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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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5

작품 속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여름, 전시추천, 갤러리추천, 예술, 문화, 아트, 미술

전시 소식
2021. 5 — 7



무제, 1986

<정상화>전
기간 5월 22일~9월 26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국 모더니즘 회화의 기수 정상화의 개인전. 그는 한국 단색조 회화의 출현에 기여한 주요 인물임에도 오랜 해외 활동으로 국내에서 미술사적 재정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갈증을 해소할 이번 전시에선 1969년부터 9년간 일본 고베 시기, 1977년부터 1992년 귀국하기 전 프랑스 파리 시기, 그리고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까지 두루 조명한다. 안료를 이용한 회화 작품은 물론 판화, 프로타주, 드로잉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는 정상화의 다양한 표현 기법과 독창적 작품 세계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호민과 재환>전 포스터.

<호민과 재환>전
기간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해온 작가 주재환,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재해석한 웹툰 <신과 함께>를 그린 작가 주호민이 함께하는 부자(父子) 2인전. 상호 조응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오늘날 주요 문화 키워드인 트랜스미디어 개념의 다양한 층위를 고찰한다. 또 트랜스미디어의 강력한 원천 콘텐츠로서 웹툰의 독자적 구성 요소와 미학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것이 예술 창작과 경험의 과정으로 확장되어 만들어내는 변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Park 99,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Promenade]전
기간 6월 16일~7월 23일
장소 갤러리바톤
빈우혁에게 숲과 호수, 공원은 평정과 치유를 의미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는 과거의 기억에서 비롯한 심리적 동요를 가라앉히고 복잡한 내면을 비우기 위해 실제 자연을 찾아 그 풍경을 화폭에 옮겨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지금, 그는 기억과 상상을 바탕으로 한 풍경 회화를 선보인다. 익숙한 풍경의 형태적 이미지가 배제된 작품에서 자연의 기본 요소에 담긴 추상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감지할 수 있다.







축산(쌍봉), 2020

<현남 개인전>
기간 7월 23일~10월 3일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현남은 산수화나 수석・분재 등의 형식으로 광대한 자연경을 축소해 꾸미는 기예인 축경(縮景)을 주제로 수평적이고 가시적인 풍경을 수직적이고 물질적인 조각으로 재구성한다. 그간 조각이란 장르에서 재현의 대상이 되지 못한 풍경. 현남의 작품에선 조각 하나하나가 축소된 풍경인 동시에 거대한 풍경의 파편으로 제시된다. 오늘날 건축에서 가장 저렴한 부자재라 할 수 있는 폴리스티렌을 연소시켜 정크 스페이스와 폐허의 풍경을 창안하는 현남의 작품 세계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신세대의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Untitled(FDWHBFTU),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보물섬(Treasure Island)>전
기간 6월 17일~8월 1일
장소 국제갤러리 서울
대니얼 보이드는 호주의 탄생 배경에 대한 기존의 낭만주의를 경계하고, 일방적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자신만의 회화 작업으로 복원해왔다. 전시에선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이자 시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을 비롯해 허상, 언어, 제국주의, 계몽주의가 호주에 남긴 흔적 등을 탐구한 신작을 선보인다. 몇몇 작품은 시드니 대학교 저우쩌룽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개인 물품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작가는 최근 이곳에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설치 작품 ‘Pediment/Impediment’를 공개하기도 했다.







앨리슨 주커만, Portrait of an Artist, 2017

[Everything & The Art(s)]전
기간 5월 7일~6월 30일
장소 더페이지갤러리
다채로운 작가와 장르의 예술을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 미국과 벨기에, 프랑스, 포르투갈, 멕시코, 브라질,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한데 모여 세대, 인종, 젠더, 정치라는 동시대 이슈를 탐색한다. 작품은 패브릭, 네온, 흑연, 빈티지 거울, 레고 블록, 비닐 등의 재료로 이루어져 다른 어떤 전시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미술을 전시 자체로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작가들이 창조적 표현 방식으로 빚어낸 작품을 감상하며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포스터.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기간 5월 22일~11월 21일
장소 이탈리아 베니스 카스텔로 공원 한국관
1980년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 행사 중 하나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테마로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 한국관은 ‘미래 학교’를 주제로 디아스포라, 기후 위기 등 인류의 당면한 과제를 다양한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들의 작업으로 보여준다. 세계 곳곳의 미래 학교와 디지털 환경에 연결되는 한국관의 전시 공간은 창의적 고찰을 통해 생성의 대화를 촉진하고 다중의 연대를 구축한다. 워크숍과 퍼포먼스 등 미래 학교 프로그램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미래 학교 온라인’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맛깔손×박길종(길종상가), 플랫 홈, 2021

[Unparasite]전
기간 5월 18일~8월 29일
장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팬데믹 시국에 거주 공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이 시대의 다양한 관계적 공황을 ‘공생’의 가치로 치유하고자 기획한 전시. 전시명은 분열과 상생에 대한 화두를 던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구 디자인과 시각 디자인, 공예,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시선과 시각언어를 바탕으로 독창적 작업을 이어온 디자이너 23인(팀)이 따로 또 같이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삶과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여인, 1937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기간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국립 피카소 미술관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한 파블로 피카소 전시.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꾼 입체주의의 탄생부터 제작 70년 만에 처음 국내에 들어온 명작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 말년의 작품까지 피카소 예술의 흐름을 연대기적 테마를 통해 선보인다. 유화 작품뿐 아니라 피카소 조각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염소(La Chèvre)’, 채색 도자기, 7년에 걸쳐 완성한 판화 ‘볼라르 연작(Suite Vollard)’도 소개해 책으로만 보던 피카소의 불꽃같은 예술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일정은 미술관과 갤러리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전시 리뷰
2021. 2 — 6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전 전경.

