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지금 여기에 있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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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ATURE
  • 2019-11-01

미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특이점’을 말한 지 12년이 흘렀다. 5G와 사물인터넷(IoT), 로봇과 정보통신기술(ICT), 클라우드 컴퓨터, 3D 프린트까지 인류의 삶을 뒤바꿀 혁신적 기술은 지금 눈앞에 있다. 이미 우리는 특이점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우리가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그러나 급격하게 다음 세기로 워프(warp) 중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4차 산업 세상에 대한 단서를 엿봤다.

PART 1
스타트업, 세계는 지금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세계 곳곳의 스타트업.

스타트업(Start-up)이란 용어는 원래 컴퓨터가 부팅될 때 운영체제와 함께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일컫는다. 기존 산업의 틈바구니에서 사회의 기능과 효율을 높여주는 새로운 업체의 등장이 이와 흡사해 붙은 이름인 듯하다. 지금 스타트업이란 말엔 여러 의미가 내재돼 있다. 고위험, 고수익이란 부의 축적 기회와 우주여행이나 무인 주행 같은 인류의 꿈이 담겼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10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을 ‘유니콘’, ‘데카콘’으로 일컫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돈이 몰린다. 미국 벤처 투자 통계를 조사하는 피치북과 NVCA(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가 공개한 최근 자료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 약 147조 원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했다. 이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중국도 메가급 투자가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2분기에만 약 11조2000억 원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4조9150억 원을 투자(벤처스퀘어 ‘2018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했다. 이는 1990년대 벤처와 흡사하지만, 본질이 다르다. 기술 자체에 집중한 벤처와 달리 스타트업에 거는 기대는 세상을 뒤엎는 혁신이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현실 너머 이상에 투자하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어느 순간 기술은 인류의 예측보다 빨리 진화했다. 5G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클라우드 컴퓨터, 3D 프린트, 로봇까지 혁신적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 활용이 미미하다. 각각의 혁신과 잠재 가능성은 놀랍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유독 4차 산업에 ‘혁명’이란 수식이 붙는 것은 미래가 여전히 거대한 물음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스타트업 CEO들은 이 구슬을 어떻게 꿸지 시험 중인 몽상가이자 혁명가다. 물론 가이드는 있다.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할 것’. 최근 출간한 <미래는 오지 않는다>(저자 전치형, 홍성욱)에 기술된 것처럼, 지난 10년간 미래학자들의 예언은 동전 던지기만도 못 한 적중률을 보였다. 이는 기술이 사회 변화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기술 결정론’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국 기술의 앞날에 대한 예측은 실험실 밖에 존재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항상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것이 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앞으로의 스타트업은 기술 자체보다는 인문학에 기반을 두고 사람과 삶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몽상가들이 있다. 그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몽상가로부터 우리의 미래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CHECK ON, START UP!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의 결과물. 당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제품과 서비스가 차고 넘친다.


VULOG
스타트업 분야 중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것은 모빌리티다. 자동차와 스쿠터, 전기자전거, 킥보드 등 여러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는 네트워크와 핀테크, GPS 등과 결합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뷰로그는 이러한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자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 인터페이스, 차량 관리 소프트웨어는 물론 GPS 장치와 결제에 필요한 하드웨어까지 모두 턴 키로 제공한다. 현재 5개 대륙 25개 도시에서 뷰로그의 플랫폼이 쓰이고 있다. 자동차 사용자 조합인 BCAA(British Columbia Automobile Association)와 푸조-시트로앵 그룹, 폭스바겐 그룹, 다임러-벤츠 등이 뷰로그의 고객이다. 뷰로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 모빌리티의 발전 전망을 가장 포괄적으로 갖춘 기업이기 때문이다. 뷰로그는 모빌리티업체에 미래를 제시한다. 뷰로그는 기존 렌트 서비스의 한계로 지적되던 베이스 스테이션(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는 시스템)을 극복한 최초의 플랫폼이다. 차를 아무 곳에나 두고 떠날 수 있는 프리-플로팅 서비스인 오토리브(Autolib)를 개발했으며, 효율적 차량 배치와 분산을 위한 백엔드 시스템을 갖췄다.

