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의 여배우들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20-02-27

뮤지컬 <드라큘라>의 여배우들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드라큘라>의 배우 조정은, 임혜영, 린지.

왼쪽부터_ 조정은이 입은 니트 톱과 스커트 Ports 1961, 린지(임민지)가 걸친 재킷 Hugo Boss, 임혜영의 레드 재킷과 스커트 Fendi.




블랙과 화이트가 어우러진 재킷 Racil, 화이트 셔츠 Jain Song, 와이드 팬츠 Polo Ralph Lauren, 블랙 앵클부츠 Aquazzura, 이어링 Ports 1961.

매 순간 다른, 임혜영
드라큘라의 연인 엘리자벳사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400년 후 미나라는 이름으로 드라큘라와 재회하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그에게 이상한 끌림을 느낀다. 임혜영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면서도 혼란한 미나를 표현하는 데 그리 많은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지그시 눈을 감거나 고개를 살짝 드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인터뷰에서도 하고픈 말을 진중하게 읊는 임혜영을 보며 그녀의 애칭 ‘소녀’와 ‘뮤지컬계의 신데렐라’는 턱없이 부족한 표현임을 느꼈다. 체코 버전 <드라큘라> 앙상블로 데뷔해 브로드웨이 버전 <드라큘라> 주연으로 거듭나기까지 성장을 갈망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생각도, 걱정도 많아 막이 오르기 전까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두려움과 맞서 싸웠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이 페어 레이디> 주연 오디션을 봤어요. 공연과 오디션을 병행하느라 정말 힘들었지만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버텼죠. 그때는 오디션이 가장 큰 산 같았는데, 그 뒤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더라고요. 그래도 무대 위에 오르면 모든 것이 씻겨나간 듯 행복하죠.”
임혜영은 뮤지컬의 여러 요소 중 연기에 흥미를 느낀단다. 그러고는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서”라는 약간은 의아한 이유를 덧붙였다. “훈련하듯 노래를 배워서 그런지 연기는 자유롭게 알길 원했어요. 학습에는 공식이 있잖아요. 연기가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저를 보여주는 일에 그 어떤 제약도 두고 싶지 않았죠. 쓴소리도 들었지만 그래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여전히 그래요.” 이렇게 연차를 쌓아서 그런지 연기가 깊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 요즘이다. 하지만 임혜영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동안 라이징 스타란 말이 따라다녔는데 어느덧 연륜이란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었어요. 나이가 들면 성장도 멈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성장은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어울리는 단어죠. 물론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계를 극복하고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영원하죠. 아직 시들 때는 아닌 것 같아요.”




블랙 톱과 스커트 모두 Leha, 네크리스 Ports 1961.

진실하고 성실한, 린지(임민지)
어릴 적부터 그저 노래가 좋았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거나 하염없이 듣기만 해도 마냥 행복했다. 지금 뮤지컬 배우가 된 것도 노래 덕분이라며 린지는 수줍게 웃었다. “음악이 좋아서 진학한 예술고등학교에서 뮤지컬을 만났어요. 푹 빠졌죠. 수업이 끝나는 대로 대학로에 찾아가 공연을 보곤 했어요.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꿈을 키운 것도 그때부터죠.” 그녀에게 뮤지컬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장르였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작은 역할을 하나둘 맡으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다. <하이 스쿨 뮤지컬>의 쾌활한 고등학생 샤페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영웅>의 설희, 첫사랑의 풋풋함을 간직한 <광화문 연가>의 젊은 수아 등 장르를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소화해왔다. 스스로 연기에 만족할 때까지, 원하는 음색이 나올 때까지 수없이 연습하고 자기 자신을 탐구했다. 운명적 사랑 드라큘라와 헌신적 사랑 조나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나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에 어렵지 않게 포즈를 잡은 것도 그동안 기초를 탄탄히 다져왔기 때문이다. “연구를 정말 많이 하시나 봐요. 금세 몰입하시네요”라는 말에 놀란 듯 눈을 한층 동그랗게 뜬다. “제 생각에 저는 노력형인 것 같아요. 배역과 관련한 모든 것에 오감을 활짝 열고 무엇이든 흡수하려 해요. 항상 진실한 태도로 무대에 서려 하죠. 사실 배우라면 누구나 배역을 연구해요. 당연한 일로 칭찬받는 게 쑥스럽네요.”
린지는 요즘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다양한 캐릭터로 분해 무대 위에서 감정을 쏟아낼 수 있음에, 뮤지컬을 통해 위로받음에 말이다. 행복을 안겨주는 무대에 서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고 연습에 몰두하겠다는 결의도 다진다. “<드라큘라>의 미나 역에 캐스팅되었을 때 너무나 영광스러웠어요. 존경하는 선배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기뻤죠. 같은 역을 맡은 만큼 잘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당연하고요. 앞으로는 배역을 통해 또 다른 제 모습을 찾고, 작품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 역할이 기대되는 배우요! 지금보다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도 괜찮아요. 무엇이든 묵묵히 하면 되니까요.”




슬립 원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컬러 이어링 Ille Lan.

