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위 올려진 여름 제철 보양식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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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0

도자기 위 올려진 여름 제철 보양식

신경균 도예가와 임계화 요리연구가가 제안하는 두 번째 제철 자연식, 여름 보양식이 장안요 식탁에 올랐다.

장안요의 여름 풍미
신경균 도예가와 임계화 요리연구가의 두 번째 제철 자연식 이야기. 여름철 장안요의 밭은 때로는 뜨거운 태양빛을 머금고, 때로는 세차게 몰아치는 장대비를 견뎌내고 있다. 녹음이 무성해지고 알알이 맺힌 열매는 더욱 큼직하고 단단하게 영근다. 아침에 살짝 개었다 오후 내내 다시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고 원기를 회복해주는 여름 보양식이 장안요 식탁에 올랐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와 순리를 받아들여 빛과 무더운 공기, 바람과 흙의 풍미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요리는 변덕스러운 계절의 자락마저 붙들고 싶을 만큼 풍성했다.





적양파와 오이고추를 곁들인 갯장어회
갯장어는 한여름인 7~8월에 가장 싱싱하고 맛있어 회로 즐기기 좋다. 빛깔 고운 적양파에 한두 점 올린 뒤 입에 넣으면 신선한 양파의 알싸하면서 달큰함, 아삭함이 갯장어의 쫄깃함을 감싸며 입안에 호사를 선사한다. 된장에 고추장을 약간 섞어 만든 쌈장과 오이고추를 곁들여 먹으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하모(ハモ)’라는 일본어 이름으로 알려진 갯장어는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보양식이다. 샤부샤부나 소금구이 등으로 즐겨 먹는데, 갯장어의 참맛을 느끼려면 회가 제격이다. 잔가시가 많아 촘촘히 칼집을 넣어야 야들야들하게 즐길 수 있다. 전문가와 다를 바 없는 솜씨로 직접 회를 떠준 신경균 도예가는 전남 고흥에 도자기 가마를 지어 14년간 머무를 때 처음 맛본 후 여름마다 기장 앞바다에서 갓 잡은 자연산 갯장어를 햇양파 위에 올려 먹는 전라도 식으로 즐긴다고. 양파는 2주 정도 숙성한 뒤 먹어야 맵지 않고 단맛이 배가된다.





네 가지 여름 김치
맨 위는 싱싱한 열무에 적양파를 넣어 한층 시원하고 달큼한 열무김치다. 비타민 A·C, 무기질이 풍부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기 좋다. 붉은 빛깔이 식욕을 돋우는 오이김치는 오이를 칼집 낸 뒤 소금물에 절였다가 물기를 빼고 무와 양파, 정구지(부추) 등으로 만든 양념을 사이사이에 넣는다. 하룻밤만 지나도 물기가 많아지므로 3~4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오른쪽 옆에 놓은 것은 고구마줄기김치. 소금물에 데친 다음 물기를 빼고 젓국과 고춧가루, 청·홍고추, 마늘, 생강 등에 버무리면 짭조름함에 달큼함이 감돌아 정말 맛있다. 맨 아래 콩잎김치는 살짝 까슬까슬한 식감과 시원한 맛, 특유의 향을 지닌 이색적 김치로 밥에 조개젓과 함께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별미다. 줄기 끝을 떼어내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





농어찜과 농어전
“7월 농어는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한여름 생선으로 농어만 한 것이 없다. 두툼하고 담백한 생선살은 쫄깃하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식어도 맛있고, 화이트 와인과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농어전은 미리 소금과 후추로 간한 뒤 노란 달걀물을 입혀 부친 것으로 고소하면서 단맛이 돌아 간장 없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신경균 도예가는 7월 초 몰려드는 멸치를 잡아먹기 위해 기장 앞바다에 나타나는 자연산 농어는 바다의 생기를 그대로 머금어 자개 빛깔을 띠며 싱싱하고 윤기가 흘러 맛도 달다고 귀띔했다. 이날 식탁 위에 오른 농어는 4.5kg로, 클수록 맛이 좋다고. 날로 먹어도 탱글탱글한 식감과 단맛이 일품이다.