VITIBOT
현대 농업은 친환경과 경제성이란 양립된 과제를 안고 있다.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는 유기농 방식은 노동 집약적이라 비용이 많이 든다. 비티봇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포도 재배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비티봇은 포도 재배(Viticulture)와 로봇(Robot)의 합성어다. 비티봇이 선보인 3호 프로토타입 ‘바쿠스(Bakus)’는 100% 전기로 운행하며 자율주행으로 움직인다. 이 로봇은 상파뉴 지방의 대형와이너리와 소형 독립 농가의 데이터를 축적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45도 경사를 오르내릴 수 있어 이동하는 데 제약이 적다. 포도밭 고랑 사이를 누비며 토양을 고르고 병충해나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농약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비용의 효율을 높인다.

PIGGYBEE
피기비는 불특정 다수와 협력적 운송 네트워크라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사용자 간 배송을 주선한다. 특히 여행 중 부업(?)으로 선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배송을 원하는 고객은 자신의 물품을 전달할 경로를 여행자로 선택해 물건을 맡긴다. 혹은 여행 중 자신의 물품을 직접 수령할 수도 있다. 피기비는 배송 업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대가를 돈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로 배송에 대한 팁을 받을 것인지는 배송인과 고객이 합의해 정할 수 있다. 음식은 물론 숙박, 교통수단, 문화 공연 티켓 등 종류도 다양하다.

MIRROR
미러는 말 그대로 거울을 사용해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52인치 거울은 내부에 모니터가 탑재돼 있고, 각종 피트니스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내재돼 있다. 즉 미러의 거울 자체가 디스플레이되어 강의를 받고 자신의 자세와 비교할 수 있다. 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유선상으로 트레이너가 유저의 자세를 확인하고 조언도 할 수 있다. 미러는 운동 머신이지만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이다. 이미 유명 호텔 체인 더 마크는 스위트룸에 미러를 설치했다. 얇은 패널이라 벽면이나 가구의 단면 등 어느 곳에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FISCALNOTE
피스컬노트는 AI로 정치를 읽는다. 미연방 50개 주 정부, 의회, 법원이 공개한 빅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가령 의회에 상정된 법안의 세부 내용과 후원자, 상・하원 의원의 과거 투표 성향을 분석해 법안 통과 확률을 내놓는다. 창업자 겸 CEO 팀 황(한국명 황태일)은 ‘피스컬노트의 예측도는 90% 이상’이라 자부한다. 피스컬노트는 주마다 제각각인 법령과 특정 주 법원의 지난 판결문까지 반영한다. 해당 법안의 의도와 통과 예측을 분석해 관련 기업, 시민 단체, 지역 주민들이 대처하도록 돕는다. 이미 우버와 존슨앤드존슨, 맥도널드 등 5000여 명의 고객이 피스컬노트의 구독자이며, 세계 60여 개국의 공공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LOLIWARE
지난해 친환경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건 ‘빨대’였다. 이미 유럽과 미국, 심지어 한국에서도 빨대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는 시작일 뿐 점차 분야를 넓혀나갈 것이다. 미국의 친환경 소재 연구 기업 롤리웨어가 선보인 식용 빨대는 미역을 활용했다. 해조류의 지방을 추출해 글리세롤을 분리하고 미생물과 지방산을 전환 효소로 반응시키면 중쇄카르복실산이라는 단량체가 형성된다. 이걸 이어 붙이면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이 완성된다. 미역 빨대는 생분해되도록 설계해 물속에서 몇주 만에 분해된다. 특히 100% 식품 등급 재료로 만들어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다. 18시간 연속 사용할 수 있어 종이 빨대에 비해 내구성도 강하다.


 



PART 2
21세기적 체어맨
새로운 미래를 여는 건 늘 기본과 상식을 다르게 바라보는 이들의 몫이었다. 여기, 미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발칙한 괴짜 7명이 있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20세기 모더니즘 거장의 의자에 앉은 스타트업 대표 7인에게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 그리고 치열한 지금에 대해 물었다.



