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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8

어른들의 트위터

요즘 트위터는 적절한 직설의 논단으로, 또 누군가를 지지하는 응원의 장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많은 저널리스트와 학자들에게 트위터는 주로 문제 제기를 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휴대폰의 모든 SNS 앱 알람을 끈 지 오래다. 가끔은 업무용 메신저 알람까지 꺼놔서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쉴 새 없이 명멸하는 많은 이미지 속에서 때로 귀를 닫고 싶다는 보호본능 같은 것이 생겼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아침이면 내 엄지손가락은 페이스북을 눌러 몇 년 전 오늘 강아지와 떠난 여행기를 읽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료의 쇼핑 사진에 ‘하트’를 누른다. 시집을 읽어도 좋겠지만, 보기만 해도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 같은 그런 가상의 세계는 떨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인간에겐 대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려는 본능적 욕구가 있다. 대화와 소통을 포함하는 의미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어원도 라틴어의 ‘나누다(communicare)’에서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빠른 확산이 장점인 트위터는 인간의 소통 욕구에 가장 충실한 플랫폼이다. 물론 2010년 이후 SNS가 발달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져 곧 사라질 거라고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었다. 한글 140자, 영어 280자 이내로만 쓸 수 있는 게시 조건이 페이스북보다는 충분하지 않고 인스타그램보다는 이미지 편집과 업로드 수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트위터 월간 사용자는 3억3000여 명이다. IPO(기업 공개)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월간 사용자 24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이나 10억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에 비해서는 적은 수치고, 전문가들은 마니아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 지긋한 유명인사 사이에는 꽤 유용한 집필과 교류의 도구로 쓰인다. 팬데믹 사태에 집 밖으로 쉬이 나가지 못하는 요즘, 괜찮은 트위터에는 어떤 타입이 있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송동현(밍글스푼 대표)과 박재항(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의 조언을 들으며 곱씹어보았다.






언제 봐도 무해한 단정한 어른의 이야기: 문학평론가 故 황현산 @septuor1
“남자답다는 말 좋아하지 않지만, 만일 남자다움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용기와 아량이어야 할 터인데, 폭력을 쓰는 인간들은 세상을 직시할 용기도, 그것을 받아들일 아량도 없기 때문에 폭력을 쓰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트위터는 2018년 그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출판사나 팬들의 리트윗과 태그로 움직인다. 고인의 가족들은 그가 2014년에 가입해 4년간 쓴 트위터를 모아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는데,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화두를 던지는 좋은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불문학자로서 번역의 중요성이나 국어 단어 사용에 대한 제언도 좋았지만, 책 제목처럼 요즘 사람들의 말을 ‘트친’을 통해 배우는 노학자의 귀여움에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단문이 많은 트위터는 단순한 사실을 쓰더라도 견해 제시의 인상을 줄 수 있어 실제보다 다소 강하게 느껴진다. 또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할 때 간혹 내 대화의 맥락을 모르는 다수에게는 다르게 해석되어 문제시되기도 한다. 생전의 황현산 작가처럼 다른 세대에게도 겸허하게 물어보고, 꾸준히 퇴고하자.

