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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6

당신에게 현대미술은 무엇인가요?

국내 아트 신을 주름잡는 6인의 작가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현대미술은 무엇인가요?”

권오상, Chinese-style Vase of Williamsburg & Java Sparrow, C-print, Mixed Media, 50×38×75cm, 2018

권오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무형은 무엇이든 현대미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전에 현대미술가의 정의와 ‘작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정의가 전제돼야 한다. 나는 현대미술가는 본인이 현대미술가로 칭한 경우 가장 유력하게 현대미술가가 된다고 본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미술 작가로서 입지가 작동하려면 미디어나 평론 등에서 ‘작가’로 칭하거나 미술관이나 갤러리, 잡지, 방송 등을 통해 작품을 전시하거나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백현진, 쓸쓸한 정전기, Oil on Linen, 93×93cm, 2018

백현진
나도 현대미술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작업의 문맥에서 이제 더는 궁금하지 않다. 현대미술은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무엇’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미술의 지나간 어제와 지나고 있는 오늘을 규정해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역할이 아니다. 나는 그 이름이 무엇으로 불리든 별 상관 없이 나의 일(작업)을 하며 사는 사람이다. 내 일을 보는 중에 타자에 의해 현대미술이란 태그가 붙는 경우가 제법 있긴 하다. 그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현대미술 관련 종사자들이 내 작업 중 어떤 것을 현대미술로 분류하고 규정하는구나.’ 그러고는 그냥 내 볼일을 볼 뿐이다.


2018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린 노상호의 개인전 의 설치 전경.

노상호
나에게 미술이란 매체의 기능과 관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소화해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전시나 SNS상에 보이는 드로잉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드로잉을 그리는 방식(가상 환경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수집해 한데 뭉쳐 그리는 것)과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이렇게 만든 드로잉을 다시 스캔해 SNS에 올리거나 전시장에서 전시하고 이것이 또다시 다른 사람에 의해 정크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나의 미술 활동이라고 여기는 것. 새로운 매체나 각 매체가 혼합되며 나타나는 현상을 인지하는 것이 미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샌 정, Untitled, Oil on Canvas, 162×227cm, 2020

샌 정
사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선 ‘작가들은 무엇을 하며 아틀리에에서 시간을 보내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래서 미술이 무엇인지, 또 작가는 왜 미술을 하는지에 관해 얘기할 필요가 있다. 나는 ‘예술(미술)’이라고 하면 ‘오라’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디를 공략해도 잘 안 파일 것 같은 단단함과 위상 그 자체인 것 같다. 또 유한성과 무한성 사이에 위태하게 존재하는 인간이 예술을 통해 다른 차원, 다른 리그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렇기에 가장 견고해야 하고, 선명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예술이다. 비록 당장 예술이 없더라도 육체적으로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정신적 영역에서는 불가능하다. 정신적으로 우리가 채우길 갈망하는 부분을 충족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 나는 이런 예술을 상고하는 사람이라, ‘정신적 사치’를 누리는 행운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희준, 013-2 Lemon, Cypress and a Welcome, Acrylic and Photo-collage on Canvas, 73×73cm, 2020

이희준
우리는 고선명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너무나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고, 타인을 통한 간접경험에 집착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회화의 의미에 대해 늘 생각한다. 또 최신 디지털 장비에 비해 선명한 재현도 어렵고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는 회화가 현시대에 어떤 위상을 점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나는 그 실마리를 ‘추상’에서 찾고 있다. 추상을 통해 우리가 현재의 선명함 속에서 놓치기 쉬운 경험의 깊이를 생각하고, 지금의 속도보다 조금 느리게 가보려 한다. 이렇게 나의 추상은 열린 공간으로서 내 경험의 가치를 공유하며 현시대의 대안적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박희자, Nr24cz, Archival Pigment Print with the Frame, 54×74cm, 2015

박희자
나는 사진 작업을 주로 하지만, 어쩐지 자꾸 다른 것에도 관심이 가 지금은 사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다른 장르와 융합을 꾀하는 시각예술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계몽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내가 다루는 매체와 환경에 관해 고민하고 이를 통해 예술 자체에 대해 질문한다. 보통 시야에서 벗어난 것을 중심으로 끌어와 그것들이 구축하는 조형적 질서를 탐구하고 전복을 통해 우리가 마땅히 해온 사고를 새로이 인식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평면-사진을 입체로 만드는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은 결국 3면이 유리인 벽이 없는 공간에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극’이라는 전시 공간 운영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작업을 지속해도 결국에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본연의 질문으로 돌아오니, 결국 미술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가 아닐까?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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