그레이 코트 Dior Men, 데님 트러커재킷 Calvin Klein Jeans, 데님 셀비지 팬츠 Levi’s, 블랙 레이스업 부츠 Alexander McQueen, 그레이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티스트이자 건축가, 디자이너인 스테판 베베카와 협업한 B1 체어 hpix, 붉은 색 실크 카페트 Hanil Carpet.


손창현 공간 편집을 스토리텔링하다, Otd Corporation
아마존은 오프라인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페이스북은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마트에 가는 대신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책을 소유하는 대신 앱으로 구독해 읽는 세대에게 오티디 코퍼레이션 손창현 대표 역시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말을 건다. 소규모 상인을 모아 여는 시장 ‘띵굴마켓’에 5만 명의 인파가 몰리고, 큐레이션 서점 아크앤북과 복합 문화 공간 성수연방이 SNS를 도배하며 힙스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 결과다. 전국의 맛집을 골라 편집하고 쇼핑몰에 넣는 ‘셀렉트 다이닝’으로 시작한 오티디 코퍼레이션은 거대한 유통사 몇몇이 ‘갑’이던 유통 상권의 판도를 바꿨다.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의 힘은 결국 ‘콘텐츠’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까닭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주목받을 만큼 빠르게 성공했지만, 의외로 실패도 빨랐다.
“지역적 특수성을 깊이 고려하지 못하고 건대의 모델을 홍대에 옮긴 셀렉트 다이닝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실패를 맛본 건 오히려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추구하는 오프라인의 가치는 똑같이 카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오프라인의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지만 온라인과의 유기적 결합도 실험 과제다. 두 달 전에는 띵굴마켓의 온라인 몰을 런칭했다. 조만간 띵굴마켓에 참여하는 500여 개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잡지 <일생품>도 창간할 계획이다. 현재 손창현 대표는 또다시 눈을 돌려 세계적 건축의 흐름인 ‘심리스(Seamless)’에 주목하고 있다. “심리스는 말 그대로 ‘경계가 없는’, ‘부유하는’이란 뜻이다. 식당에서 밥만 먹고, 패션 매장에서 쇼핑만 하는 게 아니라 목적이 완전히 열려 있는 거다. 패션, 뷰티, 다이닝,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서로 경계 없이 흘러가듯 구성되는 것. 백화점과는 정반대 개념이다. 점점 많은 공간이 이렇게 변모할 것이다.”
오티디 코퍼레이션은 현재 할인점 안에 심리스의 하나인 밥먹는 서점 컨셉의 ‘북앤다이닝’을 오픈할 예정이다. LA 등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업무 공간과 문화 공간을 융・복합한 공간도 점차 실험해보고자 한다.





브라운 패턴 코트 Dunhill, 머스터드 컬러 셔츠와 아이보리색 터틀넥 니트 Ermenegildo Zegna XXX, 브라운 부츠 Ermenegildo Zegna, 블랙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소재 마르셀 브로이어의 D4 체어 hpix.