앤디 워홀의 모든 것
더현대 서울 오픈에 맞춰 막을 올린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전에선 앤디 워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월 서울 시민의 최대 화두는 더현대 서울 오픈이 아니었을까 싶다.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지운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 더현대 서울은 쇼핑몰 이상의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를 표방한다. 그래서 더현대 서울에는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전통 먹거리와 해외 유명 F&B를 총망라한 ‘테이스티 서울’,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등이 대표적 예. 그중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복합 문화 공간 ‘알트원’이다. 지금까지 백화점 전시가 임시 부스를 마련해 작은 규모로 열리는 정도였다면, 350평에 이르는 알트원에선 미술관 부럽지 않은 전시를 열 수 있다. 공간에 걸맞게 개관전부터 한껏 힘을 주었는데,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의 대규모 회고전이 그것이다.
그간 국내에서도 수차례 앤디 워홀의 작품을 소개했지만,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전은 이탈리아 주요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서울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전시다. 그런 만큼 앤디 워홀의 폭넓은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총 여섯 섹션으로 나뉘는데, 그중 ‘FAME: My Love, My Idol’과 ‘ICON: New? New!’ 섹션에선 앤디 워홀 하면 떠오르는 전설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와 캠벨 수프 이미지를 활용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우리가 잘 모르던 앤디 워홀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세 번째 섹션 ‘UNKNOWN & ORDINARY PEOPLE’부터. 앤디 워홀은 상류층부터 소외 집단까지 다양한 계층을 작업 대상으로 삼은 사회적 아티스트이기도 한데, 이 섹션에선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성 소수자와 의상 도착자인 드래그 퀸의 초상을 내세운 ‘Lady & Gentlemen’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이어지는 ‘PASSION: Where We Live in’ 섹션엔 마오쩌둥 같은 정치인을 소재로 시대적 통찰을 담은 작품은 물론, 소와 꽃 등 자연을 그린 작품이 걸려 있다. 대중의 관심을 즐긴 앤디 워홀이 평생 환경 운동에 대한 공개적 지지나 옹호를 한 적이 없음을 생각해보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MUSIC: Portraits of Rock’ 섹션에선 앤디 워홀의 음악 사랑이 돋보인다. 그와 교류한 뮤지션의 앨범 재킷과 오브제, 수집품을 전시한 것. 특히 앤디 워홀은 1967년 뉴욕에서 데뷔한 록 밴드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매력을 알아보고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앨범 재킷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마지막 섹션 ‘GAZE: Drawing & Interview’에선 드로잉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뾰족한 선과 볼펜의 둔탁한 터치가 날것 그대로 드러나 화려한 실크스크린 작품 뒤에 숨은 앤디 워홀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의 아지트를 재현한 공간도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The Factory)’라고 불렀는데, 그곳은 공장처럼 작품을 찍어내는 장소이자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사교장, 자신의 실험 영화를 제작하는 촬영장이었다. 사방을 뒤덮은 은박지와 거울로 유명한 팩토리의 파격적인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재현한 공간은 ‘인증샷’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불편한 단말기 대여 방식이 아니라, 네이버 오디오클립 앱을 통해 무료로 전시 설명을 듣게 한 것에서도 관람객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신경 쓴 것이 보이는 기대 이상의 전시. 더현대 서울에 들른 김에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보러 더현대 서울에 방문할 만하다.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기간 2월 26일~6월 27일
장소 더현대 서울 알트원(ALT.1)







