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상륙한 요즘 남자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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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6

서울에 상륙한 요즘 남자

요즘 남성들은 전 세대와 달리 자신을 표현하고 치장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게다가 디테일에도 주목한다. 남성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는 에르메스가 서울에서 최초로 남성복 패션쇼를 개최했다. 11월 4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가을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들만의 ‘남성상’을 펼쳐 보였다.

패션쇼가 열린 서울시립미술관 전경.

‘요즘 남자’라는 말은 모순되게도 어느 시대나 존재했다. 구한말에는 ‘모던 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등 1960~1970년대 산업화에 몰두해 남성의 패션이 도외시되었다고 여겨지던 당시에도 자유를 갈망하는 ‘히피 룩’이 존재했듯이, 그 시대에는 늘 전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요즘 남자’가 있었다.




2019년 F/W 남성 컬렉션.

21세기 초반을 지난 오늘날, 남자는 어떤 모습일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개성을 추구하며 품질과 디테일에 집중한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다른 나라 남성의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이를 응용하기도 어렵지 않다. 외모만으로 개인이 판단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외모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고 자유롭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 많은 남성이 추구하는 현상이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 마련된 슈트 보드.

프레스티지 브랜드의 총아라 여겨지는 에르메스가 서울에서 해외 럭셔리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남성복 쇼를 열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며 쇼 직전에야 패션쇼 장소를 공개하고, 전문 모델과 함께 국내의 일반 남성을 모델로 세운 것만으로 이 쇼를 평가할 수는 없다. 에르메스의 남성복은 고급스럽다는 의미를 재발견하게 했고, 이는 ‘요즘 남성’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행사에 참석한 셀레브러티.

Walk the Line, 가을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에서 공공장소를 패션쇼 무대로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유적지나 미술관 등 공공장소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공익 목적이 우선시되기에 개인이나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공공장소에서 행사가 열리면 흥미로움과 기대감은 배가된다. 에르메스가 패션쇼장을 쇼 직전에야 알려주었기에 장소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장소를 알게 된 후에는 브랜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공간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초입부터 고객을 안내하는 오렌지 불빛은 단순하지만 세련되게 패션쇼장으로 인도해 제법 쌀쌀한 계절이지만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19년 F/W 컬렉션은 부드러우면서도 간결한 직선과 곡선 디자인, 감각적이면서 클래식한 소재, 미드나이트블루.프러시안블루.세이지.번트 오렌지.애시 레드.차콜.터쿼이즈.번트 브라운.브라이트 그린과 블랙이라는 감각적이며 오묘한 컬러가 어우러져 멋 좀 낸다는 남성의 취향을 저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019년 F/W 남성 컬렉션.

커다란 커브 형태 스트라이프 패턴과 방수 처리한 양가죽에 에르메스가 개발한 ‘뚜알오벤’ 소재로 라이닝을 마감한 오버 셔츠, 지퍼 달린 스웨트셔츠, 짧은 피코트, 레인코트, 바랜 듯한 송아지 가죽 탭 장식이 달린 넉넉한 플리츠 팬츠, 가죽 장식의 방수 처리한 더블페이스 캐시미어 더블브레스트 코트, 엑스 리브리스 드래건 문양 버튼이 달린 울 플란넬 핀스트라이프 더블브레스트 슈트와 스리 버튼 슈트, 꼬임 모티브가 돋보이는 180수 울 터틀넥 풀오버 등은 언뜻 심플해 보이지만 위트 있는 디테일과 에르메스만의 소재가 돋보였다.





1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는 에르메스 남성의 다양한 아이템을 전시했다.

특히 지난봄에 열린 런던 쇼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 셀레브러티를 초청해 무대에 세운 점이 인상적이었다. 영원한 올림픽 스타 박태환, 시니컬한 표정의 보컬리스트 장기하, 시크한 걸음걸이의 사진가 홍장현, 귀엽고 어색한 미소가 매력적인 가수 헨리, 다소 긴장한 셰프 샘킴, 본업으로 돌아간 듯한 배우 유지태의 워킹은 관람객의 폭발적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2 에르메스 코리아 한승헌 사장, 베로니크 니샤니앙, 에르메스 그룹 부회장 플로리앙 크랭과 에르메스 그룹 부회장 윌프리드 게랑(왼쪽부터).