김대현 효율을 위한 업무 협업 툴, Tosslab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업무 환경의 변화가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주 52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할 수 없다고? 그럼 그 많은 일은 어떻게 처리하지? 결론은 단순히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같은 시간에 누가 더 높은 효율을 이루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4년 전 런칭 후 국내 업무 협업 툴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토스랩의 ‘잔디’에는 또 다른 기회다. “현대사회에서 혁신의 가치는 효율성이다. 우리는 콘텐츠와 정보는 다양하지만 그것을 모두 습득하기에는 시간적・물리적으로 제한된 환경에 살고 있다. 어떤 혁신을 통해 개인 업무와 팀에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것인가가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토스랩의 업무 협업 툴 서비스는 쉽게 말하면 카카오톡 등 메신저의 업무 버전에 가깝다. 영미권을 지배하는 업무 협업 툴 슬랙의 성공과 사스(SAS, 통계 프로그램 패키지)의 성장세를 지켜보던 김대현 대표는 아시아권에 로컬라이징한 업무 협업 툴 잔디를 고안했다. 아시아 유저에게 익숙한 카카오톡, 라인, 위챗 등 UX를 준용해 사용을 간편하게 하는 한편, 할일 관리, 조직도, 토픽 폴더링 등 협업의 필수 요소를 빌트인 기능으로 제공한다. 스마트 기기에서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PC, 모바일, 태블릿 등 디바이스에서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을 채택했다. 직원이 퇴사 등으로 이탈 시에도 메신저에 공유하던 대화 내용과 자료를 제어할 수 없던 기존 메신저의 보안 취약점도 보완했다. 반대로, 새로 입사한 직원도 기존 직원 간 업무 대화를 열람할 수 있어 적응 시간을 단축한다. 잔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잔디 이용 후 대면 미팅이 30% 이상 줄었고, 이메일 사용은 8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회사 단위 업무보다는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가 많이 생겨나고, 소속이 어디든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람이 모여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점점 메신저가 힘을 더해갈 것이다. 김대현 대표는 한국 시장점유율 1위를 넘어 아시아 시장 넘버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라운 가죽 퀼팅 쇼트 재킷과 카키색 코듀로이 팬츠 Ermenegildo Zegna, 베이지색 터틀넥 니트 Ralph Lauren, 브라운 첼시 부츠 S.T. Dupont, 골드 프레임 안경 Stealer. 근대건축의 개척자 미스 반데어로에의 D42 암체어 hpix.

이세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매칭 애플리케이션, Crush Palette
우리는 네트워크라는 무한의 바다에 산다.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제한이 삭제된 이곳에선 오프라인이 옵션이 되고 만남은 가상 공간 속 익명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불완전한 시스템과 부정적 이미지로 인터넷 매칭 서비스는 대중화를 이루지 못했다. 크러쉬 팔레트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후(Whooo)’는 이러한 한계를 메운다. 시작은 블록체인이었다.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은 개발자 이세진 대표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블록체인은 인터넷 보안의 취약점을 해결할 솔루션이다. 일상과 맞닿은 활용에 대해 고민하던 중 ‘매칭’을 떠올렸다. 두 가지를 접목하면 획기적 서비스가 탄생할 거라 생각했다.” 이세진 대표는 NHN 재팬 BI(Business Intelligence) 실장을 역임하며 일본의 매칭 앱이 음지에서 양성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한국, 나아가 세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건 콘텐츠였다. 후는 공간을 매개로 한 매칭 서비스란 독특한 컨셉의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용자가 자신이 머문 특정 공간에서 ‘홀씨’를 날리면 다른 유저가 이를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상대 유저의 프로필을 볼 수 있다. “후는 공간 경험에 대한 공유로 관계를 시작한다. 공간은 결국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다.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대화를 시작하니 공감대 형성이 자연스럽다.” 후는 여성 유저가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블록체인으로 해킹과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진입 허들을 높여 매칭 앱의 불안 요소를 줄였다. 이는 여성을 위한 서비스를 10년 동안 연구한 이세진 대표의 섬세한 설계다. “후는 단순한 만남까지가 아닌 결실 이후까지 유저와 함께할 수 있는 소셜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연스러운 매개 커뮤니케이션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아이보리색 터틀넥 스웨터 Boss Men, 네이비 코듀로이 팬츠 Dunhill, 블랙 버클 더비 슈즈 Prada, 안경 Kivuli. 해부학적 관점에서 출발한 다니엘 로르히 스플리트 체어 hpix, 베이지 컬러 러그 Hanil Carpet.