해님달님, 종이에 잉크, 150×213cm, 2021

상상 이면의 세계
만화와 현대미술의 경계는 어떻게 나뉠까?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김정기, 디아더사이드>가 미술 애호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기 작가가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것은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라이브 드로잉 영상 때문이다. 대형 종이에 밑그림도 없이 그림을 그리며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고, ‘라이브 드로잉’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는 어린 시절 갖고 싶은 것을 반복해 그리기 시작하면서 펜 하나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다 만화로 길을 틀었고 2001년 <Na>, 2002년 <퍼니퍼니>를 연재하며 만화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지금도 백지 앞에 서면 두려움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내가 대장이고, 창조주죠. 계획도 미리 할 필요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상상하는 모든 욕망, 미움과 기쁨을 마음껏 그리는 거지요. 그래서 아마 내가 삐뚤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라이브 드로잉으로 스타가 된 그는 2015년 아트 컴퍼니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의 개인전으로 현대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2016년에는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이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화가를 넘어 작가로 인정받은 그가 롯데뮤지엄에서 2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어떤 것을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결정하면 그려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것을 그려야 전달하고 싶은 바를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번 전시에선 영상, 사진 등 그의 대표작과 신작을 아울러 선보이는데, 특히 다른 장르와 협업한 결과물이 흥미롭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라다이스>와 <제3인류>, 마블과 DC코믹스의 커버 아트,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블리자드 게임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와 컬래버레이션한 작품을 함께 전시해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를 상징하는 라이브 드로잉도 전시 기간에 선보인다니 시간표를 확인하고 방문할 것을 권한다. 관람객과 수다를 떨고 어린아이와 손바닥을 부딪쳐 하이파이브를 하면서도 오른손으로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그를 확인할 수 있을 것. 늑대 그림으로 채우기 시작한 10m의 거대한 종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린 신작도 눈에 띈다. 전시명과 제목이 같은 ‘디아더사이드’는 우주 공간과 같이 유영하는 두 세계를 연결한 모습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실과 상상의 세계와 같이 양면성을 가진 존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해님달님’은 전래동화와는 달리 우주비행이 꿈인 어린 남매가 호랑이를 피해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는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실수했을 때는 또 다른 방법으로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인생과 비슷합니다. 가끔은 붓의 방향을 바꿀 때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전개되기도 합니다.”
김정기 작가의 그림엔 인생에 대한 은유가 담겨 있다. 그는 잘 그리는 것과는 별개로 그림을 재미있게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김정기, 디아더사이드>전은 그림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게 만드는 전시임이 분명하다.

<김정기, 디아더사이드(Kim Junggi, The Other Side)>
기간 4월 16일~7월 11일
장소 롯데뮤지엄







전보경, Zeros 오류의 동작, 2채널 HD 비디오, 13분 20초, 2021

What Defines Who We are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기계와 디지털, 정보로 점철된 자동화 시대다. 인간을 대신해 간단한 프로그램의 규칙을 따라 힘든 일도 척척 하고, 데이터를 도출해주는 등 여러모로 우리 삶에 긍정적인 ‘도우미’ 역할을 하던 이 매체의 힘은 날로 강력해졌다. 이제 인간의 자리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서 사회의 주도권을 찾아야 할까?
자동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요즘 고민이 깊다. 과연 기계는 인간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나?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기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필할 수 있는 우리 인간만의 ‘다름’ 혹은 ‘특별함’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누구보다 깊게 하며 “자동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자본가, 노동자 모두 기계에 점유되어 기계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는 전보경은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로봇이 아닌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과 고민의 흔적이 담긴 작품을 선보였다.
로봇이 입력값을 따라 반복 생산을 위한 ‘효율적’ 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생한 것으로 생각할 때 인간은 반대로 생산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행동까지 모두 아우른다는 특징이 있다고 전보경은 생각했다. 그녀는 이것을 단초 삼아 작업을 시작했다. 인간의 비효율성이 오히려 인간을 정의할 수 있는 특별한 점임을 시사한 것. 그래서 선보인 신작 ‘Zeros: 오류의 동작’은 4명의 작가와 함께 만들었다.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봇 팔의 움직임을 모티브 삼아 무용수들은 각자 춤 혹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준다. 먼저 작가가 자동차 생산 공장 로봇 팔의 움직임을 연구해 곡선과 직선 등의 드로잉으로 무보(舞譜)를 제작하고, 이를 무용수들이 전달받아 어떤 생산성도 없는 움직임의 연속으로 풀어냈다.
또 다른 신작 ‘I Swear, I am Not a Robot’은 앞서 언급한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로봇의 무브먼트를 가장 기본적인 기호 화살표로 도식화하고, 4명의 무용수가 각 화살표의 길이와 방향에 따라 자신의 신체 관절을 움직이며 규칙적인 동작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로봇과 달리 인간은 주어진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며 오차를 만들어내는데, 결국 주체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인간의 신체를 작가는 ‘인간 고유의 감각’으로 상정한 것이 흥미롭다.
2채널 영상으로 만든 또 다른 영상 작품 ‘Prove Yourself’는 무용(無用)하지만, 또 무용(舞踊)하는 신체를 가진 인간과 기계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한 텍스트를 담았다. 여기서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완벽하지 않은 기계의 면모인데, 예를 들면 무용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기계에게 무용의 뜻을 다시 물으니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는 식의 텍스트다. 결국 기계도 완벽할 수 없음을 에둘러 시사하면서 동시에 이를 만든 것이 인간임을, 그래서 여전히 기계 위에 인간이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원래 2020년 하반기에 열릴 예정이던 전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계속 미뤄졌다. 직접 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해 로봇 팔의 움직임을 연구하려던 작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 관계보다는 기계와 사람 간 관계의 의미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작가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작품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이번 전시가 기계 중심적 사회를 조금이나마 비평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자리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전보경 개인전: 로봇이 아닙니다>
기간 4월 1일~5월 16일
장소 대안공간 루프

 

에디터 황재웅(jewoong@noblesse.com), 정송(song@noblesse.com),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제공 롯데뮤지엄, 대안공간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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