마감이 안 될 때 읽는 작가의 충고: 소설가 스티븐 킹 @StephenKing
“Once you start, the next one is always easier.(일단 쓰세요. 그다음은 항상 쉽습니다.)”
<미저리>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은 쉼 없이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졌다. 그가 쓴 <유혹하는 글쓰기>는 습작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사게 되는 스테디셀러.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jk_rowling)처럼 트위터를 통해 수시로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간혹 그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스티븐 킹의 둘째 아들이란 사실을 숨긴 채 데뷔한 공포소설가 조 힐(@joe_hill)을 발견할 수 있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아버지와 ‘티키타카’를 종종 보여준다. 이처럼 자신의 명성과 전문성을 이용한 메시지는 팬덤을 강화하고 비슷한 분야의 사람을 모을 수 있어 서로 득이 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잘 아는 지인이나 가족의 섣부른 응원과 동조가 가끔은 객관성을 잃게 하고 위기 상황을 만들기도 하기에, 적어도 SNS 사용 시 주변에서 나만을 위한 조언이라는 감언이설(!)은 가능한 한 멀리하는 것이 좋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트위터 프로필과 가수 U2가 최근에 올린 트위터 포스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뉴스메이킹의 권력을 지닌 공인이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트위터를 개인 방송이나 확성기(리스크 제조기)처럼 쓰면 단기적 충격 효과는 있지만 소식의 강도를 계속 높여야 하는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만든 뉴스 큐레이션: 앵커 크리스 쿠오모 @ChrisCuomo
“Why does trump give comfort to extremism? He is doing testing and tracing for himself but downplaying for your families - and motivating bs like this?(트럼프는 왜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거죠? 그는 왜 자기 주변은 챙기면서 남들에겐 검사가 필요 없다고 하는 건지. 젠장, 그렇게 동기부여를 하는 건가요?)”
크리스 쿠오모는 CNN ‘쿠오모 프라임 타임’의 앵커다. 최근 팬데믹 정책 이슈로 현재 뉴욕 주지사이자 친형인 앤드루 쿠오모와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다소 심각한 뉴스의 흐름을 푸는 방법으로 서로 “엄마가 나를 더 사랑한다”며 우기는 장면을 보여줘 큰 화제가 되었다. 크리스 쿠오모는 방송 계정과 개인 계정을 따로 운영한다. 방송 계정에는 자신이 진행한 뉴스가 대부분 생중계로 흘러가는 영상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요 사실만 발췌해 전하고, 개인 계정에는 타사의 뉴스라도 강한 의문을 달아 리트윗한다. 영국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 <데일리 미러> 편집장을 역임한 언론인 피어스 모건(@piersmorgan)도 이와 비슷하다. 서양 문화권에 비하면 대체로 현실의 관계성을 중시하고 토론 문화가 익숙지 않은 한국에서는 공인의 직설적 게시물이 적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기업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SNS는 계정을 여는 순간 이미 ‘공적 공간’이다. 특히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의 리트윗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해지기에 퍼스널 브랜딩 차원에서도 위험도가 높다. 침묵할 수 없다면, 통용되는 상식과 더 겸손하고 인간미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책임질 수 있는 사실만 전해야 한다.

대작의 줄거리도 바꾸는 공론의 힘: 소설가 조지 R. R. 마틴 @GRRMspeaking
“Be Nice to Me or Tyrion is Next!(나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티리온이야!)”
HBO 채널에서 매 시즌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왕좌의 게임>. 팬들에게 작품의 원작자인 소설가 조지 R. R. 마틴은 신과 같은 존재다. 그는 자신을 팔로잉하는 대중의 목소리와 놀이, 유희적 행위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산타클로스를 닮은 자신의 특별한 외모를 이용해 거대한 리본 같은 모자를 쓴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줄거리를 놓고 ‘밀당’한다. 자신에게 잘하지 않으면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죽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또 재미있는 은유를 통해 ‘짤’을 공유하고 노는 열린 놀이터로서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다루는 제작사와 방송 프로그램, 오디오 서비스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주요 독자의 감수성을 캐치하는 노련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센스 노트인 셈.

전설의 따뜻한 감성 공유하기: 가수 U2 @U2
“… I am writing a fan letter to accompany each song to try and explain my fascination.(이 노래를 들어주기를 바라며 나는 지금 친구들에게 팬레터를 쓰고 있어요.)”
록 밴드 U2는 여느 가수처럼 자신의 공연 일정이나 좋은 노래, 뮤직비디오 등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자신이 뽑은 ‘플레이리스트 60’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리스트에는 빌리 아일리시나 다프트 펑크 같은 다른 장르의 젊은 동료도 포함, 팬심을 숨기지 않는다. 가사를 이미지로 띄우고 링크나 계정을 태그하는데, 특히 가사는 아주 예스러운 타자기 타이프 폰트로 작성해 따스함마저 느껴진다. 가장 남성적인 음악을 하는 어른이자 명사로서, 여성의 날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영상을 올리고 자신을 교두보 삼아 나이 든 팬과 젊은 팬이 서로 탐색할 수 있도록 ‘태그’하는 방식은 SNS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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