김종윤 AI를 통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Scatterlab
대화의 기술은 시대를 관통하는 모든 인류의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스캐터랩의 존재 가치이자 변치 않는 고민은 바로 이것이다. 한데 사업 9년 차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한 번도 창업하려 한 적이 없다. “대학 시절 과제로 ‘카카오톡 대화를 통한 심리 분석’을 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로 끝내기 아쉬운 과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고, 창업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얼떨결에 창업하게 된 것. 그때 만든 감정 분석 앱 텍스트잇은 연애 매니징 서비스 진저로, 그리고 현재 주력 사업인 연애의 과학으로 발전했다.” 의미 있는 것을 기획하고 만드는 재미가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현재 스캐터랩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자유로운 일상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 핑퐁, 그리고 다양한 심리학 논문을 비롯해 연애에 도움 되는 실질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연애의 과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 거기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딥 러닝’ 기술이 태동한 이래 AI는 그동안 기계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해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일상 대화. 텍스트잇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쌓아온 방대한 일상 대화 데이터를 축적한 스캐터랩은 당연히 이 분야에서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소프트뱅크로부터 50억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구글 시리, 카카오 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도 일상 대화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협업 중이다. 핑퐁은 내년 2분기를 목표로 B2C 형태의 AI를 공개하기 위해 현재 매진 중이다. 그것이 챗봇 형태가 될지, 인공지능 스피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의 인공지능 패러다임은 1970년대, 1980년대에 이어 세 번째 유행이다. 전처럼 유행으로 끝날지 스마트폰처럼 인간의 삶을 바꿀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하다 보니 조금씩 확신이 생긴다. 전에는 풀 수 없는 것들이 좋은 방식으로 풀려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깊은 애착이 쌓일 수 있는 수준으로 대화를 가능케 해 반려동물을 대체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네이비 패턴 스웨터 Alexander McQueen by Mue, 브라운 스웨이드 레이스업 부츠 Tod’s,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바우하우스 설립자 발터 그로피우스가 디자인한 F51 암체어 hpix.

최정이 공유 주방으로 식문화 업그레이드, Ghost Kitchen
“아마 우리 부모님이 밥을 지어 먹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식(食)은 점차 상업화될 것이다. 배달 음식은 그 중심에서 진화할 거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유 주방 ‘고스트키친’을 운영하는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는 지금이 식문화의 변곡점이라 말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정보의 거대화, 5G 상용화 세상에서 먹거리는 더욱 간편해지고 전문화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배달 음식에서 미국과 중국을 잇는 커다란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요식업체 오너의 다수가 개인이다. 사업체를 열기 위해선 공간과 설비가 필요하다. 거기에 목 좋은 자리에 붙는 권리금도 있다. 이런 부대비용과 운영의 효율을 덜어주는 것이 공유 주방이다.” 고스트키친은 입주자에게 풀 옵션 주방을 임대한다. 일정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납입하면 원하는 만큼 주방을 이용할 수 있다. 진입 허들을 낮춰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현재 강남과 송파 두 곳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정이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민수산과 배민키친 서비스 런칭을 주도했다. 주로 IR(Investor Relations) 업무를 맡아 투자를 유치했다. 자연스레 자영업자의 현실을 마주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국내 요식업체의 평균 임대 기간이 2.5년이다. 그때마다 설비와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한다. 그 막대한 손실을 줄이고 오직 음식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고스트키친은 주방 임대 외 사업주를 위한 원스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주문 접수부터 결제, 음식이 배달될 수 있도록 배달업체와도 연계한다. 최근 유치한 투자금 92억 원의 상당수를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에 투입해 전 과정의 IT화,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자체 IT 솔루션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데이터 사이언스팀의 분석을 기반으로 메뉴 개발, 마케팅, 광고, 디자인 등 필요한 각종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것이다. “먼저 지점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40개 지점이면 서울의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을 거라 본다. 궁극적으론 입주한 사업주들이 행복한 F&B 솔루션 기업이 되고 싶다.”





그레이 체크 코트 Wooyoungmi, 셀비지 데님 팬츠 Levi’s, 블랙 레이스업 부츠 Dior Men, 안경 Kivuli. 마르셀 브로이어의 강철관 라운지체어 D4 체어 hpix, 실크 소재 러그 Hanil Carpet.