쇼가 끝난 뒤 관객은 1층에 마련한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에서 쇼의 여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27개의 조각을 찾아 맞춤 셔츠를 완성하는 보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소개하는 슈즈 컬렉션, 본점이 위치한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 24번가로 안내하는 가상현실 애니메이션, 바람에 흔들리는 실크 컬렉션, DJ 공연과 맛있는 음식까지. 에르메스 남성의 모든 것을 펼쳐놓은 곳에서 남성들은 황홀해했고, 여성들은 시샘했다.





2019년 F/W 남성 컬렉션.






베로니크 니샤니앙.

Men’s World by Véronique Nichanian
에르메스 남성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이번이 세 번째 서울 방문이라고 했다. 1988년부터 에르메스 남성복을 진두지휘하는 베로니크 니샤니앙에게 ‘에르메스 남성복’과 ‘남성’에 대해 물었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정동길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베로니크는 느긋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벌써 세 번째 한국 방문입니다. 한국 남성의 인상은 어땠나요?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며 특별합니다. 한국 남성은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아방가르드하며, 개방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대할 때마다 흥미를 느끼곤 하죠.

이번 쇼가 무척 기대됩니다. 쇼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단순한 패션쇼가 아닌 에르메스의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친구, 고객이 어우러지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옷뿐 아니라 실크, 신발, 액세서리, 가죽, 가방 분야를 모두 책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든 분야를 알 수 없기에 에르메스 남성의 유니버스를 전반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보여줄 예정입니다.

에르메스 맨의 유니버스(Herme‵s Men’s Universe)를 관통하는 특별한 철학이 있나요?
‘창조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대에 따라 움직이는 혁신적 장인정신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네요.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노하우를 발전시키는 것, 예를 들면 저는 다양한 천연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데 가죽이나 캐시미어, 면 등과 네오프렌 같은 기술이 결합된 소재를 융합한 옷을 디자인합니다.

에르메스 남성복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듯합니다. 입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디테일요.
디테일은 옷에 유니크함을 부여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나이를 불문하고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옷을 찾을 때 가장 기쁩니다. 필요한 주머니가 있고 착용했을 때 편안한, 각자의 색깔에 맞는 그런 옷은 오랫동안 간직하게 되죠. 옷을 디자인할 때 장기적으로는 품질, 소재의 개발.연구를 하고 단기적으로는 계절성 등을 고려합니다. 그러나 모든 디자인에는 품질과 공들인 작업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매 시즌 다르지만, 에르메스 남성 컬렉션은 중심에 흐르는 ‘일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컬렉션과 컬렉션은 서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뚜알오벤’이라는 소재는 몇 년 전 개발했는데, 계절마다 이 패브릭을 볼 수 있습니다. 가죽을 덧대는 등 다양한 응용을 통해 선보이는 거죠. 무엇보다 아름다운 소재, 높은 퀄리티, 섬세한 디테일이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화두입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어릴 적인 1970~1980년대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였죠.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낭비를 꺼리며,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해 사용합니다. 이는 에르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르메스는 정직한 소재, 장인정신, 수작업을 유지하며 의미와 윤리성을 추구합니다. 에르메스의 가치는 젊은 세대와 함께 풀어나갈 방정식이기도 합니다.

남성을 관찰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의 하나겠죠?
매우 즐거운 업무입니다. 저는 남편에게 “남성을 보고 있지만 일 때문에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웃음) 남성과 여성의 기본 삶의 니즈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성복에 관능성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남성에게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지만, 남성도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시선으로 관찰하지만, 남성을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좀 더 관능적으로 보이는 옷을 추천하죠.

이전의 남성과 요즘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요?
예전 남성에 비해 표현을 잘한다는 점이 큰 차이인데, 미디어와 스포츠가 크게 기여했죠. 특히 소재와 컬러 면에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남성의 삶에 밝은 색상이 추가된 셈이죠. 강렬한 레드 조깅복을 입거나 옐로 또는 블루 컬러 스웨터를 입기 시작했으며, 이를 당연시하게 됐습니다. 요즘 남성은 스스로 옷을 구매하고 스타일링합니다.

오랫동안 에르메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도록 에르메스가 배려해준 덕분입니다. 럭셔리는 마케팅이나 가격,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것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르메스와 저는 행복한 결혼을 한 것과 같습니다. 저와 에르메스는 여행을 좋아하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공통점도 있죠. 결혼이 성공적인 이유는 추구하는 가치가 같기 때문이 아닐까요.

 

에디터 이윤정(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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