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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8

보는 방법이 진리를 전할지니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 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외관.

지난 10월 30일 저녁, 청담동에 들어선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셀레브러티와 게스트가 몰려들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과 피터 마리노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우면서도 트렌디한 메종의 분위기가 압권이었지만, 관람객의 시선이 머문 건 바로 메종 4층에 들어선 갤러리 공간,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Espace Louis Vuitton Seoul)이었다. 이 중요한 장소에서 열린 개관전은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이 자신들의 소장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 프로젝트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의 일환으로, 스위스 출신 작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가 주인공이다.
자코메티는 20세기의 대표적 예술가다. 1901년생인 그는 다양한 작품으로 19세기 근대사회가 20세기 현대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30대 무렵부터 초현실주의 작가 그룹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1935년부터는 초현실적 조각 형식을 벗어나 인물 모델 탐구에 오롯이 전념해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을 작품에 담아냈다. 1950년대엔 인물 조각의 몸이 점점 더 얇아지고 위태로운 존재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선만 남게 된다.
한데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왜 자코메티를 선택했을까?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자코메티의 열정을 떠올리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자코메티가 평생 추구해온 이러한 삶의 태도와 가치는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이 추구하는 바와도 맞닿아 있다. 프랑스 시인 장 주네(Jean Genet)는 “자코메티의 조각이 아름다운 이유는 가장 멀리 떨어진 것과 가장 익숙한 것 사이를 멈추지 않고 탐색하는 데 있다”고 했다. 정리하면,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제각기 다르게 다가올 다감각의 공간, 바로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1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전시 전경.
2 베네치아의 여인 III(Femme de Venise III), Patinated Bronze, Susse Foundry(Cast of 1957, ed. 2/6) 118.7×17.9×35.2cm, 1956
3 남자 두상(Buste D’homme) (Lotar II), Bronze, Susse Foundry(Cast of 1969, ed. 1/8), 57.8×37.2×25cm, 1964~1965, Exhibition View at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2018)
4 걸어가는 세 남자(Trois Hommes Qui Marchent), Bronze with Dark Brown Patina, Alexis Rudier Foundry(Cast of 1952), 71.1×40.1×41.5cm, 1948

서울에서 선보이는 총 8점의 작품 중 ‘걸어가는 세 남자(Trois Hommes Qui Marchent)’, ‘키가 큰 여인 II(Grande Femme II)’, ‘베네치아의 여인 III(Femme de Venise III)’ 등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은 지극히 자코메티답다. 흔히 조각에 대해 말할 때 쓰는 ‘매스(덩어리)’나 ‘구조’ 등의 개념으론 당최 파악하기도 어려운 가볍고 왜소한 조각들이다.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그의 조각은 오히려 삶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전시 작품 중 하나인 ‘장대 위의 두상(Tete sur Tige)’도 그렇다. 그는 평생 인물 두상에 집중했는데, 그건 그가 인간의 머리와 눈빛이 ‘생명력의 근원지’이자 생각의 ‘본질’을 담는 주제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시적인가. 그러니 그의 작품 앞에 서서 더는 외롭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실제로 선사시대와 고대 이집트, 수메르, 고대 그리스 등을 언급함으로써 불안과 고독의 역사를 더 깊이 파고들어간 인물이다. 인간은 애초부터 외롭고 쓸쓸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코메티의 작품 앞에서 ‘고독’보다도 집요한 작가의 ‘시선’에 더 집중할 수 있는지 모른다. 가늘지만 응축되어 있는 듯한 조각 앞에서, 자코메티가 어떻게 인간을 관찰했는지는 선명히 드러난다. 자코메티는 생전 “예술도 좋아하지만 진리에 더 관심이 많다”는 말을 자주 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자코메티에게 예술은 진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예술과 진리를 합친 게 그의 작품이고, 예술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자코메티의 평생 과업이었다. ‘보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우리는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자코메티는 믿었다. 모두에게 열려 있으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의 첫 전시 작가가 자코메티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 놀랍다. 전시는 2020년 1월 19일까지 열린다.
문의 02-3432-1854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이영균(프리랜서)   사진 제공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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