롯데에도 희망은 있다. 앞서 말했듯, 가장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한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는 모두 적극적으로 팀 운영에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9월 초 새롭게 취임한 성민규 단장은 “나는 데이터를 신봉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팀 운영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암시했다. 팬그래프, 디어슬레틱 등 미국에 세이버메트릭스 관련 글을 기고하던 김성민도 팀에 합류했다.
과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원조 머니볼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도 해내지 못한 우승을 키움 히어로즈는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내년엔 롯데 자이언츠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율적인 팀을 만들어 마침내 부산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팀이 될까? 프로야구를 스포츠가 아닌 비즈니스로 생각해보는 것도 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박성용 공놀이 덕후. 전생에 강아지였는지 공놀이는 이것저것 좋아한다. 현재 프로야구 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있다.






다이어트 콜라, 마실까 말까?

매년 가을이면 음식 관련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2014년 10월에는 우유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다. 다음 해 10월에는 가공육, 적색육이 발암 물질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몇 년 잠잠하다 싶더니 올 9월에는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면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지어 당분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경우보다 다이어트 콜라 그룹에서 조기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청량음료를 거의 안 마시는 사람(한 달에 1잔 미만)에 비해 당을 함유한 일반 청량음료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사람의 사망률은 8%가 높았다. 인공감미료를 함유한 청량음료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무려 26%가 높았다. 과체중과 비만을 피해보려고 콜라 대신 다이어트 콜라를 선택한 대가치고는 너무 비참한 결과가 아닌가. 하지만 낙담할 필요 없다. 음식과 사망률에 대한 이런 연구에는 뉴스가 말해주지 않은 맹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유럽 10개국에서 진행한 콜라 연구는 평균 16.4년 동안 45만 명을 대상으로 추적한 대규모 연구 결과지만, 어떤 음료를 얼마만큼 마시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는 처음에 단 한 번만 했다. 연구가 시작된 16년 전에는 콜라를 많이 마시던 사람이 지금은 적게 마실 경우나 그때는 적게 마시던 사람이 이제는 많이 마실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한때는 하루에 콜라를 5~6잔 마신 적도 있고, 다이어트 콜라를 퍼마신 적도 있으며, 청량음료 대신 과일 주스를 하루 3~4잔씩 마시기도 했던 나 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야 연구 결과에 신빙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특정 시점을 뚝 잘라내어 그 당시 식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이후 사망률을 추적하는 방식으로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그럼에도 음식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 수백 명의 사람을 반으로 나눠 영화 <올드 보이>에서처럼 감방에 가둔 다음 15년 동안 한쪽은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도록 하고, 나머지에게는 물만 마시도록 하는 식으로 조사하면 인과관계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대부분의 음식에 대한 연구는 그냥 긴 시간에 걸쳐 관찰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원래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 16년 전 그날 다이어트 콜라를 마신 것인지, 다이어트 콜라 속 인공감미료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의 이유로 당분보다 해로운 결과를 미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다이어트 콜라를 마셨으니 안심하고 더블 치즈버거에 프렌치프라이를 먹은 결과가 누적되어 사망률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에서 우유를 많이 마시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4년 뒤인 2018년 가을 캐나다 연구팀은 우유와 유제품을 많이 먹는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병률과 사망률이 적게 먹는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뉴스는 조용히 지나간다. 모두가 음식을 생각하는 가을이면 언론은 음식을 두렵게 하는 뉴스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쫄지’ 말자. 뉴스 하나에 일희일비하기에 하늘은 높고 맛봐야 할 음식은 너무 많다.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 식품 포장 뒷면의 깨알 정보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마트와 편의점, 노포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숨어 있는 요리와 먹기의 과학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는 < 정재훈의 식탐 >, <생각하는 식탁 >이 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소리와 건축