송재철 ICT 기반의 도심 거점 5G 배송 플랫폼, NowPick
한국은 유통 국가다. 세계 어느 곳보다 물류와 배송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다. 특히 ‘로켓 배송’, ‘새벽 배송’ 같은 서비스는 유럽이나 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스피드로 이뤄진다. 그러나 21세기 도시의 삶은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송재철 대표가 운영 중인 나우픽은 5G를 지향한다. 나우픽은 주문 30분 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필품부터 신선식품, 전자 기기, 심지어 주얼리까지 3000여 제품을 취급한다. “이 사업의 형태는 간단하다. 기존 서비스보다 시간을 당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품 구비와 물류, 배송을 모두 전산화해야 한다. 속도와 정확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송재철 대표는 15년간 몸담은 이러닝 서비스 개발자와 중국에서 유통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을 묶어 나우픽을 런칭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주문과 창고 재고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제품 구비 등 플랫폼을 완성했다. 현재 역삼동과 송파구, 화곡동 세 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고객 1명당 월평균 3.5회의 이용률을 보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구매 패턴과 품목이 변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형 벌크 제품보다는 다품종 소량 상품이 인기가 많다.” 생필품인 생수부터 유제품, 신선식품 등을 필요할 때마다 즉각 주문해 받아볼 수 있으니 보관의 부담도 적다. 구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초스피드 플랫폼인 셈이다. “비즈니스 특성상 최저가를 지향하진 않지만 구매를 위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효율적이다. 조만간 서울 전 지역으로 거점을 넓힐 예정이며, 배송 기사의 직접 고용 형태도 고려 중이다.” 구매 즉시 상품을 받으려는 수요가 증가하며 파트너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띵동’을 비롯해 최근 ‘요기요’와 ‘쿠팡이츠’ 등과도 서비스를 제휴 중이다.






카키색 코듀로이 재킷 Man on the Boon, 브라운 스웨이드 첼시 부츠 Ralph Lauren, 그린 체크 셔츠와 롤업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어로 활용할 수 있는 건축가 올레 쉬줄의(Ole Schjøll) 스툴 hpix, 베이지 카페트 Hanil Carpet.

김형산 DB로 만드는 만인의 모빌리티, Swing Mobility
“생활의 필수 요소에 ‘의’, ‘식’, ‘주’ 그리고 한 가지를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바로 ‘행(行)’이다. 인류 역사상 이동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했다. 문제는 공급이었다.” 스윙 모빌리티 대표 김형산은 ‘이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말한다. 삶의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거점이나 가격 등으로 누리지 못하는 불균형이 못마땅했다. 그러다 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파리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 ‘벨리브’를 만났다. “획기적이었다. 운행 루트의 제약이 적고 저렴했다. 요즘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라스트 마일용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건 새로운 수단의 발견이자 라이프스타일의 확대다.” 졸업 이후 근무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소프트뱅크’ 등에서도 주로 모빌리티 관련 부서에 몸담으며 업계의 생태 그리고 한계를 깨달았다. 그때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떠올랐다. “한국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북미나 유럽에 비해 한발 늦었다. 하지만 어느 곳보다 빠르고 새로운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래서 2018년 12월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 스윙이 탄생했다. 회사 설립 직후 300대였던 킥보드는 현재 750대가 됐다. 주로 강남에 밀집된 다른 업체와 달리 성수동과 관악구, 회기동 같은 20대 유저가 많은 곳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테스트 당시 20대가 압도적 사용률을 보이는 걸 확인했다. 이건 한국의 특징이기도 한데, 주요 고객이 밀집한 곳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스윙의 킥보드와 시스템은 여타 업체와 다르다. ‘힙한 감성’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마일리지 제도 도입, 기본료 삭감 등 업계에서 유일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모두 자사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내린 결정이다. “운영만큼 중요한 건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이용 패턴과 니즈를 매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스윙의 최종 목표는 ‘차 없이도 행복한 도시’다. 이걸 위해 킥보드 외 다양한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는 형태의 모빌리티,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에디터 <노블레스 맨>피쳐팀
스타일링 권수현(msg seoul)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어시스턴트 장체라, 여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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