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가 우리를 위협한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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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4

우주 쓰레기가 우리를 위협한다!

우주 여행을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우주 쓰레기에 주목해야 한다.

위쪽 아르크티크 아스트로나우틱스가 개발 중인 나무 인공위성.
아래쪽 지구 주위를 맴도는 우주 쓰레기는 매일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괜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뉴스를 들었다. 다름 아닌 우주에서 지구로 쓰레기가 날아온다는 소식. 4월 29일 중국이 독자적 우주정거장(CSS) 구축에 필요한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를 우주 발사체 창정5B에 실어 보냈는데, 톈허는 목표 궤도에 안착했지만 창정5B 상단부가 통제 불능 상태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게 20톤, 길이 31m, 지름 5m의 대형 잔해물. 문제는 추락 직전까지 낙하지점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때 북위 41도와 남위 41도 사이에 추락할 거라는 예상과 함께 뉴욕이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가 위험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은 5월 9일 대기권에 진입해 타버리고 일부만 아라비아해에 추락하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만약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창정5B의 잔해물 같은 것을 우리는 ‘우주 쓰레기(space debris)’라고 부른다.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면, 지구궤도를 돌지만 이용할 수 없는 인공 물체를 말한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부서진 우주선 파편, 우주인이 작업하다가 놓친 공구까지 모두 포함된다. 현재 지구의 저궤도와 정지궤도를 떠도는 지름 10cm 이상 우주 쓰레기는 3만4000개에 달한다. 지름 1cm ~10cm 사이는 90만 개, 지름 1mm ~ 1cm 사이는 1억2800만 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국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민간 기업까지 우주 개발에 뛰어들며 우주 쓰레기의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우주가 얼마나 넓은데, 그에 비해 한 줌도 안 되는 부스러기가 무슨 문제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큰 문제가 된다. 우주 쓰레기의 평균속도는 총알보다 7~8배 빠른 초속 7km다. 아무리 작은 파편도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우주선을 파괴할 수 있는 치명적 무기가 된다. 실제로 1996년 프랑스 위성 세리즈는 1986년 폭발한 발사체 아리안 1호 잔해물과 부딪치며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2007년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엔 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우주 쓰레기의 위협에 1년에 한 번꼴로 회피 기동을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에 있었던 회피 기동 당시엔 상황이 심각해 우주인들이 지구 귀환용 캡슐 인근에서 피신을 준비할 정도였다.
창정5B의 사례처럼, 우주 쓰레기는 지구에도 떨어진다. 이중 상당수가 대기권에 진입하며 불타고, 지구 표면의 인류 거주 지역은 2.9%에 불과해 직접 피해 볼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만에 하나’가 문제다. 1960년대 쿠바의 어느 목장에선 소 한 마리가 우주 쓰레기에 맞아 사망했다. 2009년 영국의 한 가정집 지붕을 뚫고 들어온 금속 덩어리는 1969년 발사한 아폴로 12호 잔해물로 확인됐다. 사람이 다친 적도 있다. 지난 1997년 미국 여성 로티 윌리엄스는 길을 걷다 델타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물에 어깨를 맞았다. 다행히 파편이 가벼운 데다 바람에 속력이 느려져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마냥 안심할 수 있겠는가.
현재 세계 각국에선 우주 쓰레기를 감시 또는 추적하고 있다. 2005년 창설한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는 현재 미 우주군 소속으로 영국, 호주, 캐나다와 함께 우주 물체를 주시하고 있다. 지름 10cm가량의 작은 파편까지 파악하는 압도적 기술력을 갖췄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우주 작전 부대를 정식 출범했다. 이들의 임무는 일본 인공위성 공격과 우주 쓰레기의 위성 충돌 위험을 감시하는 것. 우리나라도 한국천문연구원에 우주위험감시센터를 두고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을 개발, 소행성이나 우주 쓰레기 같은 우주로부터 위협을 추적하고 있다.





우주 쓰레기에 맞아 얼마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SF 영화 <승리호> 스틸 컷.
엘사-d를 개발 중인 아스트로스케일 연구진.


우주 쓰레기를 더는 늘리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미국의 대표 군수업체 노스롭 그러먼은 다른 위성의 수명을 늘리는 임무 연장 위성 MEV를 개발했다. 연료가 고갈된 위성에 도킹해 본래 궤도를 유지하게 하는 방식.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발사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비용은 1년에 1300만 달러(약 147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위성을 새로 쏘아 올리는 데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싸게 느껴질 정도다. 한편, 핀란드의 아르크티크 아스트로나우틱스는 올 하반기 나무 인공위성을 시험 발사한다. 나무 합판을 완전 건조한 뒤 특수 코팅해 금속처럼 단단하다고. 그러면서도 대기권으로 재진입 시 완전 연소되기에 한층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별개로 우주 쓰레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감시 또는 추적한들 ‘치우지’ 않고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 쓰레기를 없애는 다양한 방법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은 지난 3월 우주 쓰레기 수거 위성 엘사-d(ELSA-d)를 쏘아 올려 성능을 검증했다. 이들은 자력(磁力)으로 금속 성분의 우주 쓰레기를 끌어당기고, 충분히 모이면 대기권에 재진입해 함께 소각된다. 스위스의 클리어스페이스는 4개의 로봇 팔을 장착한 로봇 위성을 2025년 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맨 처음 수거할 쓰레기는 유럽 우주국(ESA)이 2013년에 발사한 인공위성 베스파의 잔해다. 영국의 에어버스는 티타늄 작살로 우주 쓰레기를 꿰뚫어 포획하고, 이를 대기권으로 끌어내리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스타트로켓이 고안한 방법은 더 흥미롭다. 이들은 끈적한 물질, 폴리머 폼을 방출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인공위성 폼 데브리스 캐처(Foam Debris Catcher)를 개발 중이다. 스타트로켓의 자문 위원 알렉산드르 센코 박사는 “점점 심각해지는 우주 쓰레기 문제는 인류의 우주탐사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폼 데브리스 캐처는 지금까지 제시된 해결책 중 가장 저렴하고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스카이 퍼펙트 JSAT는 레이저를 발사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레이저’라고 하니 순식간에 목표물을 분해할 것 같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다. 잔해물 표면을 기화(氣化)해 이동하는 방법으로 대기권에 밀어 넣어 완전히 태우는 것. 이렇게 여러 기업에서 앞다퉈 우주 쓰레기를 치우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 시장조사 기관 마켓 리서치 퓨처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 관련 산업은 2019년부터 매년 4%씩 성장해 2025년 약 28억 달러(약 3조21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SF 영화 <승리호> 주인공처럼 우주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군이 등장할지 모른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인류 역사상 달에 처음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명언이 세계 곳곳에 생중계된 지 반세기가 지나 우주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7월 20일 첫 민간 우주여행을 개시했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 스타십 시제품의 첫 궤도 비행을 준비 중으로 2026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쓰레기의 존재는 불청객이나 다름없다. 누군가 길가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아무도 거리를 오가지 못할 터. 여전히 생경한 문제지만, 이제는 우주 쓰레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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