지하철이나 버스, 아니면 길에서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모습은 흔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복잡하고 요란한 현실에서 소리가 차단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복잡하고 요란한 도시에서 이어폰 대신 사회적으로 가질 수 있는 안락함은 없을까?
‘정숙함의 차이가 곧 고급스러움의 차이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달릴 때 소리를 줄이도록 진동과 차음에 신경 쓴 디자인은 안락함을 만든다. 자동차를 만들 때 문 닫히는 소리, 알림 소리 등을 디자인하는 것을 ‘사운드 디자인’이라고 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철도, 신호등, 정거장, 엘리베이터 등 작동하는 기계와 인간이 만나는 지점 어느 곳에나 있다. 너무나 자주 접하기에 우리는 이 소리에 무감각해졌다. 안전을 알리는 경고음은 다른 것보다 우선적으로 명료하게 들려야겠지만, 오직 알림만을 목적으로 신경질적 소리가 반복되면 고통스러운 순간이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심리적으로 멀어지고 생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장소가 된다. 우리가 알아챌 수 있으면서도 폭력적이지 않은 소리의 섬세함이 도시의 고급스러움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배려 없는 소리와 말은 소음이다. 이런 장소가 늘어나면 도시는 소음으로 뒤덮이고, 세상의 소음에 지쳐 멀어지면서, 소리에 대해 강박적 태도가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이어폰을 낀 채 거리를 걷게 되고, 세상의 다른 소리에도 무관심해진다.
‘건축가의 건축가’라 불리는 페터 춤토르는 집을 ‘내부와 주변의 삶을 담는 봉투이자 배경이며 바닥에 닿는 발자국의 리듬, 작업 집중도, 수면의 침묵을 담는 예민한 그릇’으로 표현했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잠자리에 누워 온전히 고요하고 집에서 가족의 걷는 소리가 들릴 때 ‘혼자가 아니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를 머금은 공간은 촉감과 동시에 청각으로 이어져 생기가 느껴진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시인 네루다가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으로 망명하면서 그의 우편물을 배달하는 마리오가 겪는 삶과 은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중 시간이 흘러 시인 네루다는 고국 칠레로 돌아가고 그 후 마리오는 그의 소식을 기다리다 네루다에게 보내기 위해 네루다가 남긴 녹음기에 섬의 아름다움을 기록한다. “선생님 저는 마리오입니다. 기억이 안 나실 수도 있지만, 제가 보내드리는 이 소리를 들으면 저와 이탈리아가 기억나실 겁니다.” 그는 섬 풍경을 사진기가 아닌, 녹음기에 담는다. 해변의 작은 파도 소리, 마리오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내리는 소리, 성당의 종소리를 녹음하고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들고 섬의 침묵을 녹음한다.
지금 우리 곁에도 밤하늘 침묵의 소리는 존재한다. 소리 전에 침묵이 있다. 침묵은 생명의 토양이고 소리는 생명의 새싹이다. 숨소리, 손짓과 발걸음 소리, 말소리 등이 쌓여 삶의 소리가 된다. 도시와 건축에서 잃어버린 소리를 찾는 일은 우리가 생명으로 살아가는 첫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대균 착착건축사무소 소장. 인문학을 바탕으로 보편적 세심함을 추구하는 것을 건축적 방향으로 삼고 오랜시간 함께할 수 있는 집을 그린다. 대표작으로 고령성당, 천주교서울대교구 역사관, 이상의 집 레노베이션 등이 있다.






이별과 SNS

일상에서 특별했던, 혹은 자랑하고 싶은 일을 마치 늘 있는 일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꼭 그래서 SNS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자신의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팔로어가 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관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사진, 게시글을 계속 올리기도 한다. 특히 연인, 부부, 아이들, 직장 동료 등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 다소 특별하다고 느낀,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에서든 공유하고 싶은 시간에 대한 기록을 올린다. 그런데 만약 사랑이 변하고, 친분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단절되어 과거의 시간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SNS 계정을 삭제하거나 비활성화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이 될까? 아니면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게시물만 모조리 삭제하면 될까? 만약 사람들이 게시물을 저장해 내가 삭제한 것과 상관없이 언제든 그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으니 보호되겠지’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단 다른 사람이 이 같은 정보를 얻는 방식에서 거짓이나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타인에게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또 개인정보를 ‘업무상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어떤 사건과 결부해 이슈화하고 그런 이슈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헤어지는 마당에 과거 정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폭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경우도 있다. 명예훼손, 모욕은 현행법에 따라 처벌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훼손된 명예가 회복되거나 이미 느낀 모욕감이 깨끗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사랑했던, 또는 친했던 사람들과 함께한 순간을 함께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순간 그 기억은 더 이상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변호사의 조언 없이 불쑥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적 표현을 썼다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음은 물론, 민사소송에서 위자료를 물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퇴사할 때도 남아 있는 다른 사원을 위하는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 문제시될 수 있고, 회사에 근무하는 특정 개인에 대한 내용인 경우 고소 사례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비밀 유지 의무 등 근로계약조항에 따라 민사적으로 분쟁이 될 수 있다.
탈무드에 “결혼할 때는 이혼까지 예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SNS에 올리는 나의 글과 사진이 훗날 그러한 인간관계가 악화되거나 단절되더라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대로 두라. 그러나 후회, 어색함, 지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 것 같다면 처음부터 SNS에 올리지 않는 것이 미래의 내게 더 좋을 수 있다. 과거 내가 올린 사진과 글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의 삶을 옥조일지 모르니 말이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 변호사. 대한민국 최초의 변호사 BJ로 법의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늘 새로운 분야에 목말라 있다. 점자 스마트워치 닷(Dot)을 비롯해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 자문을 도맡고 있다.

 

에디터 <노블레스 맨> 피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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