신경균 도예가와 임계화 요리연구가는 “우리 음식은 버릴 것이 없다”고 말한다. 줄기 순을 따내야 열매가 더 알차고 단단하게 여무는데, 그 줄기도 오롯이 식재료가 된다. 고구마에서 떼어낸 줄기를 버리지 않고 무친 고구마줄기김치는 여름에 고등어조림을 할 때 김장김치 대신 밑에 깔아 조리면 맛이 좋다. 장안요 밭에서 딴 오이는 더 아삭아삭하고 꼬들꼬들해 씹는 소리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큼직한 가지와 호박은 듬성듬성 썰어 살짝 간한 뒤 무치거나 전을 부쳐도 맛있다.





오렌지빛 옻칠 트레이와 유기 수저는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Choeunsook Art & Lifestyle Gallery.

소고기와 해물, 방앗잎을 채운 가지선
소고기와 해물, 버섯, 된장 등을 넣어 만든 소를 채워 푹 찐 가지선. 장안요식 가지선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신의 한 수는 방앗잎이다. 특유의 향 때문에 방앗잎을 즐기지 않아도 그 감칠맛에 푹 빠져들게 된다.

여름 보리밥 쌈
여름철엔 갖가지 제철 채소잎을 이용한 쌈을 빼놓을 수 없다. 위부터 곰취쌈, 묵은지쌈, 근대쌈, 양배추쌈 그리고 호박잎쌈. 여름이 제철인 채소를 폭 찐 뒤 팥을 넣어 지은 보리밥을 넣고 두부와 해물, 호박, 감자 등을 넣어 만든 강된장을 얹어 숙쌈으로 즐기면 여름 별미로 그만이다. 이 중 양배추쌈은 양파와 청·홍고추, 마늘, 통깨 등을 넣은 젓국을 얹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깻잎무침과 청각무침, 청어김치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엔 짭조름한 반찬이 제격이다. 깻잎은 여름에 향이 더 많이 나고 잎이 부드러워 생으로 즐기면 한층 맛깔스럽다. 오른쪽에 놓은 오돌토돌한 식감의 청각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해조류로, 말린 뒤 갈아서 김장김치에 넣으면 김치 맛이 개운하다. 청어김치는 작년 김장철에 담가뒀다 6월 말에서 7월 초 꺼내 먹으면 농익은 맛을 즐길 수 있다. 가시가 삭은 청어는 전혀 비리지 않고, 김치 양념이 밴 청어살만 쫄깃하게 씹힌다.

찐 옥수수와 오미자 주스
감자와 함께 여름철 최고 주전부리인 옥수수는 쪄서 큼직한 그릇에 담아낸다. 붉은빛 오미자를 차갑게 식혀 주스처럼 즐기면 여름 디저트로 손색없다.





해물 정구지전과 미역오이냉국, 죽순잡채
‘정구지’는 경상도에서 부추를 이르는 말이다. 아직 어린순이라 야들야들한 봄의 아씨정구지가 여름이 되면 더 얇고 길어져 전으로 부치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장안요 밭에서 키운 정구지는 도자기 가마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퇴비로 사용해 특히 부드럽다. 정구지에 새우와 조개 등 해물을 듬뿍 넣어 노릇하게 부친다. 칼슘이 풍부하고 몸속을 정화하는 미역과 아삭한 오이, 양파를 썰어 넣은 냉국은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꼬들꼬들하게 말린 죽순을 넣은 잡채는 본래 사찰에서 많이 먹는 음식으로 죽순의 구수한 맛과 식감이 더해져 잡채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듯한 느낌.





메밀냉면과 참소라·문어숙회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맛 내기가 쉽지 않은 냉면. 임계화 요리연구가가 메밀을 직접 반죽한 뒤 기계로 뽑아 탱글탱글한 면발이 살아 있는 장안요의 메밀냉면은 동치미 국물을 부은 다음 열무를 곁들여 후루룩 먹으면 더위가 금세 가신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동치미의 톡 쏘는 알싸한 맛으로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아도 맛있다. 여기에 곁들인 참소라·문어숙회도 신선하고 쫄깃하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사진 이재안
코디네이션 마혜리
요리 임계화
도자기 그릇 신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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