마주할수록 아름다운, 조정은
오후 2시, 빛이 가장 밝을 때 조정은을 카메라에 담았다. 창으로 들어온 햇빛은 조정은의 등 뒤로 흘렀고, 빛은 이내 후광이 되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운명적 사랑 앞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린 미나의 단단한 마음을 자연스레 연출하는 조정은. 능숙하게 연기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타고나기를 완벽한 사람 같지만 노래와 연기, 단 하나도 쉬이 얻지 않았다. “순발력이 뛰어난 스타일은 아니에요. 잔재주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연기든 노래든 스스로 친숙함을 느낄 때까지 시간을 들이죠. 제가 극과 배역을 제대로 알아야 관객도 역할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몸에 익어야 편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기도 하고요”라며 여전히 긴장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경력이 적잖이 쌓인 지금도 관객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무엇이든 허투루 하는 법이 없기에 18년간 배우로서 다양한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드라큘라>는 그녀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미나를 만나 연기의 재미를 알았기 때문. “연기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곤 했어요. 한데 미나를 만난 뒤로 작품과 캐릭터가 말하고자 하는 게 궁금해졌어요.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참 즐거웠죠. 연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 작품이라 더 마음이 가요. 초연에 이어 다시 <드라큘라>에 함께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미나라는 생각에 더 소중하게 다가와요.”
최근 조정은은 콘서트 <마주하다>로 관객 앞에 섰다. 조금은 긴 공백기를 거친 후, 뮤지컬이 아닌 콘서트로 무대에 오른 건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싶어서였다. “그간의 시간을 정리하는 자리였어요. 사실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는 역할이 몇몇 있어요. 돌이켜볼 용기가 나지 않아 덮어두었는데, 이번 콘서트에서 용기 내어 꺼내보았어요. 다시 보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싶었죠.” 콘서트를 다시 열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래도 뮤지컬이 제일이라며 입가에 미소를 띤다. “지인들과 다른 장르를 이야기해도 결국은 ‘뮤지컬이 좋다’로 끝나요. 뮤지컬에는 음악이 주는 울림과 감동이 있으니까요.”

 

About “Dracula” the Musical
1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는 어떤 캐릭터인가?
2 가장 인상 깊은 넘버는 무엇인가?
3 뮤지컬 <드라큘라>를 찾는 관객에게 한마디.
4 4개월간 이어지는 긴 호흡의 뮤지컬이다. 그 막이 내리는 6월,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나?

조정은
1 뮤지컬에는 성격이 명확한 캐릭터가 많지만 미나는 배우에 따라 달라지고, 달라져도 되는 역할이죠. 정해진 게 없어서 더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미나처럼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 않을까요?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 그런 상황요. 그런 모습을 보면 미나는 인간적이죠.
2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가 와닿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는 복잡한 심경,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나단의 마음이 선율에 녹아 있죠. 그리 길지 않은 노래지만 임팩트가 강해요. 이 노래가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웃음)
3 운명 같은 사랑 앞에선 그 누구도 자신의 모습을 확신할 수 없죠. <드라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읊어요. 객석의 불이 꺼지는 순간, 그러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작품으로 깊이 들어오셨으면 해요. 그리고 막이 내리고 나서는 환상적인 공간을 여행했다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해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을 만큼 여운도 길게 이어지길 바라죠.
4 미국에 계신 지인을 만나고 싶어요. 또 노래를 편히 즐기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최근에 양주인 음악감독과 콘서트를 열었는데 그 시간이 참 가슴 깊이 남았어요. 피아노 소리에 맞춰 편하게, 놀이하듯 노래하는 나날을 보내고 싶어요.

임혜영
1 미나는 ‘이렇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워요. 그날의 제 감정,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우, 연습실의 공기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주기에 매일매일 미나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지죠. 제가 여기서 미나는 무엇이라고 말해도 무대에서는 또 다를 거예요. 무대에는 조명, 관객 등 새로이 만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2 좋은 음악과 장면이 정말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She’! 첫 리딩 때, 드라큘라 역을 맡은 배우가 ‘She’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노래만 들었는데도 드라큘라의 서글픈 감정, 미나를 향한 갈망이 느껴졌죠. 그런데 또 다른 노래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저에겐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
3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극 중 등장인물이 우리와 닮았어요.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지만 마음 한편에 다들 아픔을 간직하고 있죠. 그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으면 해요. 비현실적 세계에서 현실의 아픔을 잊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4 6월에 절친한 친구가 출산해요. 그 친구가 미국으로 떠날 때 펑펑 울었을 만큼 저에겐 애틋한 존재예요. 마침 공연이 끝날 때쯤 아기가 태어난다니, 꼭 시간을 내서 가보려고요.

린지(임민지)
1 미나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세상을 멀리 볼 줄 아는 친구예요. 변화무쌍한 면모도 지녔죠. 아름답고 총명하다는 본질은 같지만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색이 180도 달라지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2 ‘Loving You Keeps Me Alive’요. 400년간 찾아 헤맨 미나를 잃고 싶지 않은 드라큘라, 사랑하는 연인의 방황을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조나단 그리고 운명의 상대와 현재의 약혼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나의 감정이 얽혀 있어요. 그들의 심정과 가사, 멜로디가 완벽히 어우러지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래죠.
3 <드라큘라>는 사람과 사람 간 사랑 이야기예요. 많이 웃고 울기도 하며 인간의 기본적 감정인 사랑에 충분히 공감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드라큘라 역도, 미나 역도 3명의 배우가 맡았어요. 모두 다른 매력을 지녔으니 재관람도 살짝 권하고 싶네요.(웃음)
4 최근 들어 작품 하나가 끝나면 가족 여행을 가고 있어요. 이번에도 막이 내리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날 것 같아요.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   헤어 박창대   메이크업 서은영   의상 스타일링 노해나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