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pick] 드림 그리고 그림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KIAF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가 ‘자동차 없는 부스’를 만든 이유.




한경우 작가와 ‘드림그림’의 학생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 만든 작품 ‘콜드 모더레이션’.

지난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KIAF. 수많은 작품과 관람객이 얽혀 있는 미로 속에서 조금 다른 형식의 부스를 발견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가 벤츠 자동차가 한 대도 없는 미술 부스를 설치한 것. 이들은 설치 작품 단 한 점으로 관람객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설치 작품이란 것이 독특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미지를 표현해온 작가 한경우가 일반 미술 작가가 아닌 초·중·고교생 여럿과 협업한 작품으로, 한성자동차가 수년 간 진행한 장학 프로그램 ‘드림그림’의 일환이었다. 한데 ‘드림그림’이 대체 뭘까? 드림그림은 지난 2012년 한성자동차가 한국메세나협회와 협업해 시작한 장학 프로그램이다. 예술적 재능은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국내의 초·중·고교생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학생들을 선발, 고등학교 졸업까지 그들의 꿈을 지원해주는 미술 장학 프로그램. 올해 탄생 6주년을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그간 서울문화재단과 협업해 서울거리예술축제에 참여하거나 김용관과 권병준, 프랑스의 유명 예술 단체 ‘그룹 랩스’ 같은 유명 미술 작가와의 멘토링, 썸머아트캠프를 비롯한 전문 미술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이루어주었다. 특히 올해는 미술적 견문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지난 여름 2박3일 동안 학생들과 한경우 작가가 만든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특별 작품을 KIAF에 소개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 이야기는 사실 작품을 들여다볼 때 더 심화되었다. 금방이라도 인형극 한 편이 뚝딱 펼쳐질 것 같은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안에 설치한 이들의 작품 이름은 ‘콜드 모더레이션(Cold Moderation)’이다. 잘 구겨지는 종이의 무작위적 형상을 상하 대칭 형태로 만들어 작위적 형상으로 보이게 한 작품으로, 개별 조각들은 구겨진 종이의 실체를 벗어나 관람객의 상상에 의해 재탄생하고, 여러 조각이 공중에 매달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수면을 이뤄낸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바람 한 점 없는 완벽한 고요의 상태에서만 수면 위의 사물이 거울처럼 수면 아래에 반사된다는, 생각보다 심오한 세계관을 표현한 것. 이날 작품 앞에서 만난 드림그림 프로그램의 한 학생은 “평소 접해보지 못한 미술 작업을 현대미술 작가와 직접 시도해보고 그걸 전시로 소개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 ‘콜드 모더레이션’은 관람객이 참여자가 되어 서서히 다가가면 그들의 심상적 이미지가 깨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아직 여물지 않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드림그림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들의 자유로운 예술관과도 흡사하다. 단발적인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예술이라는 새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한성자동차. 이들의 장학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사회에 올바른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적 재능은 있으나, 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드림그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Mini Interview
한성자동차 부스에서 만난 드림그림 프로그램의 두 사람.



울프 아우스프룽(Ulf Ausprung, 한성자동차 대표)
자동차 딜러사인 한성자동차가 KIAF에, 그것도 미술 작품을 들고 참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드림그림이 6회째를 맞아 학생들의 미술 실력이 부쩍 향상되었고,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KIAF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세계적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제적 아트 행사에 자신이 참여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고 경험을 쌓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죠.

KIAF를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랐나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인 만큼, KIAF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전시입니다. 드림그림 학생들 같은 비전문가의 참여는 사실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특별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드림그림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2011년 한성자동차 대표로 부임한 후 2012년부터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셨죠.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재정적 후원뿐 아니라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후원을 위해 기획했죠.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할 당시 학생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매년 드림그림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학생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되죠. 또 드림그림을 졸업한 친구들이 멘토로 다시 돌아올 때 이 프로그램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도 생깁니다.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 더 많은 학생의 꿈을 이뤄주고 싶습니다.







한경우(미술가)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과 미술 워크숍을 진행하고 직접 작품까지 만들었습니다. 초·중·고교생과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엔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 함께 작업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많은 학생이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예술관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장 그것에 대해 논의해 작품의 토대를 만들었죠. 사실 이번 작품에서 최초로 쓴 재료는 티셔츠였습니다. 한데 학생들과 상의해 좀 더 잘 구겨지는 종이로 재료를 바꾸었죠.

그동안 어떤 특정 매체로 한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개념에 어울리는 매체를 선택해 작업해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콜드 모더레이션’도 그렇고요. 작품을 선보일 때 가장 먼저 시도하는 건 무엇인가요? 무언가를 표현하려 할 때 그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대체로 매체적 특성에 집중하는 편이고, 주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최근엔 매체적 표현법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드림그림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미술을 하고 싶어도 형편 때문에 그 문턱에조차 가보지 못한 학생들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학생에게 미술 교육을 지원하는 일은 기업 차원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직접 해보는 것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천지 차이니까요. 개인적으로 드림그림의 학생들이 좋은 미술가가 되길 바랍니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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